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살게 되면 거의 모든 끼니를 혼자 하게 된다. 혼자 밖에서도 잘 먹고 돌아다니기 때문에 혼밥에 불만은 없다. 혼자 먹는 것에 불만이라기보다, 내 요리를 먹을 사람이 나뿐이라는 게 불만이다.
나는 음식에 꽤나 쉽게 질린다. 한 가지 음식은 한 끼면 충분하다. 일 년 가까이 도시락을 싸서 다니는데, 초창기보다 언젠가부터 도시락이 맛이 없게 느껴지더라. 그 이유를 생각해 보니, 초창기에는 점심/저녁 도시락을 달리 싸왔었고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간소화한다며 점심/저녁을 동일하게 쌌다. 점심에 먹은 걸 저녁에 또 먹으려 하니 먹기가 싫었던 거다. 맛이 없게 느껴지냐의 문제를 떠나, 잘 넘어가질 않는다. 도시락을 매번 남겨서 나는 내가 입맛이 없는 건가 하는 착각을 하기도 했었으니까. 이런 얘길 하자 엄마가 내게 말했다.
"넌 어릴 때도, 자기 전에 다음 날 아침 메뉴를 물어봤어."
어릴 때부터 같은 메뉴를 반복적으로 잘 먹질 못했다. 날이 추워지고 엄마가 곰탕을 끓이시는 걸 보면 나는 한숨이 나오곤 했다. '또 한 동안 저것만 먹겠네.'란 생각에 말이다.
문제는 내가 다양하게 요리를 해도 먹을 사람이 나뿐이니 요리가 매번 남는다. 처음에는 남아도 그냥 했다. 요리하는 것도 즐겁고, 다양하게 먹는 게 좋았으니까. 그런데 매번 남은 음식을 냉장고에 넣고, 그런 후 먹지 않아 버리는 일이 잦아지면서 문득 '내가 버리고 있는 이 것들도 모두 내 돈으로 산 건데'라는 생각에 너무 아까운 마음이 들었다. 그러면서 점차 도시락도 간소화했고, 그러다 보니 지겹게도 같은 요리를 여러 차례 먹으며 입맛을 잃어간 거다.
그런 내게 있어 아주 멀지만은 않은 언니네 집은 내가 맘껏 요리할 수 있는 공간이다. 언니네 집에 가면 내가 언니네 온 가족(언니, 형부, 조카 3)을 위해 아침, 점심, 저녁을 요리해주곤 한다. 누군가는 주말에 피곤하지 않냐고도 하는데- 그렇지 않다. 나는 그곳에서 하고 싶은 요리를 맘껏 하면서 오히려 스트레스를 풀곤 한다.
내가 무언가 하고 싶다 하면 언니가 주말에 미리 재료를 준비해두기도 한다. 대부분의 경우 무언가 만들고 싶은 요리가 있으면, 재료롤 공수해 가서 만든다. 아니면 언니네 냉장고를 열어 냉장고 재료들로 맘껏 요리를 한다. 계획했던 요리가 있더라도 냉장고 재료들을 활용하여 식탁을 더 다양한 요리들로 채워나가기도 한다.
어쩌다 조금 판을 크게 벌이고 싶은, 정말 맘껏 요리하고 싶은 날은 근처에 사는 오빠네 가족까지도 불러 모으기도 한다.
"이번 주는 해산물이야."
"이번 주말에는 멕시코 요리들을 하려고 해."
"이번 주말은 스테이크야."
라며 미리 주말 메뉴를 안내하기도 한다.
챙겨갈 재료가 많았던 날은 캐리어에 요리 재료들을 담아 언니네를 찾았던 적이 있다. 그 모습을 보고 언니가 말했다.
"넌 정말 요리하러 온 거구나.출장 요리사같다.“
물론 언니와 언니 가족들을 만나기 위함도 있지만, 맘껏 요리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점이 내가 그곳을 좋아하는 큰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언니가 내가 맘 놓고 요리할 수 있도록 주방을 온전히 내주니까 말이다. 그리고 이제는 그 주방이 익숙해서 필요한 것들을 굳이 물어보지 않아도 그 위치들을 내가 거의 안다. 그러니, 언니네 주방은 나의 주말 요리 아지트다.
나는 요리를 만드는 그 과정 자체도 즐겁지만,
요리가 완성되고 누군가 내 요리를 먹어주며 내뱉는 "맛있다" 이 한 마디가 참 좋다.
언니네 집에서 내가 하는 요리는-
언니네 가족을 위한 요리이기도 하지만,
내가 맘껏 요리한 것을
언니네 가족이 먹어주는 것이니 나를 위한 것이기도 하다.
그러니 나를 위한, 그리고 언니를 위한 요리이다.
<언니네 집에서 요리한 집밥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