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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면당한 계란 노른자

by 이확위

홀로가 주문한 물냉면이 나왔다. 홀로는 냉면의 비주얼 담당은 삶은 계란 반쪽이라고 언제나 생각했다. 계란이 아닌 메추리알을 주는 곳은 심리적으로 용납이 안되는 그녀였다. 계란이 나오면 시선이 절로 계란으로 향하게 된다. 조금은 밋밋한 냉면에서 샛노랗게 존재감을 드러내며 다소 탄수화물 덩어리의 요리에서 소소하게 “단백질도 여기 있어요.”하는 모양새가 홀로는 귀엽게 느껴지곤 했다.


그녀는 그녀가 딱히 까다로운 사람이라고 생각지는 않았지만 어째서인지 계란 노른자에 대해서는 관대함이 없었다. 어릴 적에는 어머니가 계란 후라이를 해주실 때, 완숙이 되면 먹지를 않던 그녀였다. 그녀의 후라이는 무조건 반숙이어야 했다. 물론 자라면서 더 이상 그러지 않게 되었지만 여전히 그녀는 반숙을 선호한다. 취향이란 제법 한결같은 것이다. 삶은 계란을 반쪽을 올려주는 곳이면 그녀는 계란 노른자를 살폈다. 지나치게 오래 삶아 녹색으로 변하는 노른자의 그 맛을 그녀는 싫어했다. 많은 식당들이 삶은 계란에 대해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는 것인지, 제대로 삶는 곳이 거의 없었다. 그녀는 이해할 수 없었다. 매일하는 일이 계란 삶는 것인데, 왜 그것을 제대로 하지 않는 건지 말이다.


어쩌면 그녀가 까다로운 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냥 먹어~”라고 그녀가 까다롭다고 말하는 그녀의 지인들도 제법 많았으니까 말이다. 그녀도 자신이 왜 그렇게 노른자에게만 관대하지 못 한지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노른자는 그녀에게 “기본”을 의미했다. 기본을 지키지 않는 것이 그녀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사람들에게 그런 기본만을 갖춰주면 좋겠다고 딱히 요구하지는 않는 그녀이다. 그런 것은 스스로가 느껴서 하는 것이라 그녀는 생각했다. 오늘도 냉면 위 올려진 노른자의 주변부는 녹색으로 변해 있었다. 홀로는 그 모습이 보기 싫어 계란을 뒤집어 하얀 흰자만이 그녀를 바라보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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