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참았다..
A의 생일이 지났다
개인적인 강박인데 전화번호부에 저장되어 있는 사람들 중, 이런저런 이유로 생일을 알게 되면 저장을 해 놓는다.
휴대폰의 캘린더 기능 역시 강박적으로 활용하고 있기 때문에 A의 생일도 거의 한 달? 보름 정도부터 계속해서 눈에 밟히더라.
이 글을 발행하는 순간으로부터 50분 전. A의 생일이 지났다.
기프티콘이라도 보낼까?
약 10개월 정도 전, A는 이사를 했다. 수많은 대화를 하면서 A는 비비고 만두와 핫도그를 좋아한다는 것을 알았고, 이사하면 선물로 보내려고 가득 준비를 해 놓고 있었다. 그런데 주소를 모르니 어떡할까 물어봤더랬다.
저 당시보다 한 4일 전? 한참 친할 때는 '그것 보다는 너를 택배로 보내줘'라는 말도 했었는데.. 지금 보니 참 분위기가 많이 다르구나.
내가 A를 조금만 더 배려했다면, 세심했더라면, 눈치가 있었다면 지금은 혹시 연인일까.
여하튼, 그때 나눈 대화인데 이때의 학습으로 인해 그냥 기프티콘을 보내 버릴까 하는 생각을 했다.
아무것도 하지 말자
나의 상황을 알고 있는 친구가 있다. A와 함께 한번 같이 본 적도 있고. 그 친구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A의 생일인데 어떡하지?라고 했더니 하는 말.
끝난 사이 아님? 당사자는 이미 널 길바닥에 돌멩이만큼도 안중에 안 두고 있음
정신이 번쩍 든다. 그리고 최선을 다해서 잊어보기로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았다. 구질구질하게 이렇게 시간을 지내는 게 나 스스로에게도 너무 힘든 일이다.
어차피 A는 나를 조금도 생각지 않고 지낼 텐데. 그래서 나도 이제 진짜 마음을 접으려고.
기프티콘 보내지 말자는 생각을 한 이후로 지금 이 글을 쓰기 직전까지 카톡이라도 하나 보낼까 생각을 했다. 담백한 말투로. 선물은 부담스러울 테니 그냥 기억하고 있다는 메시지라도 보낼까 고민을 한 것이다.
혹시 다시 연락이 이어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조그만 기대도 있었겠지 당연히.
그래도 잘 참았다.
배려가 없는 행동은 폭력
상대방이 불편해할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해도 후회 그리고 안 해도 후회라는 이유로 저질러 버린다면, 상대방에게는 매우 폭력적인 행위이다.
내가 기프티콘을 보냈든, 톡 한 줄을 보냈든 A는 불편했을 것이다.
전혀 대미지가 없을 수도 있겠지만. 이런 배려를 그 당시에나 좀 잘하지. 멍청이.
너무 속상하다
이렇게 밤늦게, 아니 새벽에 A에 대한 글을 끄적이고 있는 것도 잊어가는 과정이 아니라 더 선명해지는 과정이겠다. 그래도 이렇게 심장 언저리가 저릿한 기억을 남겨두는 것도 의미가 있겠지.
보고 싶다. 메시지도 주고받고 싶다. 목소리도 듣고 싶다.
이센스의 가사처럼 A 생각을 한 달에 30일은 하는데, 나는 생각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덧.
220518 확신을 가지고 연락처를 삭제 했다. 다시 업무적으로 볼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지만 이제 끝. 진짜 끝. 더 이상 브런치나 다른 글에서 A를 언급하는 일은 없겠다. 애초에 뭐 혼자 피우는 난리였으니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