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확위 Sep 01. 2024

어떤 계란 요리가 좋나요?

당신은 어떤 계란을 좋아하나요? 한국에서라면 보통 반숙이냐 완숙이냐 정도의 질문일 것이다. 어떤 계란이 좋은가에 대한 얘기는 예전에 보았던 로맨틱 코미디 영화에서였다. 한 여자가 결혼식장에서 계속 도망친다는 뉴스에 흥미를 가진 기자가 취재차 그 여자가 사는 곳을 방문하고 그 여자에 대해 알아가다가 결국 서로 사랑에 빠지는 영화였다. 그 영화에서 여주인공은 항상 만나는 남자의 취향에 자신의 취향을 맞췄다.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가 아니라, 상대가 좋아하는 것을 가지고 자기도 좋아한다고 말하곤 했다. 그래서 만나는 남자마다 알고 있는 그녀가 좋아하는 계란 요리가 달랐다. 누군가는 그녀는 스크램블에그를 좋아해요라고 말하고, 누군가는 그녀는 써니사이드업을 좋아한다고 말하고 누군가는 하드보일드에그라고 말하곤 했다. 그 영화를 보면서 ‘아 계란에 대해서도 저렇게 다양한 취향이 있을 수 있구나’라고 알게 되었다.


기본적인 반숙 vs 완숙에 대한 질문을 한다면 나는 어릴 적부터 한결같이 반숙 파였다. 어릴 적 먹은 계란이라면 계란프라이와 삶은 계란 정도였는데, 엄마에게 계란프라이는 언제나 반숙으로 요청했다. 다 익은 노른자의 퍽퍽함이 싫었다. 게다가 조금만 오버 쿡되면 황에서 나오는 맛이 싫었다. 삶은 계란은 반숙이 좋았지만 엄마가 완숙만 해주었기에 마지못해 완숙의 삶은 계란을 먹다 보니 삶은 계란이 싫었다. 그러나 몇 년 전 편의 전에 반숙란이 나오기 시작했다. 간이 조금 센 것만 빼면, 내가 딱 좋아하는 정도의 삶기였다. 처음 그 계란을 맛볼 때는 내가 좋아하는 정도의 삶은 계란을 이렇게 쉽게 먹을 수 있다니 그야말로 “감동”이었다.


어릴 적 호텔 조식에서 스크램블 에그를 처음 접했었다. 부드러운 스크램블 에그가 좋았다. 어릴 적부터 요리를 좋아했기에 집에서도 한번 시도해 봤지만 내가 만들면 그다지 부드럽지가 않았다. 해외에 연구실에서 일하면서 몇 년을 지냈다. 연구실 사람들과 함께 여행을 갔다가 아침에 스페인친구가 스크램블 에그를 만들어주었다. 내가 본 적 없는 정도로 과하게 버터를 듬뿍 넣어 거기에 계란을 부어 만들어주었는데, 과하다고 생각했던 버터가 막상 완성되니 전혀 부담스럽지 않고 부드러운 계란 요리가 되더라.

내가 어릴 때 엄마는 종종 오므라이스를 해주셨다. 한국의 오므라이스는 오믈렛을 만드는 것은 아니니 오믈렛은 먹어보질 못하고 자랐다. 성인이 된 후, 한 호텔에서 원하는 계란 요리를 해줬다. 오믈렛을 요청하고 안에 들어갈 재료도 선택할 수 있었다. 그때 맛 오믈렛이 너무 맛있어서, 그 이후로 종종 직접 오믈렛을 만들어 먹곤 했다.

서양 쪽과 다르게 한국에서 계란 요리하면 추가되는 것이 계란찜과 계란말이가 더 있다. 엄마는 계란찜을 계란탕 형태로 만들어 주시곤 했다. 학교 급식에서도 계란찜은 잦은 메뉴 중 하나였다. 내가 엄마의 계란탕을 보통 식당의 계란찜보다 좋아하는 이유는 오버 쿡되는 일이 없기 때문이다. 나는 정말이지 너무 익은 계란이 싫다. 계란말이도 비슷하다. 겉이 너무 익어 갈색으로 변한 계란말이는 부드러움이 적어 선호하지 않는 편이다. 계란말이는 부드러운 게 좋아서, 채소들을 다져 넣은 계란말이보다는 계란만으로 만든 것을 좋아한다.


지금까지 이런저런 계란 요리를 쭉 얘기했지만, 반숙과 완숙 중 반숙이 좋다는 것 외에는 내가 어떤 계란을 제일 좋아하는지를 사실 선택하기는 쉽지 않다. 그럼에도 내가 가장 자주 먹는 것을 생각해 보면, 써니사이드업이다. 노른자가 활짝 해처럼 솟아있는 계란프라이 말이다. 맛도 좋지만 비주얼도 그 어떤 계란 요리보다 내게는 먹음직스러운 느낌이다.

당신은 어떤 계란 요리를 좋아하나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