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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확위 Nov 08. 2022

짜장면 배달이 안된다면

해외에서 짜장면 해 먹기

나는 짜장면을 좋아한다. 짜장면 vs 짬뽕하면 1초도 안 걸려 선택할 수 있다. 난 짜장면 파다. 해외에 나와서 집을 구해 자리 잡은 후, 집 근처 아시아 마켓을 신나게 돌아다녔다. 아시아 마켓에서 짜장라면이 여러 종류가 있는 걸 보고는 신나서 세 종류는 들고 왔던 것 같다. 한동안 짜장라면으로 짜장면을 대신해 보았지만, 아무래도 충족되지 않는 게 있었다. 그래서 그다음 나의 선택이, 유튜브를 보고 따라한 짜장라면으로 짜장면 만들기였다. 돼지고기를 준비하고, 호박, 양파를 준비한 후, 짜장라면 수프로 함께 볶아주는 거다. 그런 후, 고명으로 오이를 얹었더니 그럴싸했지만, 역시 짜장면과는 달랐다.



그러다 여름에 언니네 가족이 내가 있는 곳으로 놀러 왔다. 막내 조카가 짜장밥을 좋아해서, 짜장 소스를 한 번 만들어 볼까 생각을 하게 됐다. 아시아 마켓을 둘러보니 볶은 춘장을 팔고 있었다. 짜장면 만들기에서 가장 피곤할 일이 춘장 볶기니까, 그걸 생략해도 된다면 너무 간단하게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 볶은 춘장을 사 오고, 돼지 고가와 호박, 양파를 준비한다. 준비된 재료들을 알맞은 크기로 잘라둔다. 먼저 기름을 두르고 고기를 볶아주었다. 그런 후, 호박, 양파 등의 채소를 넣고 함께 볶다가 다진 생강 약간을 넣어 마저 볶아준다. 그 후, 간장, 굴소스, 그리고 시판 볶음 춘장을 넣는다.  함께 볶아주다가 물을 자작하게 넣고 끓여준다. 간을 보고, 설탕을 넣어 단맛의 정도를 내 취향에 맞게 조절해준다. 누군가는 단 맛이 적은 옛날 짜장을 좋아하기도 한다지만, 난 달짝지근한 싸구려 짜장이 좋다. 짜장이 충분히 끓으면 준비한 전분물을 풀어줘서 농도를 맞춰준다. 짜장 소스 완성이다.


아시아 마켓에서 짜장면 용 면이라고 파는 면을 사 왔던 게 있어서 면도 삶아서 찬물에 헹궈 준비해준다. 짜장 소스를 붓고, 오이로 데코를 해준다. 오이를 싫어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난 좋아한다. 1인 밥상의 장점을 모든 것을 내 입맛에 맞출 수 있다는 거다. 단무지도 준비한다.



야무지게 짜장면을 볶아서 먹어본다. 굴소스 외엔 추가적인 조미료를 넣지 않아서 시켜먹는 짜장면만큼의 감칠맛이 올라오진 않지만, 짜장라면 보단 확실히 짜장면 같다. 성공이다. 혼자 짜장면으로 맛있게 잘 먹고, 다음날 남은 짜장 소스를 싸가서 조카들에게 짜장밥을 먹도록 해줬다. 모두 한 그릇을 금세 비우더라. 뿌듯했다.



해외에서 짜장면이 배달이 안된다면 어쩌겠는가. 내가 만들어 먹으면 된다. 내가 좋아하는 짜장면의 맛으로 내 입맛에 맞게 만들어 먹으면 100% 만족은 아니더라도 80% 정도의 만족감은 줄 수 있다. 적어도 짜장면 때문에 한국을 그리워하진 않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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