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회 때문에 대구에 갔다. 혼자 가는 것이라 함께 먹을 사람이 없어 혼자 다녀야 했다. 국밥집도 가고, 혼자 점심 한식 뷔페도 갔지만, 저녁까지 그렇게 먹고 싶지는 않았다. 마지막 밤에 고민 끝에 혼자 뭉티기를 먹기로 다짐했다.
뭉티기를 처음 본 것은 아마 유튜브를 통해서였다. 지금까지 생고기는 육회처럼 잘게 자른 것만을 보았었는데, 고기를 덩어리째 먹는다는 것이 낯설고 궁금하기도 했다. 신선한 뭉티기는 접시에서 떨어지지 않는다며 뒤집어보는 모습에 더 신기하고 궁금했었다.
숙소 근처의 가게들을 검색하여 그중 평이 좋은 곳을 찾아갔다. 혹시라도 혼자라고 안 받는 건 아닐지, 술을 안 마신다고 안 받는 건 아닐지 걱정을 했지만 반갑게 맞아주고 자리를 안내받았다. 메뉴판은 단출했다. 뭉티기만 먹거나 육회도 먹거나-그게 내가 선택할 것들이었다. 고민하다가 뭉티기만 맛보고 별로면 어쩌지? 하는 생각에 뭉티기와 육회를 반반 주문했다. 잠시 후 상차림이 시작되었다. 이것저것 맛깔난 녀석들이 상을 잔뜩 채웠다. 잠시 후 주인공인 뭉티기가 한쪽에는 육회를 데리고 나타났다.
소스도 주셨다. 소스는 겉보기에 참기름에 불린 고추를 갈아서 넣고, 다진 마늘이 좀 들어간 그런 모양새였다.
궁금함에 먼저 뭉티기를 젓가락으로 하나 집어 소스에 찍어 입에 넣는다. 소스의 참기름 향과 씹을수록 고소한 고기의 맛이 부드럽게 들어왔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뭔가 "맛"이라 할 것이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담백하고 고소함-정도라고 하겠다. 소스에 아주 약간의 소금이 들어간 듯싶기도 했지만 확실치는 않았다. 이 맛이 맞나? 하는 생각에 한 번 더 맛을 보았다. 회 같은 느낌이었다. 회인데, 바다맛이 쏙 빠진- 그런 맛이었다. 가격이 저렴한 것은 아니었기에 이 정도 가격의 가치가 있는 것인지는 잘 와닿지 않았다.
옆에 함께 놓인 육회를 맛보았다. 맛있다. 육회는 간이 되어 있으니까. 부드러운 육회가 최근에 맛본 그 어느 육회보다 맛있었다. 나는 뭉티기를 먹기에는 너무 어린애인가-하는 생각도 들었고, 아니면 혹시 내가 술을 마시지 않았기에 뭉티기의 참맛을 몰랐나-하는 생각도 들었다.
결과적으로 맛은 있는데, 싫은 건 절대 아니다. "맛" 자체가 크게 있는 음식이 아니라 고소함, 담백한, 재료 본연의 맛에 가까운 음식이었다. 이것도 요리인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해서 크게 감흥을 느끼진 못하였다. 누군가 사준다면 "아이고 감사합니다."하고 먹을 것 같지만, 내게 돈을 내고 사라고 한다면 내가 또 먹을지는 모르겠다. 다음에는 술과 함께 먹어보고 싶기는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