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것 vs 추구하는 것- 무엇을 해야 할까?

by 이확위
내가 좋아하며 듣는 노래들은 대부분 그다지 베이스로 치고 싶지가 않아요


나는 처음 시작한 후, 지금까지의 기간으로만 따진다면- 거의 10년을 베이스기타를 쳤다고 말해야겠지만. 부끄러운 실력에 당당할 수 있는 것은, 그 기간 동안 베이스를 정말 만졌던 순간들은 아주 간헐적으로 짧았다는 거다. 그 기간 동안 베이스를 쳐오며 연습하다가 손이 조금만 아프려 하면 언제나 멈췄고, 내 손에는 여전히 굳은살 하나 없다. 오히려 어릴 적부터 잘못된 습관으로 연필을 잡으며, 펜으로 인해 생긴 굳은살만 간직하고 있다.


나는 꾸준히 레슨을 받고 있는데, 누군가는 "레슨까지 받는데 실력이 왜 그래요?" 할 수도 있을 거다. 그런 사람의 나의 레슨의 목적을 몰라서다. 나는 처음 레슨 선생님을 만나던 날 말했다. 나의 목적에 대해. 이것은 어디까지나 나의 취미이고, 물론 잘하고 싶기도 하지만- 내가 레슨을 하는 주된 이유는 바로, 내가 연습을 하지 않더라도 베이스를 완전히 손에서 놓지 않기 위함이라고. 지난주에 했던 것을 레슨에 와서 똑같이 치더라도, 일주일에 한 번 한 시간 베이스를 강제적으로 치게 만드는 거다. 나는 돈으로 나의 강하지 않은 베이스에 대한 열정을 멱살 잡듯 끌고 가고 있는 거다. 그렇게 10년이 된 것이다.


거의 반년 전부터, 바쁜 날도 있었고- 이런저런 사정으로 한 달 주 1회의 베이스 레슨에 심할 때는 두 번을 빠졌다. 지금은 회당 5만 원인데, 선입금 후에 레슨을 하는 것이니 결석으로 인해 회당 10만 원 꼴이라 할 수도 있겠다. 나는 문제라면, 이미 낸 돈에 대해서는 그 후에 어떻든 아깝다는 생각을 잘하지 않는 편이다. 이미 내 품을 떠난 돈이란 느낌 때문인지. 그래서 결석에 대해서도 나 자신은 별 생각이 없었지만, 선생님에게 죄송했다. 그래서 잠시 쉬어가기로 했다. 그렇게 2달간의 휴식을 취하고, 다시 레슨을 받기로 한 날이었다.


베이스 선생님이 치고 싶은 베이스 곡 후보 뽑아오라고 하셔서, 무슨 곡을 칠까 생각을 했었다. 그렇게 치고 싶은 곡들 리스트를 적어둔 걸, 레슨을 가며 보는데 문득 이상한 거다. 이 치고 싶은 곡들을 나는 잘 듣지 않는다. 그때 한 2주 가까이 무슨 중독처럼 듣던 노래들이 있었는데- 아마 백번씩은 스트리밍 했을 것 같은 느낌으로 그냥 그 2주간 내 삶의 배경음악이던 곡이 두 곡 있었다. 그러다 한 일주일은 한 곡이 추가되어 세곡의 반복재생이 나의 일상이었다. 레슨을 가는 길에 최근 중독처럼 들었던 노래들을 다시 들어보았다. 어쩐지 이 곡들도 치고 싶지 않을까 해서. 그런데 세곡 모두, 베이스의 존재감이 약하고- 치더라도 너무 쉬워서 딱히 배울 맘이 들지 않았다. 이런 곡들은 나 혼자도 그냥 치면 그만이지, 이걸 배울 것은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좋아하는 곡이랑, 치고 싶은 곡이 다르네...' 하는 생각을 했다.


레슨에 가서 선생님에게 이 말을 했다. 치고 싶은 곡 리스트는 이러한데, 사실 내가 잘 듣는 노래들은 아니라고. 그러면서 선생님에게 내가 듣는 노래들이 무엇인지를 말했다. 나에게 듣는 노래는 거의 락에 가까운데, 내가 치고 싶어 하는 곡들을 듣더니 옛 모타운과 일본 시티팝의 그 사이 같은 느낌이라 말하더라. 그러면서 그럴 수 있다고. 자신도 그런 게 있다며, 요즘 밴드를 하고 있는데- 밴드에서 하는 음악과, 자신의 심장을 두근거리게 하는 음악이 다르다고 했다. 좋아하는 것만 하고 싶지만, 현실이 그러지 못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내게는 취미를 계속하기 위해서는 좋아하는 것을 위주로 하는 게 더 좋을 거란 조언을 하더라.


