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열심히 살기를 강요받았다

죽기 전에 못한 게 생각나서 눈이나 감기겠나..

by 따청



Lottemart MAXX

창원에 새로운 마트가 생겼다. 메인 스트리트라고 할 수 있는 곳에 이마트와 롯데마트가 있었는데, 언젠가부터 롯데마트가 장사를 하지 않고 리뉴얼을 하고 있었다. 다른 브랜드의 대형마트가 들어오나 했는데 코스트코 흉내를 낸 창고형 마트가 생긴 것이다.


기존 마트 건물을 리뉴얼해서 만들다 보니 창고형 마트의 냄새를 내려고 노력은 한 것 같은데, 코스트코나 이마트 트레이더스와 같은 느낌은 많이 들지 않았다. 가격도 뭐 그렇게 싼지는 잘 모르겠더라.



23,900,000원

잘못 적은 것이 아니다. 금이천삼백구십만원. 물론 한 병의 값은 아니고 와인 9병 패키지의 값. 하나하나 검색을 해 보니(wine21.com 참조),


샤또 오존: 1,300,000원
페트뤼스: 8,000,000원
디켐: 780,000원
오 브리옹: 980,000원
무똥 로스췰드: 1,400,000원
라피트 로스췰드: 1,000,000원
마고: 900,000원
라 미시옹 오 브리옹: 620,000원


내가 잘 못 검색했나? 같은 이름에 종류가 많은데 앞에 ‘샤또’가 붙은 것으로 옮겨 적기는 했는데.. 와인 쪽은 소위 1도 몰라서 정확한 데이터는 아닌 듯 하지만 위 값만 더하면 23,900,000원은 너무 비싼데?


뭐 하여튼 롯데마트 맥스와는 별도로 사업자를 내고 술을 전문적으로 파는 ‘보틀 벙커’라는 매장이 별도로 마련이 되어 있다. 어쨌든 롯데 계열인 것 같기는 하지만.. 거기서 파는 제일 비싼 와인 패키지. 사진에는 없지만 옆에 경고문구가 적혀 있다. 대충 ‘만지다 깨지면 네가 사야 된다’라는 말.




죽기 전에..

요즘은 잘 보이지 않는데 예전에 한참 유행하던 것. ‘죽기 전에..’로 시작하는 문장들. 보틀 벙커 한켠에 저 단어로 시작하는 문장의 제목을 가진 책이 눈에 들어왔다. 죽기 전에 해야 할 것이 뭐 이리 많은가?


죽기 전에 영화도 한 100편 봐야 하고, 101가지 질문에 대해서 답변도 해야 하고, 77가지 어떤 일도 해야 하고, 책도 써야 하고.. 보틀 벙커에 갔더니 와인도 101병 마셔야 한단다. 이거 뭐 죽기 전에 못한 것들이, 먹어 보지 못한 음식들이, 쓰지 못한 책이 생각나서 눈이나 감겠나.


열심히 살아야 제자리걸음이라도 하나보다

한켠에 놓여 있는 ‘죽기 전에’로 시작하는 책을 보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만 그런가.. 싶기는 하지만 그냥 우리는 너무 열심히 살기를 강요하는 사회에서 살고 있는 듯하다.


17602394abc514b87.jpg 누가 처음 썼는지 몰라도 참.. ㅋ 촌철살인 아닌가


나는 열심히 살고 있는가? 나름 업무 로드가 좀 걸리는 회사에서 일을 쳐내고 있고, 업무 마치고 운동 가려고 노력도 하고, 운동 마치고 집에 오면 조금이라고 글을 쓰려고 하고 있고, 쉬고자 할 때는 넷플릭스나 유튜브 같은 것으로 휴식을 취한다. 그러고 보니 책은 하나도 안 읽네? 연애도 안 하네?




나는 게으름뱅이

그런데 내 주위 비교를 할 수 있는 사람 중에 너무너무 부지런한 사람이 있어서 나는 정말 게으르게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바로 우리 대표님. 내가 태어나서 살아가면서 이렇게 열심히 사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간단하고 이해하기 쉽게 설명을 하자면, 우리 대표님은 하루를 분단위로 살아가신다. 내가 보기에 지금 업무도 어마어마하게 바쁘신데 얼마 전 어떤 자리에서 하신 말씀,


지금이 예전보다는 덜 바쁘지만 일은 재미있는 것 같아요.


아니 대표님.. 도대체 지금까지 어떤 삶을 살아오신 겁니까.. 이게 대표라는 직급의 무계인가.. 하는 생각이 들면서 고개를 절레절레했었던 기억이 난다.




나는 열심히 살고 있는가?

다시 한번 자문하게 된다. 과연 나는 열심히 살고 있는가. 누군가와, 다른 사람과 비교를 하다 보면 끝없이 내가 우수하게 보이기도, 끝없이 내가 모자라 보이기도 한다. 그렇다고 그냥 현실에 순응하며 살아가기에는 삶 속에서 원동력이 금방 떨어지게 될 것이다.


노-오력을 하지 않아서, 시간이 없어서, 돈이 없어서는 다 핑계라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나는 꼭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는다. 진짜 시간이 없고 돈이 없는데 그것을 핑계라고 치부해 버리면 너무 서러울 것 같다.


그저 살아가면 좋겠다.

그냥 살아가기도 힘든데 비교하며, 열등감 느끼며 살아가려면 너무 힘이 들 테지. 삶은 누가 대신 살아줄 수도 없고, 어떤 결과가 나오든 본인이 온전하게 감당해야 한다.


22년 현재 30대의 끝물에서 그저 살아가는 중입니다.


작가 소개에 한마디 적어 놓아야 한다고 해서 고민 끝에 적은 한 줄. 삶의 목적을 가지고 열심히 달려간다면 참 멋진 삶일 것이다. 그렇다고 나처럼 그저 살아가는 사람들이 패배자는 아닐 테니..


지금 이 시간에도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 그리고 나처럼 그냥 그저 살아가는 사람들. 모두 수고들 많으십니다. 이 글을 읽는 당신들도 나름 다들 잘 살아가고 있으시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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