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맞이 홈파티를 위해 요리하다

by 이확위

새해맞이 파티를 계획하다

한 달 전쯤, 갑자기 언니에게 연락이 왔다. 새해맞이 파티를 열려고 한다면서, 가능한 시간이 있냐 물었다. 메시지를 받자마자 나는 '아 요리 실컷 할 수 있겠네'라는 생각에 바로 일정을 확인했다. 날짜가 정해지자 바로 나는 메뉴 짜기에 돌입했다. 하고 싶은 요리들과 전체적인 흐름을 생각하며 메뉴를 정하며 언니와 의견을 나눴다. 날짜와 메뉴가 어느 정도 정해졌다. 좀 더 날짜가 다가오면, 초대 멤버를 확정하겠다 했다.


파티 메뉴를 확정하다

12월에 어머니를 모시고, 로마와 바티칸에 다녀왔다. 나의 버킷 리스트 중 하나였고, 그 하나를 2025년 막바지에 이룰 수 있었다. 여행지에서는 엄청 툴툴거리며, 갈등이 많았지만- 이것에 대해서는 추후 글로 남겨보려 한다. 엄마는 내가 메뉴들도 너무 많이 시킨다며 나중에 언니에게 "옷도 잘 안 사 입으면서 엄청 비싼 메뉴들을 시키더라."라고 하셨다더라.

그렇게 로마에 가서 이것저것 맛을 보고, 식재료도 몇 가지 사 왔더니- 파티를 위해 하고 싶은 메뉴가 바뀌었다. 그래서 새롭게 메뉴를 짰다. 막판에 미리 만들어두는 게 편할 것 같아 디저트 메뉴만 변경했고- 모든 메뉴는 로마에 다녀온 다음날쯤, 정한 그대로 진행되었다.


다음은 홈파티 이틀 전에 만든 초대장과 메뉴소개이다. 처음에는 메뉴 순서를 불어와 이탈리아어로 했었는데, 아무래도 모두의 이해를 돕는 데는 영어가 나을 것 같아 변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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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뉴는 내 기준으로는 꽤나 조리하기 쉽지만- 맛은 잘 어울려질 코스로 준비했다.


- 식전 메뉴

내가 프랑스에서 즐겼던 재료들을 간단히 준비한다. 바게트, 치즈 2종, 쏘시쏭, 그리고 꼬니숑(작은 피클) 정도이다. 식사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 음료를 마시며 대화를 시작하는 거다.


- 스타터

겨울이니 모두 따뜻한 메뉴로 준비했다. 먼저, 굴이 제철이고- 어머니가 계신 곳이 서해안 바닷가로 종종 자연산 굴을 보내주신다. 어머니께 재료를 공수받아 프랑스식 굴찜을 하기로 했다.


- 수프

수프는 이탈리아에서 사 온 포르치니 버섯이 있고, 내가 버섯 수프를 좋아해서 넣었다. 마침 트러플 제품들도 몇 가지 사 왔기에, 포르치니 넣고 버섯수프를 만들어 트러플오일 같은 것을 뿌려주면 분명 맛있을 것을 알았다.


- 파스타

원래는 어란(보타르가)을 이용한 파스타를 하려 했었으나, 로마에서 페코리노 로마노 치즈와 후추만을 이용한 카치오에 페페 파스타가 맛있었다. 그곳에서 많이 쓰던 토르넬리 파스타와 함께 페코리노를 사 왔기에- 이 파스타를 하기로 했다. 심플하지만, 녹진한 치즈의 풍미와 후추가 매력적인 파스타다.


- 양고기 구이와 사이드 채소구이들

로마에서 올리브오일에 소금, 허브 약간으로 아주 심플하게 구운 로마식 양고기가 너무 맛있었다. 곁들여 나오는 감자와 함께 추가로 주문하는 구운 채소들과의 조합이 좋아, 몇 번을 먹었다. 그 맛을 재현하고 싶어 메인을 양고기로 정했다.


- 디저트

내가 너무 자리에서 일어나는 건 좀 아니다 싶어서, 미리 만들어두고 바로 내올 수 있는 것으로 메뉴를 변경했다. 별로 힘들이고 싶지 않아 아주 쉬운, 치즈케이크로 정했다.


배송으로 식재료 장보기 해치우기

홈파티 장소가 언니네 집인데, 장 보러 가기도 번거로우니- 모든 것을 식재료 온라인 주문으로 언니네 집에 전날 도착하게 했다. 추가로 필요한 것들은 집에서 몇 가지 소소하게 챙겼다. 소소하게 챙겼다 싶었는데- 커다란 코스트코 장바구니가 한가득이 되었다. 작은 것들이 쌓이고 쌓이면 얼마나 묵직해지는지, 세상의 이치를 새삼 다시 느낀 순간이었다.


