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지를 싫어한다고 생각했다. 적어도 스물 중반까지는 그랬던 것 같다. 그때까지는 사실 가지요리를 먹어 본 것이, 가지 나물이 전부였다. 집에서 엄마는 종종 가지나물을 해주곤 하셨는데, 엄마의 가지나물은 (지금은 너무도 맛있지만) 흐물흐물하면서 보랏빛의 가지가 있는 그 모습이 그다지 먹음직스럽게 보이지 않았다. 가지를 좋아하게 된 후, 다시 맛보는 엄마의 가지나물은 자극적이지 않고 심심한 듯 하지만 그 안에서 느껴지는 담백하면서 부드러운 맛이 일품이다. 지금은 엄마의 가지나물 하나만 가지고도 밥 한 공기를 뚝딱할 수 있다. 엄마는 가지를 큼지막하게 반 갈라 자른 후, 부드럽게 찜기에 쪄낸 후에 그것을 손으로 하나하나 찢어낸다. 그 후에 참기름, 소금, 다진 마늘, 파를 넣어 조물조물해 준 후 참깨를 뿌려내어 완성하는데 찌기가 귀찮아서 전자레인지에 대충 익혀보기도 하며 정성을 덜 하니 내가 만들면 엄마의 그 맛이 나지 않는다. 엄마의 가지얘기를 여기까지 하고, 본격적으로 가지에 대해 말해보자면. 이렇게 가지나물만 접하고 가지에 대해 잘 모르다가 가지의 맛을 느끼게 된 것은 튀김을 통해서였다.
어느 일식집에서 각종 튀김에 가지 튀김이 함께 나왔다. '엥? 가지? 윽' 했지만, 어른스럽게 편식하지 않고 가지를 먹었는데 너무 맛있는 거다. 바삭한 튀김옷에 부드러운 가지가 너무 인상적이었다. 그 후로는 중식 가지튀김을 접하면서 '가지가 튀기면 정말 맛있구나!'를 알게 되었고, 어느 날 이탈리안 요리를 내는 와인바에서 가지를 이용해서 만든 "가지 롤라티니"라는 것을 맛봤는데 토마토와 가지가 이렇게 잘 어울린다는 사실이 다소 충격적이었다. 그렇게 점점 가지의 맛에 익숙해지면서 가지를 좋아하게 되었다. 가지에 대한 거부감이 사라진 후에 집에 내려갔다가 엄마가 가지나물을 해주셨는데 다시 맛보니 '어? 이게 이 맛이었어?'라고 놀라며 가지나물을 흡입했다. 그렇게 나는 가지를 좋아하게 되었다.
이건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고 나는 정말 한국 음식을 사랑하는 사람이지만, 한식이 가지의 매력을 충분히 살리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에서 가지요리를 생각해 보면 가지나물이나 가지볶음에서 더 나아간 조리법이 딱히 떠오르지 않는다. 하지만 이 가지를 전 세계의 각종 요리의 재료로 보기 시작하면 그 가능성이 무한대가 된다. 얼마 전까지 프랑스에서 일을 하다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는데, 그곳에서는 가지를 싫어한다고 말하는 친구들을 그다지 보지 못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가지를 좋아한다 말하는 사람보다 싫다 말하는 사람을 더 자주 만났던 것 같다. 그곳에서 다양한 가지 요리들을 접할 수 있었는데, 친해진 루마니아 친구네 집에 갔을 때는 가지를 구워내어 속살만 긁어내어 만든 샐러드도 접해볼 수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빵에 발라 먹을 수 있게 가지를 구워내고 토마토소스와 함께 만든 것도 너무 맛이 좋아 바에서 바닥을 긁으며 먹었던 기억이 있다. 이전에 이탈리안 와인바에서 먹었던 가지 롤라티니는 그 후 유튜브로 레시피를 찾아서 지금도 가끔 직접 만들어 먹고 있다. (가지와 토마토의 궁합은 최고이다. 거기에 치즈까지 곁들이면,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가지 튀김에서도 더 나아가 가지를 잘라서 칼집을 내고 그 사이에 다진 새우 반죽을 넣고는 튀김옷을 입혀 튀기면, 기름진 게 싫다며 튀김을 거부하는 엄마도 거부하지 않고 몇 개고 집어드시는 맛 좋은 가지요리가 된다.
최근에 혼자 요리를 하면서 발견한 또 다른 맛 좋은 가지요리가 있다. 가지돼지고기 고추장 볶음이라고 이름을 지어야 할까? 먼저 다진 마늘, 다진파로 기름을 내주면서 여기에 돼지고기 다짐육을 넣어 고기를 볶아준다. 그런 후, 작게 잘라준 가지를 넣고는 함께 볶아준다. 고추장:된장=3:1 비율로 넣어주고, 약간의 설탕도 넣어준 후 물을 조금 붓고 잘 조려 내준다. 밥 위에 얹어 덮밥으로 먹으면 아주 훌륭한 한 끼이다.
며칠 전 한 유튜버가 가지구이를 만드는 것을 보았다. 그녀와 남편이 가지구이에 볶음밥을 너무도 맛있게 먹는 것을 보면서 입맛을 다시고 꼭 저 가지구이를 만들어야겠다 생각했다. 이번주에는 가지를 사다가 새로운 가지구이를 만들어보려 한다. 가지 요리, 그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니 "난 가지가 싫어!"라고 확언하지 말자. 가지요리도 가지 가지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