난 보통 복잡한 요리는 하지 않는다. 쉬운 요리만 하는 편이다. 남들은 내가 요리에 꽤나 많은 시간을 쏟는다고 착각하곤 하는데, 나는 손이 제법 빠른 편이라 모든 요리가 한 시간 내로 끝이 난다. 보통 저녁은 30분 내로 끝난다. 보통 뭘 요리할지 머릿속에 계획을 세우고 진행하기 때문에, 대부분 멀티로 진행되어 시간이 단축되기도 한다.
지난주 수요일은 "모든 성인의 날"로 이곳 프랑스의 공휴일이었다. 공휴일이니 오래간만에 느지막이 일어날 수 있었지만, 요즘 괜히 성당을 나가기 시작해서 축일의 성당이 궁금하기에 오전 9시 반 미사를 다녀왔다. 성당에 다녀온 것만으로 하루에 뭔가 해낸 기분이었다. (그다지 종교적인 사람이 아닌지라, 성당을 다녀온 것 만으로 나는 큰일을 해낸 기분이 든다.)
전날 이것저것 장을 봐둔 것들이 냉장고에 있었다. 휴일이니 반찬을 만들거나 요리를 할 생각이었다. 냉장고 재료들을 모두 꺼내두고는 뭘 만들지 고민해 본다. 이곳의 가지는 큼지막하고 껍질이 두꺼워 한국 가지나물을 하기에 적합하지 않은데, 최근 아시아마켓에 한국 가지 같은 것이 들어오고 있다. 껍질도 연해서 한번 가지나물을 했더니 괜찮았기에 또 사 왔다. 가지로 가지나물을 하면 될 것 같고, 쥬키니로 호박나물을 볶아내면 될 것 같다. 버섯이 있으니 버섯으로도 나물을 무쳐내고, 새로 사 온 어묵으로 어묵볶음도 매콤하게 하기로 한다. 남아있던 배추로 배추된장나물도 만들고, 다 익은 김치를 볶아 김치볶음까지 계획한다. 사다둔 냉동오징어로 오징어볶음까지 하면, 메인요리와 여러 가지 반찬이 모두 완성될 것 같다.
요리하는데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서는 계획을 잘 세우면 된다. 설거지도 최소화하게 계획을 잘 짜면, 짧은 시간에 최대의 효율로 여러 가지를 해낼 수 있다. 오늘 할 요리들은 데쳐내거나 쪄내야 할 것들이 많다. 먼저 물을 끓이고, 찜기에 가지를 잘라 넣어 올려 쪄낸다. 그런 후, 식으면 가지를 손으로 찢어낸다. 그렇게 가지를 다듬는 동안, 찜하느라 썼던 물에 버섯을 데쳐낸다. 데쳐낸 버섯을 찬물에 헹구고는 손으로 찢어낸다. 버섯을 볶는 것보다 이렇게 데쳐서 찢어내는 게 더 탱탱함이 살아있어서 선호하는 방법이다. 준비된 가지와 버섯은 둘 다 소금, 참기름, 다진 마늘, 다진파를 넣어 각각 버무려내면 간단하게 나물이 10분 내로 2종 완성된다. 그런 후, 물을 한번 더 끓인다. 물이 끓는 동안, 한쪽에는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는 쥬키니를 잘라, 양파, 다진 마늘, 쥬키니를 함께 볶아내고는 새우젓으로 간을 한다. 간단하게 호박나물도 완성이다. 그 후, 같은 팬에 그대로 기름을 다시 더 두르고는 당근, 양파, 어묵을 볶으며 간장, 설탕, 고춧가루로 간을 하고 고추도 송송 썰어내어 매콤하게 볶아 어묵볶음까지 완성한다. 이제 옆에서 끓는 물에는 잘라둔 배추를 데친다. 데쳐낸 배추를 찬물에 헹구고 물기를 꽉 짜서 제거해 준다. 된장, 다진 마늘, 물엿을 넣어 달짝지근한 된장소스에 나물을 버무려준다.
어묵을 볶았던 펜을 한번 세척한다. 그런 후, 잘라둔 오징어, 양파, 당근, 다진 마늘을 넣어 함께 볶다가, 고추장, 고춧가루, 간장, 설탕을 넣어 양념과 함께 오징어를 볶고 마지막에 참기름과 파를 넣어 마무리해 준다. 냄비 하나에 재빠르게 완전히 익은 신김치를 넣어 볶아주며 약간 설탕을 넣어 신맛을 잡아준다. 모든 반찬이 완성됐다. 한 시간이면 충분했다.
이렇게 요리된 것을 혼자 먹으려니 좀 많았다. 나물들에 고추장을 넣어 비빔밥으로도 먹고, 오징어와 반찬을 차려 한 끼를 때우기도 한다. 지인들에게 연락하여 좋아하는 반찬이 있으면 싸주기로 한다. 담가둔 파김치와 고추장아찌도 나눔하기로 한다. 각자 좋아하는 반찬을 말해서, 봉지에 담아 챙겨둔다. 마치 반찬가게를 하는 것만 같아 포장하는 것도 재밌다. 혼자 먹어도 맛있지만 역시 음식은 나눌 때 그 기쁨이 배가된다. 나눌 수 있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