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지내는지
아주 그냥 미친 짓을 해 버렸다. 도대체 왜 그랬을까.. 하도 어이가 없고 기가 차서 나 스스로에게 화가 나지도 않고 그냥 같잖다.
어이없는 실수라고 하기에는, 이걸 실수라고 하기에는 진짜.. 하..
1. 술을 먹고
2. A에게
3. ‘잠시 통화할 수 있을까?’
4. 카톡을 보냈다
아주 그냥 꼴불견 종합세트. 아니 얼마 전 A의 생일도 잘 참고 넘겼잖아? 그런데 도대체 왜 그랬지? 지금 생각해도 진짜 어이가 없네..
뭐 하여튼, 당연히 읽씹이었는데, 거기서 멈췄어야 했는데 다음 날 출근해서 또 카톡을 했더란다. 미친 새끼.. 왜 그랬냐. 그래서 연락 한 내용은,
어제 톡 한 이유는,
1. 안부가 궁금했고
2. 어쩌다 보니 우리 회사랑 A의 회사랑 일을 같이 하게 되었다
3. 담당이 내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여하튼 그러하다
아주 그냥 하.. 한심 그 자체 구만. 그러고 나니 곧 답이 왔다.
업무적인 부분은 이미 알고 있었다. 그리고 이렇게 사적으로 연락을 안 하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했는데 전달이 잘 안 된 듯하다. 계속 이렇게 연락을 한다면 상급자에게 이야기할 수밖에 없다.
참 차가운 말이다. 그리고 친구가 이미 나를 길거리의 돌멩이만큼도 생각 안 하고 있을 것이라 했었는데 더 최악이었다. 그냥 내가 엄청 싫은 것. 너무 한심하고 부끄러워서 견딜 수가 없다.
나는 A에게 그냥 수면 아래의 존재 정도인 줄 알았는데, 지금은 아마 비 온 뒤 길에서 꿈틀거리는 지렁이보다도 더 혐오스럽게 생각하고 있을 것 같다. 아니, 생각조차 안 하겠지.
여하튼 이제는 진짜 끝. 완전 끝. 정말 혹시나 혹시나 나중에 또 내가 이런 어이없는 실수를 할까 봐 원천적인 방어막을 쳤다. 전화번호, 카톡 대화방, 카톡의 친구 리스트, 주고받았던 문자, 역시 주고받았던 이메일까지 몽땅 삭제를 했다.
다행히 내가 머리가 나빠서 전화번호를 외우고 있지는 못해서 앞으로는 그런 실수를 하지 않을 것 같기는 하다.
혹시 모르지, 업무가 시작되면 업무적으로 연락을 할 일이 있을까? 그런 일이 생긴다면 회사에 개인적인 사정으로 해당 프로젝트에서 빼 달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우연이라도 다시 연락처를 저장하는 일이 없어야 할 것 같다. 그리고 업무적으로라도 마주치면 A는 불쾌할 것이고, 나 역시 가능성이 없는 상대에게 심장 한쪽이 저릿한 기분을 느끼기가 싫다.
그런데 뭐.. 물어볼 수도 있는 거 아닌가? 잘 지내는지.. 껄껄껄. 참 차갑구먼..
Image by HaticeEROL from Pixabay(https://pixabay.com/images/id-57302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