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결국 "이 세상" 속에서 살아가는 존재

by 이확위

아침 출근길에 꽃이 만개한 나무들을 보았다. '와 벌써 꽃이 다 폈네. 진짜 봄이구나'하는데 얼마 가지 않아, 푸른 잎조차 돋우지 못한 아직 겨울인듯한 나무들 또한 즐비하더라. 조금 더 지나자 새하얀 백목련이 화려하게 꽃을 피우고 있어서, 가까이 가 사진을 찍었다. 사진을 찍기 위해 가까이 다가간 백목련에서, 한 가지에 있지만 이미 만개한 꽃도 있고, 아직 꽃봉오리에 머물러 있는 것들도 보았다. 그 걸을 보며 나는 문득 "각자의 시간"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자연 속에서 꽃을 피우는 시간이 모두 제각각이듯이, 우리 또한 이 세상 속에서 각자의 시간에 꽃을 피우지 않겠나-하면서 말이다.


그런 후, 저녁에는 퇴근길에 마침 일몰이었는지, 하늘에 주황빛으로 물들고 저 멀리 지려하는 해를 보았는데. 그 어느 날보다 "가짜"같은 모양새를 하고 있었다. 이제 어둑해지려 해서, 너무 밝지 않아 눈으로 지켜볼 수 있었고, 그 태양은 어느 콘서트장에서 보았던 커다란 구형 풍선 같은 모양이었다. 마치 누군가 하늘에 띄워둔 인공 구조물처럼. 그 모습이 신기하기도 해서 사진으로 남겼다. 내 사진을 보더니, 친구가 말했다. "엇, 나는 어제 일출 찍었는데"라고. 그러며 자신이 찍은 사진을 보내주었다. 친구가 남긴 떠오르던 태양은, 내가 남긴 지고 있는 태양과 거의 당연하게도 닮아있었다. 그걸 보니, '우리가 같은 하늘 아래 있구나'라는 것을 다시금 느꼈다.


일을 마치고, 문득 집에 종량제 봉투가 얼마 남지 않은 것이 기억나 편의점에 가서 종량제 봉투를 구입했다. 편의점도 많고 구매할 곳도 많은데, 어쩐지 매번 구매가 귀찮아서 조금 넉넉히 사려는 맘으로 2묶음을 달라했더니 "저희 묶음으로 안 팔아요. 5장씩 구매가능하세요."라는 거다. 그래서 5장씩 두 개- 10징을 달라하니 안된다는 거다. 그때부터 '뭐지?'싶었는데, 안내문을 가리키더라. 1인당 5매로 구매제한을 한다는 안내문이었다. 내가 모르는 무슨 일이 있나 보다 싶어 5장을 손에 들고 나와 검색을 해보았다. 기사에서는 중동전쟁 여파로, 종량제봉투 원료인 나프타 수급 불안 우려로 시민들의 종량제 봉투 구매 수요가 급증하는 대란이 일어났다고 했다. 그러면서 중동전쟁으로 공급망 충격이 우려되는 품목으로 정부가 지정한 10여 개 품목 중 하나가 바로 쓰레기 종량제 봉투라 했다. 먼 곳에서 일어나는 전쟁은- 나의 일상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었다.


이런 비슷한 경험을 프랑스에 있던 시절에도 경험했다. 그때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일어나고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다 전쟁에 대한 안타까움과는 별개로, 나의 일상과는 무관한 일 같았다. 하지만- 어느 날 평소처럼 사려고 했던 '해바라기씨 오일'이 보이질 않는 거다. 알고 보니, 우크라이나가 전 세계 1위 해바라기씨유 생산국이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가스공급 문제로, 그 해 겨울 난방비가 엄청 올라 나는 평소보다 많이 나오는 난방비에 추가요금을 내야 했었다.


나와 무관하다 생각했던 일이 계기로 내게 대학교에서 강의할 기회가 생기기도 했다. 이런 경험 속에서 나는 느낀다. 우리는 모두 이 세상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고. 나와 완전히 무관하다 할 일이 있기는 한 거냐고. 특히 과거와 다르게, 전 세계가 거대한 유통망이 된 요즘 시대에서는 우리는 그 옛날보다 더더욱 모두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 듯하다.


이렇게 나와 먼 곳이라 여겨지는 지구 어딘가의 일이 나에게 일상을 미치는 일이나, 친구와 각자 다른 곳에서 바라봤던 태양의 모습, 봄철의 꼿나무들을 보면서- 나는 우리는 "이 세상"에 살아가는 존재라는 걸 느낀다. "나의 세상"이란 것은 오로지 내 안에 있을 뿐, 나를 벗어나는 순간 나는 "세상" 속의 한 존재인 셈이다.


요즘에 나는 하루 일과를 시작하기 전에 다음과 같은 다짐을 하곤 한다. 오늘은 어쩐지 더 확신에 차서 이 말을 되새길 수 있을 듯하다.


나의 하루가 나의 만족이 아닌, 세상을 위한 하루가 될 수 있기를.
나의 삶이 나만이 아닌 세상에 보탬이 되길.

모닝페이지의 기록

어떤 나무는 꽃이 폈는데 어떤 나무들은 아직 푸른 잎조차 돋지 않았더라. 거의 만개한 백목련 아래 가서 보니 한 가지에서도 거의 만개한 것과 아직 꽃봉오리 상태인 것들이 함께 있더라. 우리네 삶이 떠올랐다. (2026.03.27 모닝페이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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