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친구들이 모여있는 단체대화방이 한 친구가 우니요리 사진들을 올렸다. 요즘 우니가 제철이라 가격도 맛도 좋다면서 말이다. 지금까지 우니를 집에서 요리해 본 적이 없었다. 어쩌다 일식집에서 만나는 거나, 제주도에 가서 성게 미역국을 먹는 정도였다. 그래서 바로 요리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진 못했다.
그러다 며칠이 지나고, 어느 날- 평소와 다른 요리가 하고 싶었다. 매번 하는 게 지루해서, 새로운 재료로 요리를 하고 싶었다. 그러다 떠올린 게 친구가 말했던 우니, 성게알이었다. 그렇게 성게알을 온라인으로 주문하려 하니 배송비가 있더라. 배송비를 생각해서 조금 주문하는 게 아까워 주문하려던 양의 두 배를 주문했다. 그렇게 200g의 우니를 주문했다. 그때는 몰랐다 보통 얼마큼의 우니를 1인분에 쓰는지 말이다. 200g이니 그렇게 많지 않은 거라 생각했다.
그러다 우니가 배송될 때쯤, 보통 1인분 얻는 게 몇 g인지 궁금해 찾아보니 30-40g이라는 거다. 나는 200g이다. 게다가 우니는 신선도 문제가 있지 않은가. 나는 혼자인데 이 우니를 어찌 다 먹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좀 다양한 요리로 만들어 코스처럼 즐기자 생각했다.
먼저 코스를 짰다. 그런 후, 추가로 필요할 것들을 쿠팡을 통해 주문하여- 우니가 도착하기 전 배송되게 모든 준비를 마쳤다.
우니가 도착한 날, 최대한 서둘러 일을 마치고 집으로 갔다. 포장을 잘해주어서 여전히 시원하게 잘 보관되어 있었다. 그렇게 성게를 꺼내어 체에 밭쳐 물기를 빼고, 가볍게 씻어내고는- 요리를 시작했다.
성게미역국
성게 미역국을 끓였다. 먼저 멸치다시마로 육수를 냈다. 성게니까 바다의 재료들로 육수를 내야 할 거라 생각했다. 그런 후, 미역을 넣어 최대한 미역이 부드러워지도록 끓여주었다. 그런 후, 성게를 넣고 가볍게 간을 하여 마쳤다.
미역국에 밥을 곁들였다. 마침 그날 아침에 만들었던 우엉을 넣은 주먹밥이 있었다. 간장 양념으로 일본에서 먹던 삼각김밥 맛을 흉내 낸 것이었는데, 어쩐지 성게와 어울릴 것 같았다. 미역국에 밥을 곁들여 첫 번째 메뉴가 완성되었다.
성게알 소면
원래는 메밀소바를 이용하려 했으나, 배송이 지연되었다. 마침 일본에서 맛있어서 사 왔던 소면이 있었다. 한 식당에서 맛보고 너무 맛있어서 사 왔던 소면이었다. 탱글함이 지금까지 맛보았던 그 어떤 소면보다 맛있었다. 그렇기에, 소면을 삶고, 쯔유에 담근 후- 고명으로 파를 조금 얹고 그 위에 신선한 우니를 얹었다. 두 번째 메뉴도 완성이었다.
감칠맛 나는 쯔유가 소면을 감싸고 거기에 성게가 얹어지며 희미한 바다의 향과 함께 고소함이 입안을 가득 채운다.
성게알파스타
마지막은 성게알 파스타였다. 이탈리아인인 셰프 파브리의 유튜브 레시피를 두어 번 보고는 방법을 완전히 숙지했다. 우니, 올리브오일, 그는 면수를 썼지만 면수가 없어서 물을 넣고 갈아서 준비하고. 그렇게 소스를 만들어냈다. 파슬리를 넣어야 했지만, 안타깝게도 파슬리가 없었다. 그러나 유튜브에서 파브리 셰프가 파슬리가 없다면 깻잎을 쓰라했는데, 마침 깻잎이 있었다. 그렇게 꾸덕해질 정도로 스파게티 면을 소스가 휘감았다. 파스타 그릇에 예쁘게 담으려 했지만, 모양내기는 실패였다.
그러나, 맛은 실패가 아니었다. 입안에서 성게의 고소함과 적당한 감칠맛과 함께 간간함이 기분 좋게 감돌았다. 모든 게 좋았다. 파슬리를 사용했다면 한 결 훨씬 향긋하게 맛이 더 어우러졌을 것 같다. 다음에 다시 한번 만들어보자 다짐했다.
평소에 요리하지 않던 재료로, 나만을 위해 한 상 가득 요리했다. 요리하고 먹고, 요리하고 먹고- 그 과정이 누군가는 왜 사서 고생이냐 할 수도 있지만 나는 이 모든 순간들이 즐거웠다.
재료를 주문하고, 메뉴를 짜며 기대하던 순간이나,
재료가 도착했다는 소식에 기뻐했던 그 순간이나,
재료를 꺼내 들고 하나하나 요리하던 과정이나,
마지막 요리된 음식을 입안 가득 느끼던 그 순간까지-
나는 이 모든 게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