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즈피자 시켜도 되나요?

by 이확위

나는 심플한 피자를 좋아하는 편이다. 토핑은 적으면 적을수록 좋다. 그렇기에 종종 다양한 토핑이 올라가 다채로운 K-피자들이 취향에 맞지 않는 경우가 많다.


어릴 적 시골에서 살아서, 집 근처에는 마땅한 피자집이 없었다. 처음 먹어본 피자는 콤비네이션 피자였었다. 맛에 대해서 큰 기억은 없지만 맛있게 먹었을 거다. 그러다 근처 미군 기지에서 피자를 맛보게 되었고, 맛있다기보다 너무 짜서 제대로 먹지 못했던 기억이 있다. 입맛에 맞지 않는데 크기는 또 얼마나 크던지. 좀 더 큰 도시에서 고등학교를 다니게 되면서 피자를 더 자주 접하게 되었고 그때쯤 새로운 피자집들이 오픈하기 시작했었다. 처음으로 치즈 크러스트 피자를 먹으며 이런 생각을 해낸 사람은 천재가 아닐까 생각하기도 했다. 새로운 토핑이 올라간 신메뉴들이 나올 때도 매번 감탄하며 피자를 즐기곤 했었다. 새로운 맛들이 그 당시에는 모두 좋았다. 그런데 피자 체인점 들디 계속해서 신메뉴를 개발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는지, 내 기준으로는 무리수스러운 실험들이 많아지는 느낌이었다. 토핑들이 점점 과해지기 시작했고, 가격도 계속해서 오르며 피자 한 판 주문하기 부담스러운 수준에까지 이르기 시작했다.


내가 심플한 피자를 좋아하게 된 것은 처음으로 치즈 피자를 먹기 시작하면서였다. 어느 크리스마스 시즌에 영화 나 홀로 집에를 보고 있었다. 부모님과 떨어져 혼자가 된 케빈이 뉴욕의 호텔에서 혼자 지내게 되자, 피자를 맘껏 주문했는데 그게 바로 치즈피자였다. 그 당시 다른 토핑이 없는 치즈피자를 먹어본 적이 없던 나는 치즈피자가 담긴 피자 상자의 뚜껑을 열어 확인하고는 만족감에 미소 짓는 귀여운 케빈을 보며 그 맛이 궁금해졌다. '저게 뭐지? 토마토소스에 치즈만 있는 거야?'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후에 피자를 시킬 때 보니, 모든 피자집들에는 치즈피자가 있었다. 피자 중 가장 기본인 피자였던 것이다. 반신반의하며 혼자 치즈피자를 시켰다. '토핑이 없는데 무슨 맛으로 먹지?'라는 생각을 하며 한 입 베어 물었다. 피자 도우 위에 발라져 있는 토마토소스와 잘 녹음 ㄴ치즈와의 조합은 단순하지만 충분했다. 맛있었다. 다른 게 딱히 필요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이때부터 치즈 피자를 좋아했고, 치즈 피자가 질릴 때는 이 위에 페퍼로니 하나 얹어진 페퍼로니 피자를 주문하곤 했다. 치즈 피자를 먹을 때는 제공되는 파마산 치즈가루를 뿌리고, 페퍼로니 피자를 먹을 때는 핫소스를 뿌려 매콤함을 추가하곤 했다.


치즈 피자를 좋아하면 평소 혼자 먹을 때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사람들과 함께할 때는 종종 난감해지곤 했다. 꽤나 많은 사람들이 치즈 피자는 아무런 토핑이 없어서인지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 느낌이었다. 그렇기에 함께 먹을 때는 치즈 피자를 잘 주문하지 못한다. 많이 양보하여 페퍼로니 피자정도이다. 한국은 토핑이 듬뿍 들어간 게 인기가 많은지, 언젠가부터 페퍼로니가 점점 많아지더니 모든 면을 페퍼로니로 가득 채운 페퍼로니 피자를 파는 곳들도 생겨났다. 페퍼로니 피자를 좋아하지만 내게는 그 토핑도 과하게 느껴졌다. 모든 한 입에 페퍼로니가 있는 것보다는 먹으며 적당한 타이밍에 페퍼로니가 입 안에 들어오는 게 좋았다. 하지만 이건 내 취향일 뿐이고, 내가 싫으면 다른 곳에 시키면 되는 것이다.


일 때문에 얼마 전에 프랑스에서 몇 년 살다 오게 되었다. 프랑스에서 내가 살던 집은 외곽에 있어서 주변에 마땅한 식당이 없었지만, 동네 빵집, 동네 펍, 동네 피자가게가 하나씩 있었다. 피자가게를 갔다. 모두 불어로 적힌 메뉴판을 읽을 수 없었지만, 아는 단어들의 조합인 네 가지 치즈(quatre fromage) 피자가 있었다. 치즈가 네 종류라니! 역시 치즈의 나라구나 싶었고, 아는 단어가 그것들 뿐이라 네 가지 치즈 피자를 한 판 시켜 집에 들고 왔다. 집에 도착해 뚜껑을 열었더니, 커다란 하얀 푸른곰팡이, 블루치즈가 커다랗게 듬뿍듬뿍 올라간 것이 보였다. 한국에서라면 이 치즈 값만으로도 값이 꽤나 될 것 같은데, 치즈가 저렴한 프랑스에서는 아낌없이 치즈를 넣었더라. 다양한 치즈에서 오는 서로 다른 치즈의 고소함이 가득하고, 빵의 나라답게 도우도 잘 구워져 있었다. 이렇게 다양한 치즈를 넣으니 치즈 피자의 맛이 한 층 업그레이드 된 듯했다.

피자의 본 고장 이탈리아에 가보게 되었다. 나폴리에 가고 싶었지만 내가 간 곳은 로마였다. 구글맵을 계속해서 살펴보다가 숙소 근처에 나폴리 피자를 파는 곳을 발견했다. 근처 가게 중 평점이 가장 높은 곳의 하나였고, 사람들이 베스트 피자라며 평이 후했다. 평일 낮 조금 늦은 런치 시간에 조그마한 가게에 들어가 피자를 시켰다. 가장 기본인 마르게리타를 시켰다. 시간이 조금 흐르고 피자가 나왔다. 토마토소스, 생 모차렐라 치즈, 신선한 바질이 전부이다. 피자를 맛본다. 맛있다. 다른 토핑이 필요 없다. 도우에서 글루텐의 쫄깃함도 너무 좋고, 신선한 토마토소스, 모차렐라 치즈 모두 좋은 재료들에서 나온 밸런스가 너무 좋았다. 로마에서 먹는 나폴리 피자가 이 정도인데 나폴리에 가면 얼마나 대단한 맛일까 하는 기대감이 들었다.

한국에 다시 돌아온 후, 학교에서 열리는 콘퍼런스에 몇 번 참석할 일이 있었다. 학생들과 참석자들을 위해 공짜로 샌드위치 또는 피자가 제공되었다. 피자는 역시나 토핑 가득한 피자였다. 심플한 피자를 점점 좋아하게 되면서 토핑이 많은 피자를 보면 입맛이 돌지 않게 되었다. 맛이 너무 복잡하게 느껴졌다. 굳이 이게 필요할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이게 싫다면 그냥 내가 안 시키면 된다. 다행이라면, 요즘은 워낙 피자집들이 많고 그 스타일들도 제각각이라서 어디든 내 취향에 맞는 가게를 찾는 게 쉬워졌다. 취향에 따라 피자를 맛볼 수 있는 거다. 그러니 내가 아쉬울 일은 크게 없다. 함께 먹을 때 치즈피자를 먹기 어려운 점만 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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