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이 많기는 한데..
저는 용역사에 다닙니다
내가 다니는 회사는 소위 말하는 '용역사'이다. 이 용역사라는 것이 용역깡패 뭐 그런 곳은 아니고, 조금 더 있어 보이게 이야기하면 '연구용역사'라고도 한다. 통상 관공서나 공공기관 등에서 연구용역이 나오면 일을 받아다가 하는 일을 한다.
어디 농산어촌 주민 대상 교육이나, 각종 국가/지자체에서 하는 '~사업'의 계획서를 세우거나, 한 지역 상권의 활성화 방안을 만들거나 하는 등의 일이다. 우리 회사에서 하는 일은 소위 말하는 마진율이 그렇게 높지 않다. 각 과업마다 다르지만 통상 인건비, 직접비, 일반관리비, 기업이윤, 부가가치세 등이 합쳐져서 총 용역비가 되는데 인건비에 대해서는 제한을 거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기업이윤도 당연히 제한이 걸려 있다. 많이 쳐야 10%인데 그렇게 풀로 소위 '땡기면' 발주처에서 결재가 나지 않는다.
일이 많다
야근이 상당히 잦은 편이다. 그리고 주말 출근도 심심치 않게 한다. 이런 말 까지 하면 제 얼굴에 침 뱉기 같지만 지지난주 직원들 대상 기관의 휴가기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토요일 하루 빼고 다 출근했다. 물론 대표님과 소장님은 풀 출근하셨지만..
대표님과 소장님이 나에게도 쉬라고 하셨는데 주중의 일 흐름을 봤을 때 쉴 수가 없어서 나왔다. 업무분장상 나의 일인데 내가 휴가 간다고 출근하지 않는다면 누가 고생을 할지 뻔하기도 했었고.
예전에 브런치에 썼던 글이 있다. 누구라도 업무가 바쁜 이유는 둘 중 하나이다.
1. 일이 많다
2. 나의 업무 역량이 부족하다
1의 경우 기관에서 일을 조금 줄이거나, 업무를 나눌 추가 인원을 고용 함으로써 해결을 할 수 있다. 2의 경우는 나의 업무역량을 업무분장해 주는 분의 수준에 맞추어 높이거나, 직위와 급여를 포기하고 조금 더 쉬운 일을 하면 된다.
대표님이 나에게 바라는 업무역량에 100%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은 상황에서, 그렇다면 우리 회사는 일이 많다. 솔직히 많다. 그런데 대표님과 소장님이 우리 회사 일의 6~70%는 맡아하시는 듯하여 일 많다는 핑계도 대기가 쉽지 않다.
우리 회사는 블랙기업인가?
이 물음에 대해서는 한번 진지하게 고민을 해 볼 필요가 있겠다.
1. 고용이 불안정한가? N
2. 장시간의 노동이 있는가? Y(단, 대표님께서 자주 금융 치료를 해 주신다)
3. 직장 내 괴롭힘이 있는가? N
4. 폐쇄적인 소통구조를 가지는가? Y
4번은 답하기가 좀 애매하기는 하다. 대표님은 직원들의 의견을 상당히 잘 듣고 열린 마인드를 가지고 있으시다. 내가 그냥 툭툭 내뱉은 말에 반응하시고 그걸 이루어 주시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런데 본인이 옳다고 생각한 부분에 대해서는 끝까지 고수하는 편이다. 이게 조금 완곡하다 보니 스트레스가 어느 정도 있기는 한데, 본인의 회사이고 본인의 책임이니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직원 나부랭이보다 대표가 통찰력이 더 좋지 않겠는가.
벌써 1년
회사에 입사한 지 1년 하고도 1달이 지나가는 즈음이다. 뭐가 벌써 1년이나 되었나 싶을 정도로 정말 정신없는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지금도 보내고 있다. 그만큼 내가 성장한 것이 느껴지니 그동안의 고생에 대한 보상이 되는 듯하다.
나름 회사에서 어느 정도 인정도 받고 있는 것 같고.. 다른 사람과 비교하기가 어려워 내 업무역량이 어느 정도인지는 객관적으로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인정받는다고 말하면 나를 아는 사람이 우리 회사에 대한 평가를 어찌할까 싶기는 하지만..
최근 정말 정말 피곤하기는 한데, 그래도 일 하는 재미와 금융 치료 등 아직은 회사 다니는 것이 좋다. 우리 회사는 블랙기업이 아닌 걸로!
Image from Pixabay https://pixabay.com/images/id-57165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