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면 좋겠다
일요일 늦은 오후, 부산 소재의 소위 '마운틴 뷰' 카페에 가서 커피를 한잔 했다. 편도로 한 시간, 왕복 두 시간이 걸리는 거리를 달려 사람을 만나고 왔다.
일주일 전 친구의 소개로 연락을 주고받다가 드디어 만나는 날이 된 것. 사실 소개로 누구를 만나는 것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다. 자연스럽게 어떤 이벤트를 통해 서로 알게 되고, 함께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고,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좋아지는 그런 만남을 바랐었다.
어색한 사이에서 대화를 억지로 이어나가고, 연락한 지 일주일 안에 얼굴 한번 보고, 마음에 들면 애프터 신청을 하고, 첫 만남은 파스타를 먹고, 얼마 정도 안에 진지하게 만나자는 이야기를 나누고.. 이렇게 공식처럼 되어 있는 그런 만남에 거부감을 상당히 느끼기 때문이다.
사실 보름 정도만 이전이었어도 이 연락 자체를 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마음이 매우 단단해졌고, 더 이상 나 스스로가 불쌍해지지 않기로 하지 않았는가. 내 삶 속에서 적극적인 이벤트를 만들어 보고 싶었다.
그리고 처음 만나는 순간. 첫인상이 좋다. 단발이나 숏컷을 좋아하는데 헤어스타일이 딱 좋다. 카페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데 약간 어색하지만 이야기가 잘 이어진다. 눈을 잘 마주치지 못하는 모습이 귀엽다.
주중에 이야기를 나누며,
카페에서 만나고, 생각보다 이야기가 잘 이어지고 괜찮다 싶으면 저녁도 먹어요
라고 했었는데, 밥도 먹으러 갔다. 그래도 다들 하는 공식처럼 파스타집을 가기로 하고 가게를 갔는데 일요일이라 그런지 주문 마감이라.. 내가 살짝 당황하고 있는데 먼저 코다리찜을 먹으러 가잔다.
첫 만남에 코다리찜이라니.. 서로 크게 웃고 가게로 들어갔다. 음식 맛도 좋다.
가는 한 시간은 설레는 기분이 좋았고, 오는 한 시간은 앞으로의 기대감에 기분이 좋았다.
한 달 정도 지나도 기분이 좋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