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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저녁, 다음 주를 위해 반찬을 만들다

by 이확위

한동안 일이 바빠지면서, 좋아하는 요리가 귀찮아졌다. 귀찮음에 배달을 시켜 먹다 보니, 배달료뿐만 아니라 음식 하나에도 값은 전보다 비싸졌기에 한동안 그렇게 먹고 나니 아깝다는 생각만 남아버렸다. 만족스러운 배달음식은 거의 없었다. 매번 주문해서 먹으며- '이 가격이면...' 하는 생각이 들곤 했다. 그렇게 한참을 배달시키고, 거의 남겨 음식물 쓰레기만 버리다 보니- 일요일 저녁, 다시 요리를 해야겠다 싶었다.


주중에 바쁘다면- 주말에 만들어둔 반찬에, 주중에 간단히 메인만 만들어 먹으면 될 터였다. 저녁시간, 집 근처 시장을 찾았다. 9시쯤 닫는다고 알고 있었건만, 대부분 가게들이 닫아있어서 시장 내에 있는 마트에 들어갔다. 둘러보며 간단하게 장을 봤다. 지난 주중에 집에서 요리 좀 하자는 맘으로 사뒀던 고기가 그대로 냉장고에 있었다. 그러니, 단백질 재료는 있어서- 반찬 재료들을 사면 되기에 둘러보며 몇 가지를 장바구니에 담았다.

양파, 우엉, 당근, 오이, 식용유 (다 떨어짐)을 샀다.

우엉을 꺼냈다. 2.5줄기가 있었는데, 1줄기만 요리하기로 했다. 보통은 얇게 채 썰어 조림을 하곤 했는데, 지난 일본여행에서 돌려 자르기(?)해서 조금은 큼직하게 자른 우엉조림도 맛있었기에 칼로 껍질을 긁어내고는 조금은 평소보다 큼직하게 잘랐다. 그런 후, 끓는 물에 식초를 넣어 잘라 둔 우엉을 살짝 데친 후 헹궈주었다. 그런 후, 물에 다시마, 간장, 참치액, 알룰로스를 넣고 졸여주었다. 지난 일본 여행에서 우엉조림에 당근을 함께 졸였기에, 당근도 넣어 함께 약불에 졸여주었다.


그다음에는 주중에 사두었던 메추리알 조림을 간단히 준비했다. 껍질을 깐 메추리알에, 다시마, 물, 알룰로스, 간장으로 간단히 간을 하고는 조금만 졸여주었다. 어차피 통에 담아 냉장고에 넣어두면 간장소스에 더 절여질 것이니 그리 오래 끓여줄 필요는 없었다.

그다음으로는 사온 오이를 꺼냈다. 오이무침을 미리 무쳐두면 바로 먹는 것보다 다음에 더 맛있어서 (개인적 취향) 미리 만들어두기로 했다. 오이를 반 가른 후, 사선으로 저며준다. 그런 후 소금에 먼저 절여둔다. 오이가 절여지는 동안, 간단하게 양념을 만든다. 간장, 알룰로스, 다진 마늘, 다진 파, 고춧가루, 식초, 약간의 참기름, 약간의 고추장, 깨- 모두 잘 섞어준다. 오이가 절여지며 삼투압으로 물이 나오면, 물을 버려준 후 오이에 섞어둔 양념을 넣어 조물조물 버무려준다. 맛을 본다. 아삭하고, 양념이 잘되어 맛깔난다. 내일 먹으면 더 맛있겠지.


마지막 반찬은 엄마가 보내신 냉동실 속 잔멸치였다. 잔멸치를 크게 한 봉지를 보내주셨는데, 언제 다 먹나 싶게끔- 1인 가정에서 소비하기에는 상당한 양이라 보기만 해도 부담 갈 넉넉한 양이다. 먼저 프라이팬에 멸치를 두 주먹 넣어주고는 불 위에서 볶아내 준다. 이렇게 먼저 볶아주면 비린 맛이 좀 날아가는 듯해서 이렇게 요리하는 편이다. 그런 후, 볶아낸 멸치를 꺼내두고, 팬에 기름을 두르고는 다진 마늘을 볶아준다. 여기에 멸치를 다시 넣어 함께 볶아준다. 그런 후, 알룰로스(아니면 설탕)를 넣고 녹을 수 있게 잘 섞어준다. 프라이팬 바닥에 간장을 넣어 향을 돋워주고는 멸치와 볶아준다. 불을 끄고는 물엿을 한 번 둘러주고 깨를 뿌려 잘 섞은 후 마무리 한다. 개인적으로 매운 청양고추를 잘게 썰어 섞어주는 것을 좋아하는데 - 고추가 없어 아쉬웠다. 아니면 슬라이스 아몬드를 넣기도 하는데, 집에 통 아몬드뿐이라 멸치만으로 멸치볶음을 완성해야 했다. 아쉽지만 괜찮다. 다른 사람들과 먹을 거라면 더 신경 쓰지만, 나 혼자 먹을 요리기에 - 굳이 너무 애쓰지 않는다. 조금 아쉽지만, 여전히 맛은 괜찮으니까.

냉장고에 있던 돼지고기를 꺼내, 간단하게 제육볶음을 만들어본다. 내일 만들어도 되지만, 날도 더워져 점심시간에 외출하는 게 점점 싫어지던 차이기에 내일부터 도시락을 싸갈 생각으로 미리 만들어본다. 오히려 다시 데웠을 때 양념이 더 배어들어 맛있을 것도 같았다.


귀찮다고 몇 주를 시켜 먹었는데, 한 시간 만에 반찬 4가지와 고기요리를 하고 나니- 귀찮음으로 낭비한 돈이 얼마인가 하는 생각에 후회가 가득했다. 이미 지난 시간을 후회해서 뭐 하겠는가. 앞으로 후회할 일이 없게 살아가면 되는 거 아니겠는가. 오래간만에 한 시간 즐겁게 요리했고, 냉장고에 다시 반찬들을 채워두니- 이미 배부른 기분이었다.


대단한 요리가 필요하지 않다. 주말 저녁 간단한 반찬을 만들어두고- 여기에 닭가슴살 하나만 곁들여 먹어도 영양가 있는 한 끼 식사를 해결할 수 있다. 간편 조리 식품들도 많으니까, 생선구이를 간단히 데워먹을 수도 있고- 나를 위한 한끼는 어렵지 않다. 그저 귀찮다는 그 생각, 그것만 없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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