요리 순서, 서빙 등 디테일 세우기

대부분 처음 요리하는 메뉴였다. 필요한 레시피를 좀 정리하고, 홈파티가 5시에 시작하기에 당일 시간별로 준비해야 할 것들을 세웠다. 언제나 계획을 세우는 것을 좋아하기에 이런 홈파티를 위한 요리에도 미리 계획을 세우고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을 돌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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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세웠는데, 최근에 흑백요리사 2의 새 에피소드가 나오길래 봤더니, 파인다이닝 셰프 2명이 팀이 되어 일하는데, 분단위로 계획표를 세워서 하고 있더라. 그걸 보면, 역시 프로의 세계는 다르구나 싶었다. 아마 비슷한 마음일 거다. 분단위 계획표를 세운다고 그대로 될 리가 없다. 하지만, 계획표가 있으면 일을 하면서도 내가 다음에 무엇을 해야 할지 바로 알기에 시간관리가 수월해진다. 아마 그들도 그런 마음이겠지?


요리, 청소, 손님맞이를 준비하다

점심쯤부터 천천히 필요한 것들을 준비한다. 내가 요리 재료들을 미리 준비하기 시작하고, 언니는 집을 청소한다. 조카들과 형부가 모두 집을 비워서 언니가 홀로 있기에 이런 파티를 준비한다고 했다. 조카들이 자리를 비운 것을 좋다고 말해도 되나 싶긴 하지만, 어른들만의 이런 자리도 가끔 가지는 건 육아에 지친 엄마들에게 분명 좋은 시간일 게다.


처음 멤버는 언니 친구 4인, 사촌동생과 그녀의 친구, 그리고 나와 언니였다. 그런데 육아라는 것이 예측불허라서- 아이가 어린 언니 친구 한 명이 사정이 생겨 못 오게 되었고, 추가로 언니의 친한 친구도 직장일과 관련되어 오지 못하게 되었다. 나는 멀지 않은 곳에 사는 친오빠에게 연락하여 시간이 되면, 음식을 싸둘 테니 받아가라 하였다. 조카들과 새언니까지 가족이 한 끼 먹을 수 있게 챙겨주겠다고 말이다. 그렇기 초기 멤버와 비슷하게 8명의 성인을 위한 요리로 그대로 준비하게 되었다.


디너 3시간- 총 5시간에 걸친 홈파티

5시 땡 하고 바로 첫 손님으로 사촌동생과 그녀의 지인이 도착했다. 인사를 나눈다. 원래는 코스형태로 음식을 서빙할까 했었는데, 그렇게 되면 내가 자리에 앉지 못할 거고- 그러면 손님들도 불편할 거란 생각에 메뉴를 크게 스타터/그다음 메인/디저트로 나눠서 일부를 한꺼번에 제공했다.


먼저 언니네 집에 재료들이 더 있기에 예상에 없던 샐러드 2종을 더 준비했었다. 치즈플래터와 빵, 그리고 샐러드 2종이 먼저 자리를 잡고. 손님들이 자리를 잡은 후, 프랑스식 굴찜을 내온다. 여기에 원래 계획에는 없던 추가된 메뉴가 바로 바지락요리였다. 어머니가 시장에 굴을 사러 갔더니 바지락이 좋았다며 바지락도 보내셔서 요리할 식재료들은 충분하기에 바로 바지락찜을 추가로 요리했다. 여기에 미리 끓였던 포르치니 버섯 듬뿍 넣은 버섯수프를 개인 그릇에 담아내고, 파슬리, 튀긴 샬롯, 트러플 가루, 올리브오일을 뿌려 마무리해서 손님상에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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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네 집에도 와인이 많이 있었고, 손님들도 와인을 가져와서 술이 대략 12병이 있었다. 스타터 메뉴들에 화이트가 어울려서 화이트 와인으로 식사를 시작한다. 다들 내가 차려낸 메뉴에 감탄해 줬고, 여기저기서 사진을 찍기에 조금 기분이 좋아졌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사람들이 좋아해 주니 뿌듯했다. 엄마는 내가 먹는 것에 돈을 너무 쓰는 거 같다고 생각하는 듯 하지만, 그런 엄마에게 이 사람들을 보여주고 싶었다.

"지금까지 내가 허투루 먹은 게 아니에요."

라 말하고 싶었다. 지금껏 먹어봤기에, 그 맛을 알아 요리할 수 있었고. 쉽게 메뉴를 짤 수 있다. 코스 식당이 아니어도, 가서 내가 코스처럼 메뉴를 짜서 먹곤 하는 것이 일종의 훈련이 되었다고나 할까. 돼지력은 거저 얻어지는 게 아니다!


음식이 식으니 늦는 사람들을 굳이 기다리지 않고 시작했다. 이후 손님이 오면, 그 손님을 위해 음식을 추가로 데워주는 식으로 진행했다. 한 명, 두 명 더 오며 자리를 채워갔고- 다들 음식을 즐기는 모양새였다. 모든 음식들이 빈 그릇을 보였고, 나는 다음 음식을 준비했다. 메인으로 파스타와 양고기구이였다.


