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은 새해가 오기 전에 한 해를 돌아보며 새해다짐도 정리해 보곤 했는데, 12월에 이런저런 일들이 많아 정신없이 새해를 맞이해 버렸다. 조금은 뒤늦게 지난 한 해를 다시 돌아보고자 한다.
2025년에는 일상에서 아침루틴을 위해 애썼던 시간들이 제법 되었다. 잠이 많이 없던 컨디션이 좋은 기간이 지속될 때는, 아침에 꽤나 하고 싶은 것들을 해내며- 하루의 시작을 내가 확실히 컨트롤하는 느낌이었다고나 할까.
어느 유튜버가 제안한 미라클 모닝으로 MASTER라는 것에 내 루틴들을 넣어서 하루하루 지켜나가기도 했다. 그러다 학회일정이나 일상에서 조금 벗어나게 되면- 기껏 지켜나가던 루틴이 무너지곤 했지만, 괜찮았다. 시간이 지나면 다시금 내게 익숙한 일상으로 다시 돌아오니까. 2025년에는 꾸준하지 못해도 스스로에게 덜 실망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서 조금 성장했다고 말하고 싶다. 언제나 100% 로로 꾸준할 필요는 없다. 어느 날은 20% 일 수도, 어느 날은 80% 일수도, 어느 날은 120% 일 수도 있다. 그저 그만두지 않고, 멈췄던 순간이 있었다면- 다시 해나가면 되는 거다. 2025년 일상 속 깨달음이었다.
한국에 돌아오기 전 연구가 워낙 잘 안되었었기 때문에, 연구자로서 자신감이 많이 떨어져 있었다. 한국에서 만난 보스의 성향이 내가 연구하는 방식과 잘 맞았던 건지, 아니면 그저 내가 연구자로 뭔가 보일 수 있게 성장을 한 건지 모르겠지만- 모든 게 잘 풀려나간다.
예상했던 결과가 아니더라도, 조금 생각하면 바로 다른 방향이 떠오른다. 연구에 있어서 아이디어가 너무나도 쉽게 떠오르고- 많은 아이디어를 제안했는데 보스와 공동연구자들, 꽤나 대단한 분들이 모두 내게 좋은 아이디어라 말했다. 나 스스로를 의심했지만, 계속해서 나보다 대단한 사람들이 좋다 말하니- 내가 제안하는 것들에 조금씩 자신감을 갖게 되었다.
2025년 말에는 메인 프로젝트 2가지에, 내 아이디어로 지도하는 학생 2명으로 추가적인 2개의 프로젝트와, 싱가포르 및 중국과 공동연구로 진행되는 것도 추가로 있다. 그 외에 아직 시작하지 못하고 아이디어 단계에서 조금씩 더 구체화하는 것들도 여럿 쌓여있다. 내 아이디어들이 현실이 되어가고 있는 모습에, 나는 2026년을 맞이하며 큰 기대감을 가졌다. 어쩐지 2026년은 나의 연구 인생에서 가장 큰 결실들을 맞이할 것만 같아서.
안타깝게도 매번 운동이나 육체적 건강의 우선순위를 높이 두지 않아서, 몸 자체의 건강은 딱히 좋아졌다거나 큰 변화가 없다. 2025년의 후회를 하나 뽑으라면 아마 그 정도일 듯하다. 하지만, 내 삶에서 언제나 문제였던 정신적, 마음의 건강에서 그 어느 때보다 난 건강한 한 해를 보냈다.
무료로 참석했던 유료 독서모임에서 세계적 베스트셀러라는 한 영적 교사의 삶에 대한 책을 읽고 함께 얘기를 나눴던 적이 있다. 완독 하지 못하고 갔기에, 미안하다 사과하며 질문들에 답을 하곤 했다. 내가 답을 하면, 다른 이들이 잠시 말을 잃곤 했다. 왜 그러냐 하니, 책을 다 못 읽은 게 맞냐면서 작가가 책에서 말하는 게 바로 그 얘기라 했다. 나는 나도 모르게, 삶 속에서 꽤나 많은 깨달음들을 얻어가며 마음의 평화에 가까워지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자신에 대한 믿음은 부족하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남도 할 수 있다'라는 생각이 조금 강하게 있어서, 내가 해내는 것들에 스스로 칭찬이 조금 어려운 편이다. 이제는 꽤나 지속된 그림 그리기에 대해서, 친구에게 "그냥 그리는 거야. 잘 그리려 안 하고 그냥 그리는 거지."라면서 남들도 다 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말을 했다가 친구가 충분히 잘하고 있으니 스스로에게 너무 가혹하게 굴지 말라 말했다. 최근에 내 그림으로 제작한 미니 그림카드를 주변에 나눠주곤 했는데, 모두들 굉장히 기뻐하던 것에서 내 그림이 나쁘지 않다는 자신감을 조금 얻었다. 2026년에는, 남들을 통해 얻는 자신감이 아니라- 나 스스로 나에게 자신감을 더 가질 수 있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
올해는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도 후회가 없는 편이다.
