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에 글을 쓰면서 했던 프로젝트 중 하나가 주변인들을 인터뷰하는 것이었다. 인터뷰를 하며 마지막 마무리는 항상 공통 질문을 건넸다. 바로 “당신 인생에서 꿈이나 목표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그리고 현재 자신은 거기에 얼마나 도달한 것 같나요?”라는 것이었다. 그 당시 프랑스에 살고 있을 때라, 프랑스의 지인들에게도 물었고, 한국에 있는 가족, 친구들에게 메일이나 메신저를 통해 질문하여 인터뷰를 완성했었다. 그렇게 10명 정도의 인터뷰를 모았는데, 한국에 돌아오게 되고 여러 가지로 정신없다 보니 프로젝트에 더 이상 진전이 없었다.
다시 생각해 보면 조금 인상적이었던 것이, 한국에 있는 많은 지인들의 답이 “행복해지기”였다. 행복을 꿈꾸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았다. 반면에 프랑스에 있는 지인들은 딱히 나중을 위한 큰 꿈에 대해 얘기하지 않았다. 지금 순간에 만족한다고 답한 사람이 많았다. 내 주위의 몇 사람을 가지고 한국은 이렇고, 유럽(프랑스)은 이렇다고 말하진 않겠다. 다만 프랑스에서 아이를 키우고 있는 한 한국인 지인이 말하길, 한국에 있을 때 뭔가 인생의 목표를 세우고 그랬었는데 돌이켜보니 자신의 삶에서는 계획대로 된 것보다 의외의 길로 들어선 경우가 더 많았다고 했다. 그런 일이 반복되다 보니 나중을 위한 뭔가 거창한 계획보다는 지금 살고 있는 순간에 더 집중하게 되었다고 했다. 물론, 아이들이 잘 자라고 하는 그런 누구나 가지는 꿈 정도는 있다고 했지만, 그런 게 아니고서야 인생에서 이루고자 하는 어떤 “꿈, 목표” 같은 것은 따로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고 했다. 생각해 보면, 내 삶에서도 많은 경우가 계획대로 된 것이 아니었다. 어쩌다 보니 이런 선택을 하고, 살다 보니 어떤 기회가 찾아와서 그 기회를 잡고, 이런 식으로 준비된 것이 더 많았다. 하지만 프랑스에 사는 지인과 나의 차이는 그럼에도 나는 여전히 현재보다 나중을 더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MBTI를 좋아하지 않지만 흔히 계획형의 경우 J라고 말한다. 그 정도가 강한 사람들을 파워 J라고들 하는데 내가 그쪽에 속하는 사람이다. MBTI에서 다른 것들은 바뀌는 편이지만, 맨 앞은 I, 맨 끝은 항상 J로 끝난다. 변치 않는 그 사람의 성향이라는 것이 있기는 한 모양이다. 이렇게 어릴 적부터 한결같이 계획형인 나는 언제나 뭔가 다음 계획이 있는 것을 선호한다. 무언가를 이루더라도, 그 순간보다 그 이후를 더 생각하게 된다. 이러한 내 성향 때문인지 현재를 온전히 느끼며 살아가는 사람이 쉽게 되지 못한다. 계획적인 것만이 아니라, 언제나 성장, 발전을 꿈꾸며 스스로의 부족함을 찾는 편이기에 무얼 해도 쉽게 만족하지 못한다. 그래서 나는 자존감도 행복도도 굉장히 낮다.
어떤 삶을 살고 싶으냐고 묻는다면, 이런 나에게서 벗어나서 온전히 현재에 충실한 사람이 되고 싶다고 답하고 싶다. 나중의 행복을 추구하는 삶을 추구하며 계획을 세우고 목표를 가지며 계속해서 애쓰기보다, 지금 살아있는 이 순간의 행복에 보다 더 집중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렇게 현실, 이 순간에 집중하여 삶을 살아가면 그런 하루하루가 쌓였을 때 얼마나 풍만한 삶이 되겠는가. 계획도 세울 수 있고, 꿈도 꿀 수 있다. 하지만 꿈만을 위해 살아가다 보면 꿈을 이루기 위해 살아가는 그 과정들에서 느껴야 할 행복을 놓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니 나는 오늘을 위해 살아가는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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