그런 후, 친구에게 베이스 레슨에서의 얘기로 내가 치고 싶어 하는 곡이 "옛 모타운과 일본 시티팝의 그 사이"라고 말하자. 웃으며 말하더라. "네가 좋다고 링크 보내는 곡 중에 그런 곡들은 하나도 없었는데." 그렇다. 정말 내가 음악으로 즐기며 듣는 장르의 곡들이 아니었다. 내가 치고 싶어 하는 것들은 베이스의 존재감이 드러나는 곡들이었고, 조금 더 내가 챌린지 하게 도전하며 테크닉이나 리듬감을 표출할 수 있는 그런 곡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보다는 좀 더 단조로운 리듬 속에서 감정이 터져 나오는 락기반 밴드음악이 보다 내 취향이었다. 내가 베이스로 치고 싶어 하는 곡들은 몸을 음악에 맡겨 리듬을 타게 만들어주는 곡들이고, 내가 듣는 곡들은 내 가슴을 더 때리는 곡이라 하겠다.


생각해 보면, 이게 나의 음악 취향에서만 그러할까 싶었다.

좋아하는 것 vs 추구하는 것

내가 잘하는 것 vs 내가 하고 싶은 것

이렇게 우리의 삶 속에서는 내 마음속을 갈팡질팡하게 하는 복잡한 내가 존재한다. 내가 베이스에서 좋아하는 곡들만 친다고 하면, 나는 아마 발전이 없을 거다. 그 노래들은 대단한 테크닉을 요하지 않는 곡들이 대부분이니까. 하지만, 내가 그렇다고 치고 싶은 곡들만 친다면 나는 금색 지쳐버리고 말 거다. 좋아하지 않는 곡을 계속 들으며 연습하는 건 쉽지 않으니까. 내가 하고 싶은 것만 하는 삶이면 참 좋을 거다. 그런데, 살아가는 데 있어서는 하고 싶은 것만으로 우리 삶을 유지하는 건 쉽지 않다. 해야 하는 것 혹은, 잘하는 것을 해야 경제적 자유를 얻게 될지도 모른다. 이런 여러 요소들 사이에서, 우리는 매번 고민해야겠지. 나는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하고.


One for them, one for me (한 편은 그들을 위해, 한편은 나를 위해)


예전에 배우 탐크루즈가 영화를 선택하는 전략이라며 어느 글을 본 적이 있다.

그는 상업 영화를 찍으면서 그 사이사이에 자신이 하고 싶은 영화를 찍는다 말했다. 그렇게 함으로써, 상업 배우로서의 자신의 인기와 가치를 유지하면서 동시에 배우로서 자신의 욕망 또한 해소할 수 있다 했다.

찾아보니 이런 전략은 영화계에서 유명한 'One for them, one for me' (한 편은 그들을 위해, 한편은 나를 위해)라는 커리어 전략이라더라.


난 탐 크루즈와 할리우드 영화계에서 하나의 답을 얻었다.

나는 커리어가 아닌 취미에서 이런 갈등을 겪어본 것이 다행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나의 결론은 이것이다.


좋아하는 곡을 위주로 치다가,
가끔씩 치고 싶은 곡—어려운 곡으로 실력을 키우는 것.


이처럼 좋아하는 것과, 잘하고 싶은 것은 다를 때가 있다.

하고 싶은 것과, 해야 하는 것이 다를 때도 있다.

하고 싶은 것과, 잘하는 것이 다르기도 한다.

그리고 우리는 그 사이에서 방법을 찾아야 한다.

우리는 선택해야 한다.


당신이라면 어떤 선택을 할 건가요?


모닝페이지의 기록

내가 듣는 노래와 하고 싶은, 베이스로 치고 싶은 노래가 다르다 말했다. 그랬더니 선생님은 자신도 그러하다며 얘기하더라. 잘 되는 친구를 보면 자신도 그렇게 되고 싶단 생각을 하고, 밴드를 위해서 해야 할 음악이 있기도 한데, 자기 가슴속을 뜨거워지게 하는 음악은 또 다르다 했다. (2026.0319. 모닝페이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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