친구를 만나는데 더 시간을 내서 지방으로 찾아가 만나며 시간을 보내기도 했고, 친구들을 위해 내 마음의 선물들도 자주 보내곤 했다. 잘 지내고 있을 거라 생각하고 있던 한 친구가 세상을 떠났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전해 들은 것이 꽤나 충격이었어서, 그 이후로 사람들과의 만남에서 보다 후회가 없도록- 만남을 더 소중히 여겼다.
가족들과의 만남에서도, 부모님이 컨디션이 안 좋은 것 같으면 찾아가기도 했고- 아버지의 마음에 위안을 주고자 엽서에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기도 했다. 엄마의 삶에서 중요한 종교에 대한 선물로, 엄마를 모시고 바티칸에 가서 교황님을 보기도 했다. 언니가 힘들고 입맛이 없어할 때면, 언니가 좋아하는 파김치를 만들어주며 입맛을 돋웠다. 조카들을 위해 12월 1일부터 25일까지 선물을 하나씩 뜯어가며 크리스마스를 맞이하는 어드밴트 캘린더를 직접 만들기도 했다. 조카와 함께 김장을 하는 추억을 쌓기도 했다. 연구실 사람들에게도 추석이나, 크리스마스, 새해와 같은 때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선물들로 내 마음을 전했다.
물론 이보다 더 잘할 수도 있겠지만, 딱히 후회가 남을 관계없이- 나는 내가 가능한 정도로 내 마음을 주변에 표현하였다. 그러니 2025년 사람과의 관계에서 후회는 없다.
2025년에는 여행이 적지 않았다. 친구를 만나러 제주도도 갔었고, 학회를 세 번이나 갔기에 일본, 방콕, 인도를 다녀왔다. 여기에 엄마와의 여행으로 이탈리아 로마까지 다녀왔으니- 새로운 공간 속 내 나름 많은 추억을 가졌다. 그 외에도, 서울에 있으면서 새로운 곳들을 찾아갔다.
어느 한 주말 저녁에는 피곤함에 누워있다가, SNS에서 빛축제를 한다는 것을 보고는 바로 옷을 챙겨있고 집을 나섰다. 그렇게 버스를 50분 내리 타서 도착하고는 후회 없이 구경하고 집에 돌아왔다. 이렇듯, 전보다 좀 더 행동력 있게 새로운 곳을 찾아다녔다. 여행에 앞서서 언제나 불안감과 함께, 여행 가기로 결정한 것을 후회하곤 했는데 - 올해는 전보다 그런 맘이 덜했다. 나의 불안이 조금씩 나에게서 멀어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올해는 조금 종교에 가까워보자고 맘을 먹었던 시기이다. 그래서 한동안은 그런 글을 브런치에 올리기도 했지만, 나의 다른 글들과 색이 너무 달라 모두 삭제해 버렸다. 하지만, 이곳에 올리지 않더라도 여전히 종교에 가까워지고자 공부해나가고 있다. 아우구스티누스는 말했다. "나는 이해하기 위해 믿으며, 믿기 위해 이해한다." 믿음이 찾아오지 않고 너무 이해하려고 접근하려는 나에게 위안을 준 말이었다. 그 이후로, 나는 사람마다 믿음의 방식은 다를 수 있다고 받으들이며, 나의 방식으로 조금씩 이어가고 있다. 그러는 과정에서 제법 마음의 평온을 얻곤 한다.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간이 많고, 어쩐지 전보다 이해심이 더 생긴 것 같기도 하다. 남에 대한 평가와 판단을 덜하고 더 나 자신에게로 집중하고 있는 듯하다. 그렇기에 나는 이 믿음, 종교를 향한 길이 제법 즐겁다. (즐거워해도 되는 건지 모르겠지만)
글쓰기는 꾸준히 해왔고, 그림을 전보다 더 많이 그렸다. 봄쯤부터 엽서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면서, 친구에게 보내는 엽서 시리즈를 꾸준히 했다. 그렇게 꽤나 많은 그림을 그렸다. 학회로 해외를 가게 되면, 그곳에서는 여행드로잉으로 그곳을 그림으로 그리고, 그 순간의 감정들을 글로 남겼다.
