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식가 외국인 친구에게 한국의 맛을 보여주다

by 이확위

프랑스에서 일하는 동안 가장 친해졌던 루마니아 출신의 친구가 있었다. 프랑스에서 꽤나 오랫동안 살아와서, 이제는 시민권도 가지고 있지만 그는 자신을 여전히 루마니아 사람이라 말했다. 우리가 친해지고 얼마 되지 않아 나를 집에 초대하고 싶다더라. 자기 부인과 함께 부활절마다 자기들은 음식을 차려먹는데, 그 자리에 나를 초대하고 싶다고 말이다.


약속을 이틀쯤 앞두고, 친구는 내게 어떤 와인을 좋아하느냐고 물었다. 나는 와인을 잘 모른다고 말했다.친구에게는 그게 신기했던 모양이다. 와인애호가인 친구 입장에서, 와인을 잘 모르는 사람이 와인을 어떻게 느낄지가 궁금했던 모양이다. 그렇게 차려진 친구네 집 식탁에서 난 매 코스마다 새로운 와인을 맛볼 수 있었다. 그때마다 친구는 내게 어떻냐고 물으며 내 반응에 관심을 기울이더라.


그렇게 약속 당일 친구네 집에 찾아가 시작된 런치에서 맛있는 식사와 즐거운 대화로 시간 가는 줄 몰랐다.

그날, 나는 막차를 타고 집에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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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첫 초대를 시작으로, 친구는 종종 나를 초대하고 한 상 가득 각종 요리들을 보여주었다. 우설, 소혀에 대한 얘기가 나와서 내가 한국에서는 아마 그냥 구워 먹을 거다라고 했더니, 우설은 질기기 때문에 오랫동안 구워야 한다며 "Beef tongue-feast"라는 테마로 각종 우설 요리를 준비하여 나를 초대하기도 했고, 또 다른 날은 새해맞이로 요리들로 함께 새해를 맞기도 했다.


이 친구와 친구 와이프는 누가 봐도 서로가 서로의 베스트프렌드였다. 일 때문에 함께 지내지 못할 때나, 언제나 서로가 서로에게 가장 친한 친구 같은 사이였다. 그런 그들의 사이에 매번 나를 초대해서 나와 함께하려 하는 게 나는 참 고마웠다.


내가 프랑스에서 한국으로 결정되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을 때, 이들 부부는 이를 무척이나 아쉬워했다. 어느 날 메시지로 뭔가 스케줄 같은 것을 보내왔다.

"우리가 이때만 일정이 있으니까. 이날 제외하고는 함께 놀 수 있어. 시간이 별로 없으니까, 가능한 만큼 함께 보내야지."

라는 말과 함께.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났다. 이렇게 열심히 함께 시간을 보내려는 모습이 우습기도 하면서, 고마웠다. 나와의 시간을 그렇게 생각해 준다니 말이다.


한국으로 돌아가기 전에, 이 친구가 나에게 해줬던 많은 요리만큼 해줄 수는 없지만- 그래도 내가 할 수 있는 것들로 한국의 맛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렇게 이 친구와 친구 와이프를 초대하기로 했다. 친구 부부와 약속을 잡고 메뉴를 짜는 데 꽤나 고민을 했다. 요리를 좋아하고 잘하고, 음식에 일가견이 있는 친구이기에 너무 뻔한 요리들을 하고 싶지 않았다. 조금은 한식의 매력을 다양하게 보여주고 싶었다. 한식을 잘 모르는 친구에게 한식에 대한 좋은 첫인상을 남기고 싶었다. 그런 고민 끝에 다음과 같이 메뉴를 짰다.


-전채요리: 녹두전, 오징어초무침

-메인 1: 돼지고기 양념구이, 돼지고기 고추장 구이, 쌈재료 (상추, 쌈무, 파절이, 콩나물 무침, 쌈장)

-메인 2: 흰쌀밥, 순두부찌개, 건나물을 활용한 각종 나물, 김치

+나물로 비빔밥


점심에 친구부부가 찾아오기로 했고, 아침부터 요리하기 시작했다. 평소에 다 만들어먹던 메뉴들이기에 딱히 어려울 것은 없었다. 건나물들도 미리 불려뒀었기에 빠르게 조리할 수 있었다.

집에 있는 와인들을 다 꺼내두고, 친구에게 음식 맛을 보고 어울리는 것을 고르라고 할 계획이었다. 친구는 자칭 와인을 천병은 마셔본 사람으로, 나름 와인에 대해 안다고 자부심을 갖고 있었다. 그러니 어설프게 내가 "페어링"이라고 제안하는 것보다는 친구의 선택을 믿기로 했다. 내가 꺼내둔 와인 외에도 친구 부부가 가져온 와인도 두어 병 더해져 와인이 아주 넉넉해졌다.


먼저 전채요리로 녹두전과 오징어 초무침으로 식사를 시작한다.

친구는 오징어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나는 오징어는 항상 맛이 없는 재료라 생각했어. 그런데 이건 소스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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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후, 다음으로 메인인 고기요리들이었다. 나는 한국만의 "쌈"을 보여주고 싶어서 이것저것 준비했다. 고기를 바로 구울 때도, 친구는 와인을 들고 부엌에 와서 나와 얘기를 나누었다. 고기를 구워서 한국에서처럼 가위로 자르는 문화를 보여주니 신기해했다. 그런 후, 쌈을 싸서 먹는 법을 알려주었다.

고기에 쌈을 싸서 먹거니 "샐러드를 먹는 듯한 신선함"이 좋다고 했다. 그러면서 친구와 친구 와이프 모두 쌈을 내가 알려준 대로 한입에 넣어 먹었다. 한입에 먹는다는 게 쉽지 않지만, 그렇게 먹어야 맛이 있는 것을 알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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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다음으로 순두부찌개와 각종 나물과 함께 밥을 내주었다. 찌개에 밥을 말아먹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나물들을 소개하는데- 나물을 신기해했다. 고사리가 그 옛날 공룡들이 살던 시대부터 있던 그 고사리라니 신기해하면서 자기가 예상한 맛과 전혀 다르다 했다. 더불어 친구 와이프는 무말랭이의 식감이 좋다며 무말랭이를 계속 먹었다. 그들에게 이런 재료들을 이용해 한국의 대표음식인 비빔밥을 할 수 있다고, 비빔밥도 한 그릇 비벼 건네주었다.


우리가 즐거운 시간을 보냈음을 알 수 있는 건, 그날 우리가 함께하여 남겨진 빈 와인병이 6병이었고, 내가 그들의 집에서 그랬듯, 그들도 막차를 타고 집에 돌아갔다. 그러니, 이 날의 식사는 성공적인 셈이었다.


친구 부부에게 차려줬던 이 식탁과 이 날의 기억이 좋아, 한국으로 돌아가기 한 달 동안- 나는 여러 사람들을 집에 초대하여 나의 식탁을 선보이게 되었다. 이게 모두 나와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준 나의 루마니아 친구 부부 덕분이다.


프랑스에 있던 날들 속에,

저렴하고 맛있는 치즈나 와인,

모네의 그림이 있는 미술관 등

많은 것들이 있었지만

가장 그리워지는 것은 함께 했던 사람들이다.


난 그곳에서 정말이지, 많은 사랑을 받았다.

나를 좋아해 준 많은 이들을 만났던 그 나날들이

지금도 참 고맙다.


그들과의 기억 덕분에,

나는 앞으로도 다른 곳에서의 새로운 삶에 대해 두렵지가 않아 졌다.



월, 화, 수, 목,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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