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든 하루, 불고기에 된장찌개로 마음을 녹이다

by 이확위

어느 날은 유난히 힘든 하루가 있다. 사람마다 사정이 다르겠지만, 나의 경우는 보통 일이 많아서 육체적으로 피곤한 날보다 일이 잘 풀리지 않아 정신적으로 피곤할 때가 더 힘들게 다가온다. 그럴 때면 집에 돌아오는 길부터도 피곤해서 집에 도착하면 바로 침대에 누워 쉬고 싶은 기분이기도 하다. 하지만 살아오며 느낀 건, 힘들 때일수록 자신을 돌보는 게 필요하다는 점이다.


피곤한 하루였다. 집에 돌아와서 입맛도 없었지만, 밤이 되면 배고플 테니 뭔가는 저녁을 먹어야 했다. 외국에 나가 있을 때는 배달이 용이하지 않은 외곽지역이라 언제나 나를 위해 상을 차리곤 했지만, 한국에 돌아오니 워낙 배달이 쉬워서 종종 너무 쉽게 배달을 시키곤 했다. 하지만, 피곤했던 이 날 저녁은 다시 내가 날 위해 차려주고 싶었다. 힘들었던 나 자신을 위해 따뜻한 저녁 상을 차려 나를 위로하고 싶었다.


냉장고를 뒤진다. 밀프랩으로 한 주간 먹을 것들을 어느 정도 미리 준비해 뒀었다. 재워뒀던 소불고기가 눈에 띄었다. 따뜻한 뭔가를 곁들이고 싶었다. 고민하다 된장찌개를 곁들이기로 했다. 다행히 미리 사뒀던 재료들이 있어서 바로 요리할 수 있었다. 육수는 귀찮으니 남아있던 고기를 이용해서 끓이며 고기에서 육수가 우려 나길 기대했다. 냄비에 물을 붓고, 된장을 듬뿍 넣어 풀어준다. 찌개니까 아낌없이 된장을 넣어준다. 재료는 간단하다. 냉장고에 남아있던 돼지고기, 양파, 애호박이면 충분하다. 팔팔 끓여주며 채소들이 모두 뭉근해지면 고춧가루를 한 스푼 정도 넣어 칼칼함을 더해주고 두부를 잘라 넣어 다시 한번 뭉근하게 끓여준다. 따뜻한 찌개가 준비될 쯤에 불고기를 익히기 시작한다.

그릇에 냉장고에 준비되어 있는 반찬들을 담아내고, 불고기를 싸 먹을 상추쌈도 준비한다. 다 끓은 찌개를 그릇에 담아내고 밥을 듬뿍 떠내어 나를 위한 한 상을 차려낸다. 요리를 좋아하는 내게는 이런 나를 위해 요리하는 시간이 힐링과 같았다. 요리를 차리면서 오늘 하루 힘들었던 일들을 잊을 수 있었다. 요리하며 마음이 차분해지고, 따뜻한 밥 한 숟가락에, 달짝지근한 불고기에 뜨끈한 된장찌개를 삼키니 몸과 마음이 모두 따뜻해졌다. 내일은 오늘보다 나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힘든 하루, 불고기에 된장찌개 한 상으로 내 마음을 녹였다. 이렇게 나는 다시 힘을 내고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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