밖
"밖에서 잘까?"
"밖?"
이번 생일은 성대하게 치르고 싶다고 했다. 흐지부지 넘어가지 말고 제대로 축하를 해 달라고 이르던 중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이다. '밖'이라는 낱말이 몸의 말초를 자극한다. 매일같이 붙어 자는데 무슨 새로운 일이라고 얼굴은 붉어지는가. 가만히 헛기침을 하고 새색시처럼 얌전히 "그럴까요."라고 했다.
아고다와 야놀자 앱을 다운로드하였다. 성인 두 명을 입력하고 검색을 눌렀다. 집 밖에서 종종 자지만 우리 둘만 그러는 일은 없고 대부분 아이들과 함께였다. 인원수에 두 명만 넣고 검색한 적이 없는데. 핸드폰 저 밑까지 길게 길게 숙박 업소가 뜬다. 목포에 이렇게나 호텔이 많다니. 저기 대반동이나 평화광장 중심에 있는 호텔만 알았지, 곳곳에 숙박 업소가 있는 줄 몰랐다. 목포는 평화광장이 뜨거운 곳이다. 저마다 그곳과 얼마나 가까운지 내세우고 있다. 시민들이 평화광장을 얼마나 자주 가는지 모르지만 우리는 집과 가까워도 가는 일이 별로 없다. 약속 장소니까 어쩔 수 없이 가는 일 아니면 일 년에 두어 번. 이번 기회에 나도 바다를 보면서 잠들고 깨고 해 볼까? 그런데 바다뷰는 비싸다. 자주 보는 바다, 봐도 그만 안 봐도 그만이지만 아침, 저녁 분위기 잡고 산책이라도 하려면 평화광장이 좋겠어서 알맞은 조건을 열심히 훑었다. 오, 여기 괜찮다. '에이호텔 평화광장점, 프리미엄 씰리침대, 75인치 티브이, 조식제공, 3만 8천 원.
생일이라고 여기저기서 인사를 받았다. 모두 행복한 날 되라며 축하해 주었다. 누가 보지도 않는데 혼자서 쑥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고맙다고 카톡에 답장했다. 퇴근하고 장을 잔뜩 봐 집에 왔다. 다 컸어도 하룻저녁 엄마 없이 있으려면 먹을 것이 풍족해야 헛헛하지 않다. 그런데 아직 아이들에게 외박한다는 말을 못 했다. 우리는 부부로 하등 거리낄 게 없는데 말이다. 부지런히 요리를 했다. 김치찌개를 끓여 놓고 계란말이에 스팸도 반쪽 구웠다. 오이의 껍질을 깎고 가지런히 잘라 식탁에 놓았다. 현관 비밀번호 누르는 소리가 들리고 남편이 들어왔다. 옆으로 바짝 오더니 "우리는 나가서 먹자."라고 한다. 그러면서 큰 소리로 "너네, 오늘은 너네끼리 자. 엄마 생일이니까 엄마랑 아빠랑 나가서 놀다 잠까지 자고 올 거야."라고 말했다. 큰아이는 잘 다녀오라고 하고 막내는 방에서 둘이 놀다 자면 되지 왜 나가냐고 막는다. 놀 때 방해하니까 안 된다고 했다.
외식이라 해보았자, 식구끼리 늘상 가던 '부송국수'다. 새로운 것보다 익숙한 맛이 좋다. 소머리국밥과 비빔국수를 시켰다. 마땅히 할 말이 없어서 서로 핸드폰만 쳐다보았다. 음식이 나왔고 말없이 먹다, '민생소비쿠폰'을 어떻게 받을 건지 이야기했다. 소고기 좀 사서 애들 먹여야겠다고 말을 맺었다. 계산대 앞에서 그이는 쫀드기를 나는 두부과자를 집었다. 네비에 에이호텔을 입력했다. 잘 가다가 우회전해야 목적지인데 좌회전하라고 한다. 번화한 상가들 뒤로 밀집한 모텔촌으로 우릴 인도했다. 평화광장이랑 2km 족히 떨어진 것 같은데 '평화광장점'이라 하는구나. 바다가 멀다. 이래서 쌌군. 순간 누가 우리 차를 알아볼까 걱정되었다. 둘이 같이 온 걸로 생각 못하고 오해하면 어쩌나. 산책은 커녕 일찍이 잠이나 많이 자야겠다. 우리는 차에서 동시에 내려 나란히 바르게 걸어 안으로 들어갔다.
'아그그그' 할아버지 같이 앓는 소리를 내며 침대에 눕는다. 새벽녘 시끄럽고 몸이 갑갑해 눈을 떴다. 티브이가 혼자 떠들고 그이 머리가 내 어깨를 짓누른다. 머리 아래로 베개를 넣어주었다. 엠자 탈모 온 머리를 쓸어 넘기며 잠든 얼굴을 찬찬히 살폈다. 살아내느라 몹시 고단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