베이스를 연습은 잘 안 해도, 레슨은 꾸준히 갔으니 완전히 손에서 놓지 않았다. 음악을 언제나 가까이했고, 꽤나 많은 공연을 봤다.
1월-벤슨 분 내한공연, 원리퍼블릭 내한공연
3월-더글로우 페스티벌 (송소희, 나상현 씨 밴드, 터치드, 이승윤, 잔나비, 한로로, 데이먼스 이어, 글렌체크, 쏜애플, 장기하, 넬)
4월-앤써니 라자로 내한 공연, 콜드플레이 2번 (게스트-트와이스, 로제),
6월-연세동문아카라카(라이즈, 키키, 헤이즈, 피프티 피프티, 엔플라잉, 키스 오브 라이프, 에이핑크, 크러쉬)
7월- 오존&카더가든 단독공연,
8월-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 (장기하, 크라잉넛, 아시안 쿵후 제너레이션, 카디, 혁오&선셋롤러코스터, 펄프), 악뮤 단독 콘서트, 더 로즈 단독콘서트,
9월-뮤즈 내한 공연
10월- 오아시스 내한 공연, 세종보헤미안뮤직페스티벌 (이상은, 죠지, 10cm), 백예린 단독콘서트
12월- 오존 단독 콘서트
원래 맨체스터로 보러 가려다가 못 가게 된 오아시스 공연을 한국에서 볼 수 있어서 기뻤다. 뮤즈의 공연에서 정말 신나게 놀았고, 오아시스는 감동이었고, 콜드플레이는 행복한 추억의 연속이었다. 펜타에서 펄프의 공연을 보며, 옛날 우울하던 시절의 펄프 노래를 듣고 있던 내가 떠올랐고- 모든 것을 버텨내고, 그들의 공연을 즐길 수 있는 나로 자라나서 조금 나 자신이 기특했다.
이런 창작(글쓰기, 그림 그리기)과 더불어 취미 (공연, 악기 연주)로 가장 즐겼던 것은 아마도 요리일 것이다. 요리는 창작인 취미라고 할 수 있다. 점점 내가 맛본 다양한 것들을 내 요리에 접목시키고 있으니까. 최근에 홈파티를 열며 느꼈다. 요리 실력이 향상되었다고.
올해는 미슐랭 1 스타 레스토랑과 같은 파인 다이닝도 몇 번 다니면서 음식을 먹고 단순히 "맛있다"에 멈추는 것이 아니라, 맛을 더 음미하고 그 요리를 분석하는데 재미를 느꼈었다. 아마도 그런 과정이 훈련이 되었는지, 내가 요리하는 데도 전보다 성장한 걸 느꼈다.
2025년 나는 전보다 나를 더 잘 알았고, 내 삶에 전보다 더 많은 즐거움으로 채워나갔다. 일에서도 어느 정도 능력을 발휘하며, 전보다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고- 경력면에서도 전보다 경쟁력을 갖출 수 있게 되었다. 일상에서 사람들과의 관계도 전보다 수월했고, 언제나 불안과 우울은 나의 삶 속에서 함께하곤 했는데 -2025년에 나는 드디어 우울보다, 즐거웠던 순간이 더 많았다.
2025년은 어쩌면 내 인생의 전환점인지도 모르겠다.
내가 나를 더 좋아하고, 미래를 꿈꾸며 앞으로 더 나아갈 수 있게, 내게 힘을 준 한 해로 말이다.
그렇기에 나는 2026년이 기대가 된다.
어쩐지 더 좋은 일들이 일어날 것만 같으니까.
Goodbye 2025-
Hello 2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