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친구에게 이렇게 생일상을 차려줘"의 누가 나

by 이확위

2년 반 정도의 해외 생활을 마치고 한국으로 다시 돌아왔다. 내가 떠나 있는 동안 친한 친구는 결혼을 해 가정을 이루었다. 해외에 있어서 결혼식도 참석을 못했고, 그동안 해준 게 없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한국에 돌아온 후, 처음으로 친구 생일이 다가오기에 내가 해줄 수 있는 게 뭘까 생각했다. 그러다 친구에게 생일상을 차려줘야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친구에게 생일상을 차려주려 한다 하니, 주변에서 신기해하기도 했다. 그런 사람이 있냐면서 말이다. 그런 사람을 본 적이 없다고 말이다. 생각해 보면, 나도 누군가 딱히 생일상이라 차려준 것은 어린 시절, 친구들을 초대하여 엄마가 차려준 생일상이 전부였다. 그 이후에는, 그저 생일 축하라며 친구들과의 외식이 생일상이 되곤 했다. 평소와 같은 외식자리에 누군가 사온 생일 케이크가 자리하면- 그게 생일상이 되는 거였다.


무슨 대단한 마음이 아니라, 그저 친구를 위해 생일을 축하하는 밥을 한 상 차려주고 싶었다.


친구 생일과 가까운 주말로 서로 시간을 맞춰 친구네 집에서 생일상을 차려주겠다고 했다. 무엇을 해줄까 고민하며 이런저런 메뉴들을 적어보았다. 생일이니 대표적인 미역국 하나 끓이면 되겠지만, 뭐가 한 상 가득 차려주고 싶은 마음이 컸다. 친구를 위함도 있지만, 그저 나의 욕심일 수도 있었다. 그렇게 이런저런 메뉴들로 정해두었다.


요리하기 전 미리 장을 봐 냉장고 가득 재료들을 준비해 두고, 당일 조금 일찍 일어나 요리를 했다. 아무래도 친구네 집에 가서 요리하기에는 챙길 것도 더 많아지기에 미리 요리를 해서 통에 담아 챙겨가기로 했다. 가짓수가 조금 여럿이라 하나하나 마무리되면 통에 담아낸다. 그다지 많지 않다 생각했건만, 모두 담아보니 제법 묵직하게 짐이 한가득이 되었다. 나는 괜찮은데 어쩐지 친구가 보면 무겁게 고생한다며 미안해할 것 같은 크기였다. 친구는 남편과 함께 기차역으로 마중 나온다고 했다. 괜찮다 했지만, 어쩐지 짐이 좀 커서 그러는 편이 나도 편하지만 그걸 보는 친구 맘도 편할 것 같았다.


친구네 집에 도착하니 친구 어머님이 반겨주셨다. 언제나 나를 보면, "OO와 친하게 지내줘서 고마워."라며 말씀하시곤 했다. 아무리 우리가 나이 들어도, 부모에게 언제까지 어리기만 한 자식인가 싶기도 했다. 언제나 고운 미소와 함께 나를 반겨주시는 어머님이라 오랜만에 인사를 나눴다. 친구가 친구 어머님에게 내 짐 커다란걸 보라며, 저렇게 큰걸 서울에서 짊어지고 왔다고 했다.

IMG_9032.JPEG

인사와 대화를 조금 나누고 나는 바로 식탁에 생일상을 차리기 시작했다. 가져온 것들을 냄비에 옮겨 담아 데우거나, 전자레인지를 이용하거나, 차가운 것은 바로 그릇에 옮겨담으며 빠르게 상을 차렸다. 친구 어머님, 친구와 그녀의 남편에 나까지 넷이 친구 생일상의 멤버였다. 다 함께 둘러앉자 친구는 "우와"라며 사진을 먼저 찍기 시작하였고, 친구 어머님은 내게 또다시 고맙다고 하셨다. "이런 친구가 어딨어~"라면서 말이다.


친구 생일 축하하러 생일상 차리러 지방에 왔다고 하며 사진을 보내자 다른 지인이 나에게 말했다.

"대단하다. 누가 친구 생일상을 그렇게 차려줘."

"누가"의 누가 나였다. 그런 얘길 듣곤 나는 '그 정도는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었기에 딱히 할 말이 없어 그저 웃어넘겼다.


나에게는 이런 상차림이 어려운 게 아니고 내가 해 줄 수 있는 것이기에 한 것뿐인데-

친구도, 친구 어머님도 감동이라며 너무 고마워했다.


대단한 일이 아니라,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방식으로 친구에게 축하를 전한다.

소소하게 내가 할 수 있는 일로, 친구의 생일을 축하하며-

따스한 집밥과 따뜻한 대화로 시간을 함께 보낸다.


내가 좋아하는 일로, 누군가에게 나의 마음을 전할 수 있고 그들을 웃게 만들 수 있다니...

나는 꽤나 축복받은 사람인지도 모르겠다.

생일상.png


월, 화, 수, 목, 금 연재
이전 03화나를 위한, 그리고 언니네 가족을 위한 집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