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담감은 좋은 것인가?
브런치는 부담스럽다
브런치에 쓰는 글은 블로그나 소셜미디어에 쓰는 가벼운 글보다는 부담감이 심하다. 브런치를 처음 시작할 때 이야기한 것처럼 블로그는 전공, 브런치는 교양의 느낌이 있다.
그러다 보니 가볍고, 쉽게 읽혀야 하며 약간의 여운이 남으면 더 좋겠다는 생각으로 글을 작성하는데 이게 여간 쉬운 것이 아니다.
브런치를 처음 시작할 때 가볍게 하자고 했었는데 이게 또 일처럼 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전 글에 몇 번 언급한(앞으로도 한번씩 언급될 것 같은) A는 에니어그램을 할 줄 아는 사람이었는데 장시간 테스트를 진행하고 설명을 해 준 결과, 나는 극단적인 1번이라 했다. 끝도 없이 완벽을 추구하는 사람이라고 했었는데..
대충 2주에 9편이면 다작인가?
브런치 작가가 된 지 대충 2주차 22.04.03.
발행한 글이 총 9개다. 이렇게 글을 양적으로 쏟아내는 것이 맞나? 아니, 그전에 이게 많이 쓰고 있다고 할 수 있는 양인가? 그러면 재미는 있나? 아니, 그전에 잘 읽히기는 하나?
나는 이미 tistory 플랫폼에 글을 쓰고 있다. 조금 더 다듬어서 포스팅하려고 비공개로 저장해놓은 글도 이미 한 달 정도가 밀려 있다.
변명을 해 보자, 좋은 글을 쓰기에 나는 바쁘다.
아무래도 전업 작가가 아니다 보니(전업을 할 필력도 안되고) '글을 쓴다'는 행위가 내 삶의 우선순위에는 한참 뒤에 있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나에게서 '글을 쓴다'는 행위가 약간 고상한 취미 같은 느낌인데, 이걸 또 내 지인이 본다고 생각하면 부끄러운(특히 브런치는 더) 감정을 주체할 수가 없다. 그래서 속으로만 우쭐하는 딱 그 정도.
게다가 먹고 살기 위해 하는 일의 업무량이 사실 적은 편이 아니고, 사람 같이 살기 위해서 가능하면 퇴근 후에 운동을 가려다 보니 차분히 앉아 글을 쓸 시간은 더더욱 부족하다. 운동 마치면 휴식이라는 이름으로 youtube나 넷플릭스 같은 영상물을 또 본다.
그래서?
이렇게 '글을 쓴다'는 행위가 나에게 가지는 의미를 정리하고 보니 나에게 '일' 까지는 아니지만 그에 어느 정도 준하는 위치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돈은 안 되는 그런 일.
즉, 단순히 나의 만족과 의지로 진행되는 작업이다. 누구는 직장을 그만두고 전업 블로거를 할 정도로 수익이 나지만 1일 100명 정도의 방문자가 있는 내 블로그에서는 어불성설이다. 정보검색의 트랜드는 이미 블로그나 포털사이트 보다 youtube로 넘어가 버리기도 했고.
펄펄 나는 저 꾀꼬리 암수 서로 정답구나..
어쨌든 블로그든 브런치든 평일에도 조금씩 살을 붙이기는 하지만 본격적으로 쓰는 것은 주말에 카페에 앉아있는 시간을 활용한다. 오늘도 카페에 앉아서 글을 쓰다 보니 소위 말해서 '현타'가 온다.
따뜻하고 꽃 피는 봄날에 카페 안에 있는 사람들, 창 밖의 사람들은 짝지어(봄이 그렇게도 좋냐 멍청이들아!) 꽃놀이와 소풍을 즐기는데, 30대 극 후반의 나이에 나는 이게 뭐 하는 건가?
사실 당장 밖으로 뛰어나가 혼자 지나가는 이성에게 전화번호라도 물어보는 것이 이렇게 카페에서 키보드를 틱틱거리는 것보다 훨씬 생산적인 일이다.
돈 되는 일도 아니고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일(또는 작업)에 이 정도의 정성을 쏟는 것이 맞는가? 따뜻하고 꽃 피는 봄(내가 사는 곳은 전국에서 벚꽃이 제일 유명한 도시)에 홀로 카페에 앉아 이렇게 궁상(?)을 떨고 있다는 사실에 스스로가 불쌍해진다.
글의 품질을 올릴 수 있는 고민
필력이 좋다고 하는 사람들의 글을 보면 숨을 언제 쉬었는지도 모를 정도로 술술 읽히는데 내 글은 어쩐지 그런 느낌이 없다. 그렇다고 주머니 속 송곳처럼 삐죽 튀어 나오는, 이 시대를 통찰하는 그런 글도 아닌 것 같다. 제대로 된 글쓰기 훈련을 받지 못해서 그런가? 학교를 다닐 때 글쓰기 교양수업을 좀 들어둘걸..
따봉의 역할을 하는 라이킷도 좋지만(물론 눌러주시는 분들 정말 감사합니다!) 구독과 댓글이 필요하다. 그렇다고 구걸하기보다는 내 글을 통해 누군가의 마음을 움직여 자발적인 그런 게 필요하다.
댓글은 라이킷보다 조금 더 고차원적인 표현 방법이고, 구독은 또 댓글보다 더 고차원적인 표현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10개의 가치 안에서 비교를 한다면,
라이킷 : 댓글 : 구독 = 1 : 2 : 7
댓글은 나의 글을 보고 읽은 독자가 한번 더 생각을 했다는 의미를 가진다. 그리고 구독은 나의 글이 흥미가 있어서 앞으로도 새로운 글을 계속 보고 싶다는 의지의 표현이기 때문에 더 소중하다. 물론 브린이인 지금은 모든 관심이 다 소중하다.
그동안 블로그에 쓴 글, 지금은 비밀번호가 생각이 나지 않지만 더 예전의 블로그에 쓴 글의 수를 생각하면 적은 양의 글을 쓴 것은 아닌데 확실히 좋은 결과물을 내기 위해서는 어떤 방면이든 이론과 실전이 겸해져야 하는 것인가 보다. 글쓰기 동호회나 강좌가 있으면 한번 찾아봐야겠다.
그래도 브런치 안에서 '작가'라는 타이틀을 쓰는데.. 부담감은 가지되 가볍게 일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