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x20 cm 캔버스를 새로 주문했다. 예전에도 20x20 cm를 종종 그리곤 했는데, 어쩌다 30x30 cm 했더니 크기가 커져서 그림 속에서 나의 부족한 실력이 너무 여실히 드러나기에 그림이 그려지지가 않았다. 다시 작은 사이즈의 캔버스를 구매하고는 책상에 앉아 무엇을 그릴까 고민해 본다. 최근에 한국에 다시 돌아오면서 새 집 정리도 하고, 새 일자리에 적응도 하고 이런저런 것들을 하느라 두 달 가까이 그림을 그리지 않았다. 취미로 하고는 있지만 그래도 나의 많은 취미 중 꽤나 좋아하는 것이 그림 그리는 것이다. 다시 그림을 그리기 위해 붓을 잡는다. 고민 끝에 그릴 것은 내가 좋아하는 "개"다. 한참 수채화로 여러 개들을 그렸던 적이 있다. 이번에는 아크릴로 개를 그려보기로 한다.
그림 그릴 재료들은 주로 사진으로 하는데, 보통 저작권 프리 사이트인 Pexels.com에서 사진을 찾곤 한다. 아무도 내게 저작권에 대해 문제 삼을 리는 없다는 걸 알면서도 괜히 저작권에서 자유로운 사진들을 찾아 선택한다. 이 날 선택한 것은 옆을 바라보는 달마티안이다. 아크릴로 캔버스에 개를 그리기는 처음이라 잘 될까 긴장되는 마음으로 그림을 그려본다.
먼저 캔버스에 간단하게 스케치를 한다. 개를 그릴 때 비율이 잘못되면 다른 종의 개가 되어버리기에 스케치에서 비율을 맞게 그리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아크릴 사용법을 배운 것이 아니라 혼자 독학으로 터득했다 보니 나는 물감을 좀 과하게 많이 쓰는 편이다. 물감을 덕지덕지 발라가며 최대한 사진과 비슷한 모습이 되도록 칠해본다. 검은색을 섞어 그려내 본다. 개를 그릴 때 가장 어려운 부분은 코이다. 코는 보통 까맣지만 그 안에 다양한 "어두운"색들이 있어서 그걸 제대로 표현하는 게 내겐 어려운 느낌이다. 어느 정도 개를 그리고 나서, 바탕을 까맣게 칠해 본다. 까만 배경을 모두 칠하고 나니, 하얀 달마티안이 더욱 도드라지며 느낌이 더 사는 것 같았다.
제법 만족스러운 첫 그림이 완성되어, 주변인들로부터 평가를 위해 사진을 찍어 보내본다. 한 친구가 굉장히 맘에 든다며, 자기가 사겠다고 했다. 술 한잔을 쏘고 그림을 전달하기로 했다. 첫 시작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