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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옹졸 Feb 21. 2024

강원국의 열심


토요일 오후엔 남도소리울림터에 간다. 막내 지언이, 어린이국악단 연습이 있다. 이번엔 1층 대공연장에서 강원국 작가 강연이 있다. 네 시 강연이니 지언이 먼저 내려주고 나는 옆에 도서관에 좀 앉았다, 들으러 가면 되겠다. 서로 끝나는 시간이 얼추 비슷해 다섯 시 반에 로비에서 만나기로 했다. 


<대통령의 글쓰기>, <강원국의 글쓰기>. 느닷없이 시작한 글쓰기다. 이 작가를 알게 돼, 용기 내 지치지 않고 쓸 수 있었다. 그의 책을 읽을 땐 나도 쓰는 사람, 작가가 될 것 같은 꿈이 꿔졌다. 그러다 직접 펜을 들고 쓰면 꿈이 깼다. 드디어 진짜로 얼굴을 본다. 몸속 어딘가가 간질간질한 이런 떨림은 참 오랜만이군.     

박수와 함께 그가 나왔다. 자리가 무대와 거리가 먼 탓에 이것이 실제인지 유투브 영상인지, 영 현실감이 없다. 듣지는 않고 시간 내내 얼굴만 쳐다봤다. 강연이 끝나자 사람들이 작가 싸인을 받는다고 바삐 나간다. 나는 그대로 있었다.      


밖으로 나오니 지언이가 먼저 기다리고 있다. 눈을 감아 보란다. 내 손에 빳빳한 작은 종이를 쥐어준다. 눈을 떴다. 강원국 작가 명함이다. 아까 연습실 가는 길에 로비에서 만났단다. 엄마 책에서 보던 아저씨라 가서 인사하니 자기를 아냐고 물었단다. 우리 엄마가 좋아한다고 말하니, 엄마 갖다주라고 명함을 줬다고. 코로 가져와 냄새를 맡았다. 나는 사랑하면 냄새를 맡는다.   우연은 없다고 배웠다. 이 무슨 신의 계시인가? 전화번호와 메일 주소가 박혔다. 이런 걸 아무나 준다고? 아닐 것이다. 전화를 걸어볼까, 걸어서? 할 말이 없네. 그래, 내 글! 한 학기 동안 쓴 것 중 몇 개를 골라 메일로 보냈다. 그냥 그러고 싶어서지 무슨 기대가 있었던 건 아니다. 그런데 답장이 왔다. 강원국을 가장한 스팸인가? 클릭했다. “열심히 쓰시기 바랍니다.” 아... 열심. 일찍이 이런 진부한 단어는 싫어한다. 모니터를 얼마나 쳐다봤을까? 정말 눈물나게 하는 열심이다. 이렇게 산뜻하고 사랑스러운 말이었던가.    

  

꿈을 꿨다. 한겨레 기자가 나를 찾아왔다. “황선영 씨 어떻게 작가가 되셨나요?” “강원국 작가 때문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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