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확위 Oct 25. 2023

한국산 건나물 비빔밥 도시락

프랑스의 중소도시 스트라스부르에 살면서 이곳의 아시아마켓에 어느 정도 만족하고는 있지만, 파리만큼 그 종류들이 다양하지는 않다. 그렇기에 파리에 볼 일이 있어 갈 때마다 매번 들르는 곳이 바로 K-마트이다. 우리 동네에는 없는 것이 있는지 둘러보며 매번 뭔가를 손에 한가득 사들고 오곤 한다. 사골육수도 몇 번 사 왔고, 냉면 육수, 순대, 미원, 맛소금도 사 왔었다. 그러다 한 번은 건나물들이 있어서 무말랭이, 건취나물, 건 고사리가 있어 사들고 왔었다. 무말랭이는 진작 다 양념해서 무쳐먹어 동이 났고, 그 후에 다시 파리에 갔을 때는 구하지 못해서 아쉬워했었다. 매번 구할 수 있는 게 아니란 걸 알고 보니, 건나물들을 아낀다며 뜯지도 않고 냉동실에 넣어뒀다. 냉동실 보관의 장점은 오래간다는 것이고, 단점은 눈에서 멀어지니 가끔 완전히 잊곤 한다는 거다.


냉동실의 건나물을 잊고 있다가 돈을 아낄 겸 장을 안 보고 집에 있는 재료들로 요리를 하기로 한 주말이었다. 장을 보려다가 통장 잔고를 보고는 충격받아서, 돈을 쓰지 않기로 하고 집에 돌아와 찬장, 냉장고, 냉동실을 모두 살펴보며 요리해 먹을 재료들을 찾았더랬다. 그러다 보니 한 동안 안 먹었던 재료들이 눈에 들어오면서 각종 마른 재료들로 요리를 준비하게 되었다. 냉동실의 마른 멸치도 꺼내고, 찬장에 보관 중인 마른 검은콩도 꺼낸다. 냉장고에 남아있던 가지, 버섯, 쥬키니 호박도 꺼낸다. 냉동실에 잘 보관 중이던 건취나물을 꺼낸다. 건 고사리도 꺼내든다. 고사리로 나물을 할까 하다가, 주중에 사다 뒀던 소고기가 보여서, 고사리는 육개장을 끓이고 취나물만 나물로 하기로 한다.


한국에서는 따로 건나물을 나물로 무쳐먹었던 적이 없다. 워낙 신선한 재료들을 다 구할 수 있으니 굳이-?라는 느낌이랄까. 프랑스에 와서야 건나물을 이렇게 구해서 요리하게 되었는데, 건고사리나 건취나물이나 12시간 가까이 찬물에 담가 불린 후, 20분 가까이 끓는 물에 삶아줘야 한다. 말려서 오래 보관한 만큼 다시 생기를 불어넣는데 시간이 걸린다. 건나물들을 찬물에 불려놓고, 딴짓을 한다.


한 참 후 시간이 충분히 지난 후, 다른 재료들까지 요리하기 시작한다. 미역도 물에 불려서 소고기 반절은 소고기 미역국을 끓인다. 고사리를 삶아내고 물기를 짜고는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준다. 육수 낸 고기, 육수에 데친 파, 고사리에 고춧가루, 다진 마늘, 국간장으로 먼저 무쳐내어 간이 들게 한다. 그런 후, 육수에 넣어 끓여내고는 마지막 계란을 풀어주고 육개장을 완성한다. 먼저 간단한 채소들을 볶아 볶음 겸 나물을 만든다. 쥬키니를 잘라 볶아내면서 새우젓으로 간을 하며 호박나물을 만들고, 버섯도 잘라서 볶아낸다. 가지는 전에 독일에서 사다둔 건데 일주일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싱싱했다. 일본의 미즈나시? 인지 유튜브에서 봤던 물가 지를 만들려고 사 온 건데 레시피를 찾지를 못해 결국 그냥 냉장고에 방치됐던 가지였다. 가지를 고추장도 넣어서 매콤하게 볶아낸다. 취나물도 삶아내고는 액젓과 다진 마늘, 참기름으로 가볍게 무쳐낸다. 나물들을 할 준비를 하면서 고기로 육수를 내기 전 볶음고추장을 만들 생각으로 소고기 소량을 따로 잘라 뒀었다. 미리 빼둔 소고기를 잘게 다지고는, 다진 마늘, 간장, 다진 파 등과 함께 소고기를 볶아내고는 고추장을 넣어 함께 볶아 볶음고추장을 만들었다. 나물들로 비빔밥을 만들 생각이었다.

이렇게 모든 요리가 간단히 끝났다. 2시간 만에 국 2종류에 각종 나물이 완성되었다. 한 주가 풍성해질 것 같았다. 원래는 혼자 먹을 생각이었다. 육개장을 먹으니 맛있어서 혼자 먹기 아까웠다. 나의 요리실력을 좀 뽐내고 싶었다. 그러고는 나물들에 계란 프라이를 얹어 볶음고추장으로 비빔밥을 해 먹었더니, 오래간만에 제대로 건나물도 들어가니 비빔밥이 정말 맛있었다. 이것도 혼자 먹기 너무 아쉬웠다. 그 전주에 김치 나눔을 했던 한국인 지인들에게 다시 연락한다. 육개장과 비빔밥 먹겠느냐고. 다들 YES를 외쳐주었다. 기쁜 마음에 비빔밥 도시락과 육개장을 통에 담는다. 약속을 잡고는 저녁에 도시락을 건네주었다. 혼자 먹어도 맛있지만 나눠 먹어야 더 맛있다. 요리를 나눌 사람들이 생겨서 기쁘다.

*물론 맛있게 잘 먹었다는 연락을 받았다. 예상했던 결과이다- 정말 맛있었으니까.

매거진의 이전글 깍두기가 맛있기에 혼자 먹기 아까워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