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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우연히 그려 전했던 마음카드

by 이확위

카페에서 휴식을 취하던 중이었다. 밀크티 맛집이었고, 직장 동료들에게 줄 가벼운 추석 선물을 고민 중이었다. 어설픈 싸구려 선물보다 그냥 선물 같지 않을 밀크티가 어쩌면 부담 없이 나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냥 주기는 밋밋하니, 그림을 조금 그리고 거기에 메시지 좀 남기자 생각했다. 그렇게 13개의 밀크티에 각각 그림과 긍정의 응원 문구들을 적었다. 연구실에 가서, 쭉 나열하고는 각자 가져가도록 했다.


13개가 모두 다른 그림, 다른 메시지였다. 4가지 맛의 밀크티였는데 다들 맛보다는 나의 그림카드를 바탕으로 밀크티를 골라갔다. 그러고는 밀크티는 마시고, 밀크티에 붙어있는 그림카드를 떼어내서 책상에 붙여놓더라. 주변을 둘러보니 모두들 책상에 내가 준 그림카드가 약속한 것 마냥 붙어있었다. 그렇게 소중히 여겨주는 게 고마웠다.

그런 고마운 마음에, 개인 SNS에 스토리에 내가 그린 그림카드들을 올렸다. 한 밤중에 해외여행 중인 친구에게 메시지가 왔다. 그림을 봤다며- 자기가 요즘 미술관들을 많이 다니고 편집샵도 많이 다닌다면서... 나에게 이걸 더 본격적으로 해보면 어떻겠냐 말했다. 판매까지 얘기를 하더라.


나는 그 정도로 생각지 못했고, 판매라 하면 생각만 해도 그 과정이 피곤했다. 난 본업이 따로 있고 그림은 어디까지나 취미니까 말이다. 그렇지만 친구의 말에 뭔가 자신감이 생겼다. 판매는 안 할지라도, 이런 그림카드를 계속 그리고 싶어졌다. 13개의 카드를 50분이라는 길지 않은 시간 동안 만들었지만- 꽤나 즐거웠었기에. 그 즐거움을 이어나가고 싶었다.


기존에는 수채화용의 두꺼운 무지 엽서뿐이었는데, 그런 엽서에 펜드로잉을 하기엔 두툼한 종이가 아까웠다. 펜으로 아무 생각 없이 슥슥 그리고, 별로면 가벼운 맘으로 버릴 마구 쓸 종이가 필요했다. 쿠팡을 통해 무지엽서를 주문했다. 100장에 만원이더라. 한 장에 100원인 셈이다. 퇴근하고 집에 돌아오니 무지 엽서가 도착해 있었다. 확실히 수채화용 엽서와 다르게 아주 얇더라. 한 장 꺼내어 끄적여 보았다. 그렇게 시작한 그림카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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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카드는 기본 적으로 검은 펜을 이용한 슥슥 그려낸 드로잉에 때에 따라 약간의 색을 입히는 정도의 가벼운 그림들이다. 거기에 그 그림을 그리며 생각 난 메시지를 적는다. 주로 응원과 위로를 위한 메시지들이다. 나름 나만의 유머를 담아보았는 데 그게 통할지 궁금하다.


총 100장의 그림카드가 목표이나 브런치북은 한 권에 30회밖에 넣지 못하므로- 몇 권에 걸쳐 나눠, 여러 권의 브런치북이 될 것 같다. 일단 vol.1인 이 책은 메시지들을 영어로 적어뒀다. 딱히 이유는 없는데, 영어 관영어구들로 떠올린 말들이 있어서 어쩌다 보니 그리 되었다. 하지만 영어를 못 해도, 느낄 수 있도록 충분한 설명을 곁들였다.


가벼운 마음으로 그리고 써 내려간 나의 마음카드로, 조금 더 나은 하루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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