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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확위 Oct 30. 2023

두부가 왜 싫어? 이 중에 하나는 좋지 않을까?

나는 두부를 좋아한다. 두부는 흰쌀밥처럼, 갖은양념들에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하얀 캔버스처럼, 마음껏 요리하기 좋은 식재료라고 언제나 느껴왔다. 한국요리에서 채식 요리재료들이 많지만 아무래도 단백질 요리가 두 부 외에는 마땅한 게 없다. 콩으로는 콩자반 같은 조림이나 콩국수 정도 말고는 생각나는 요리도 없다. 그런 면에서 두부는 한식의 채식요리법에도 중요한 재료라 생각한다. 그래서 몇 달 전, 이곳 프랑스에서 한식 비건 쿠킹 아뜰리에를 진행할 때도 메인요리로 두부를 이용한 강정을 요리하기도 했다.


연구실에서 가장 친한 루마니아인 친구가 있다. 나와 같은 박사 후연구원인데, 이 친구가 집에 몇 번 초대해서 직접 정성스레 한 요리들을 대접해 준 일이 종종 있었다. 그렇게 몇 번을 맛봐서 이 친구가 얼마나 요리에 진심이고 요리에 재능이 있는지를 알고 있다. 그런 이 친구가 어느 날 이런 말을 하는 거다.


친구: 나는 두부를 왜 그렇게들 먹는지 모르겠어

나:??? 정말?????

친구: 아무 맛도 없잖아.

나: 어떤 사람들은 동물성 단백질을 대신해서 식물성 단백질을 먹고 싶어 하기도 하니까.

친구: 식물성 단백질이라면 그냥 콩으로 먹어도 되잖아. 굳이 가공해서 아무 맛도 안 나는 것을 만드는 게 이해가 안 돼

나: 한국에서도 두부를 많이 먹는데. 우리도 보통 두부를 요리해서 먹어. 요리하기 좋은 재료인데...

친구: 식물성 단백질을 먹을 거라면 콩 스튜 같은 걸 만들면 훨씬 맛있거든.

그러더니 바로 다음날 내게 말했다. 자기가 콩 스튜를 만들었다고. 다음날 점심으로 싸 올 테니 점심을 같이 먹자고 말이다. 그래서 다음날 그 친구의 콩스튜를 먹었다. 맛있었다. 이 친구의 요리는 자극적이지 않고 간이 참 좋다. 요리를 정성스럽게 시간을 들여하기에 항상 깊이가 있다. 섬세한 이 친구의 콩 스튜는 반박할 여지없이 맛있었다. 하지만 두부를 먹으며 자라온 내게는 두부도 맛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할 "의무감" 같은 게 느껴졌다. 평일 저녁에 시간이 조금 여유로웠던 날 집에 가는 길에 두부를 두 팩 사갔다. 집에 가서 두부로 요리를 하기 시작했다. 생각한 건 세 가지 요리였다. 두부조림, 두부를 넣은 한국 된장찌개, 두부를 으깨서 만든 야채 전.


먼저 된장찌개를 끓였다. 물론 된장찌개에 고기를 넣으면 더 맛있기는 하다. 하지만 두부로 식물성 단백질만의 맛을 보여줘야 하기 때문에 이번 두부요리들은 비건으로 준비하기로 했다. 양파와 호박을 잘라 넣고, 된장을 풀어 넣는다. 고추장도 살짝 넣어 매콤함을 추가하고 고춧가루도 좀 넣어 진하게 끓여낸다. 이 친구가 일본의 미소된장국에는 익숙해서, 그와 다른 진한 한국의 된장찌개를 맛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다음, 두부조림을 한다. 간단하다. 양파를 잔뜩 썰어 바닥에 깔고는 두부를 썰어 위에 얹는다. 다진 마늘, 고춧가루, 간장, 설탕과 물을 붓고 15분 정도 조려내주고 파를 썰어 넣고 참기름을 뿌리며 마무리한다. 쉽게 한국양념의 두부조림이 끝났다.

마지막으로는 두부를 으깨서 수분을 좀 제거해 주고는 파를 썰어 넣고, 전분으로 수분감을 잡아주었다. 간장, 참기름으로 간을 하고는 반죽을 기름 둘러준 팬 위에서 바삭하게 구워주었다. 바삭한 상태로 먹을 때는 간이며 다 좋았다.

모두 통에 담아서 다음날 연구실에 가져갔다. 이 친구와 와이프와도 제법 친해졌고, 두 부부가 거의 모든 것을 함께하는 것을 알아서, 집에 가져가서 함께 먹으라며 건네줬다. 요리를 할 줄 아는 친구라 된장찌개, 두부조림은 데워먹고, 전은 팬 위에 바삭하게 구워 먹으라 알려줬다.

며칠 뒤 시식 후기를 건네줬다. 전이나 간이 좋았고, 무엇보다 두부조림이 맛있었다고 했다. 두부를 먹으며 자란 한국인으로 두부요리의 길을 보여줄 수 있어서 뿌듯했다. 할 일을 해낸 보람이 느껴졌다. 지금까지 먹어온 두부가 헛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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