채소를 먼저 구워내고, 오븐에 넣어 추가로 구워준다. 파스타를 위한 면수를 끓인다. 카치오에 페페는 미리 페코리노 치즈를 모두 갈아두었다. 후추와 페코리노 치즈에 면수를 넣어 크림처럼 만들어주면 소스가 끝이기에, 면수 삶기 외에는 할 게 없는 심플한 파스타이다. 그 옆에서 양고기를 굽는다. 일찍이 마리네이드 시켜둔 양고기를 팬그릴로 마무리해 낸다. 고기가 구워지면, 포일에 옮겨 감싸 잠시 레스팅을 해준다. 그런 후, 준비된 파스타와 양고기, 채소구이까지 손님들께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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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꼬리꼬리한 치즈를 좋아하는 편이라, 페코리노 치즈가 듬뿍 들어간 카치오에 페페를 좋아했는데, 일부 사람들에게는 치즈 향이 너무 강한 모양이었다. 아쉽게도, 파스타만 꽤나 남아버렸다. 하지만, 감자구이에 매쉬드 포테이토까지 요리해서 냈었기에, 사람들이 감자로 탄수화물을 주로 채웠던 듯싶다. 다음에는 조금 더 내 취향이 아닌 손님을 생각한 메뉴로 해야겠다는 생각을 준 파스타 메뉴였다. (남은 건 내가 다 먹었다.) 그래도 2시간이 넘도록 다들 먹고 있었기에, 전반적으로 성공적이다 싶었다.


디저트 시간이라 하니 다들 시계를 보고 2시간이 넘도록 자신들이 먹고 있었다는 사실에 놀라워했다. 마지막으로 미리 집에 있는 여러 홍차들과 커피드립백 같은 것을 세팅해 두어서, 마시고 싶은 것을 고르라 했다. 다들 바샤커피를 맛보고 싶다 해서, 바샤 커피로 커피를 내리고- 냉장해 두었던 디저트를 꺼내온다. 작게 잘라, (다들 배부르다해서 작은 사이즈로 내보였다.) 오늘의 마지막 코스 디저트를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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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예쁘다며 다시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비주얼적으로 꽤나 성공적인 파티였던 듯싶다. 다들 사진을 많이 찍었으니까 말이다. 친오빠도 들러, 포장해 둔 요리를 가져갔고. 이후 메시지를 보내왔다. 전부 너무 맛있게 잘 먹어서 10분 만에 다 먹었다고 말이다. 새언니에게도 너무 맛있다며 금손이라는 메시지가 왔다.


대화를 하며 음식을 맛보았기에 디저트까지만 3시간 정도가 소요되었고, 이후 다들 2시간을 더 머물며 대화를 나눴다. 5시에 시작한 홈파티는 10시에 끝이 났고, 떠나는 손님들 손에 언니가 내가 최근에 제작했던 미니그림카드를 손님들에게 나눠주더라. 다들 내게 요리도 하고 그림도 그리냐며 재능이 많다 말해주었다. 재미로 하는 것들로 칭찬을 받다니. 기분 좋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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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람들이 요리를 좋아하진 않지만, 적어도 나는 요리가 참 즐겁다. 혼자 살고 있어서, 요리를 한다 해도 다 먹지를 못하기에 맘껏 요리할 수 없다. 그것이 혼자 사는 삶의 유일한 단점 중 하나라고나 할까.

먹어 줄 사람들이 있어서, 하고 싶은 요리를 맘껏 할 수 있었다. 게다가 언니가 재료비까지 주니- 나는 말 그대로 맘껏 신나게 요리하며 놀 수 있었다. 그렇게 신나게 하고 싶은 걸 맘껏 했는데- 사람들에게 칭찬까지 받고, 사람들이 웃음이 가득했다. 얼마나 기쁜 일인가.

어떤 이는 아이 출산한 후에 먹어본 것 중 가장 맛있다고 했고,

어떤 이는 집에서 차린 요리 중에 가장 예쁘다고도 했다.

모두가 너무 배불러했으며, 남은 음식도 남은 재료도 거의 없었으니- 양과 질 모두 성공적이었던 셈이다.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나, 지난밤의 식사의 가치가 어느 정도 일지 따져보았다.

혼자 레스토랑을 자주 찾는데, 홈파티 메뉴는 집에서 요리하니 재료비가 그리 많이 들진 않았지만, 레스토랑에서 한 다면 적어도 인당 8-10만 원대 코스로 가야 코스 메뉴에 들어갈 재료 같았다. 코스가 아닌 비스트로에서 셰어형태로 한다 해도, 일단 양이 넉넉했기에 그 만한 양을 모두 시키려면 상당한 돈이 필요했을 거다. 거기에 와인까지 곁들인다면 금액은 계속해서 올라간다.

그렇게 AI와 얘기를 나누며 내린 결론은, 레스토랑가격의 1/3 정도 금액으로 5시간의 디너파티를 마쳤다는 결론이었다. 그러니 지난밤의 홈파티는 모든 면에서 성공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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