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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확위 Nov 11. 2022

모듬채소찜, 고기는 거들뿐

채소를 듬뿍 먹고 싶은 날

전부터 딤섬, 만두 찌는 나무틀이 갖고 싶었다. 한국에서도 갖고 싶어도 사지 않던 것을 해외에 나와 아시아 마켓에서 보고는 사 와버렸다. 어차피 찜을 위한 찜기가 필요하긴 했다는 핑계가 있었다. 만두를 쪄먹어도 이 나무틀에 담아 찌면 더 있어 보였다. 어느 날, 갖은 채소들과 고기를 이용해 모둠 찜을 해 먹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다. 전에 한국에서 편백나무 찜을 먹은 적이 있었다. 가격은 되게 비쌌는데, 찜틀안에 채소랑 고기랑 해산물 약간 있는 정도였다. 딱히 요리라 할 만한 것도 아니고, 재료를 준비해서 찌기만 하면 되는 거였다. 해먹을 생각을 하니 새로 장을 봐야 했다. 아무래도 찜에 배추가 빠지면 안 되기 때문이다.


마트에서 배추와 버섯, 숙주 그리고 얇게 저민 소고기 등 갖은 재료들을 사 왔다. 딱히 준비랄 것이 없었다. 채소들을 씻고, 적당한 크기로 잘랐다. 끝이었다. 나무 찜기를 꺼낸다. 찜기 바닥에 배추와 채소들을 깔고, 맨 위에 고기를 얹는다. 채소들이 주인공이고 고기는 곁들여질 뿐이다. 하지만 이왕 고기가 들어간다면, 쪄지면서 육수가 채소들에 흘러들어 가게 고기를 맨 위에 얹는다. 찜기는 있는데 마땅한 냄비가 없어서 어쩔 수 없이 프라이팬에 물을 담고 그 위에 찜기를 얹는다. 물이 엄청나게 잘 날아가서 계속해서 뜨거운 물을 부어주며 쪄냈다. 이게 무슨 고생인가 싶었다. 하지만 완성된 후, 나무 찜기의 뚜껑을 열며 고생하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그저 찜기만 다른 걸 사용했을 뿐인데 파는 것 같은 메뉴가 완성됐다.


소스는 별다른 냉장고를 뒤져, 스위트 칠리소스와 고추냉이 간장을 준비했다. 고기보다도 푸익은 배추와 숙주 같은 갖은 채소들이 훨씬 맛있었다. 냉장고에 채소가 많이 남아있어서 처치 곤란하다면 모둠 채소 찜은 어떨까. 간단히 쪄내어 자신이 좋아하는 소스에 찍어먹어 보자. 초고추장이면 어떻고, 간장소스면 어떠하리. 맛있으면 모든 게 용서되는 1인 밥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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