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의 새로운 방식
사실 나는 피식대학의 큰 팬은 아니다. '백슉 묵자 해짜놔!'와 같은 밈 정도는 봤지만 한사랑 산악회나 메이드 인 경상도, (광고가 기반이 된)더 피식 쇼 같은 포맷은 영 내 취향이 아니었다. 너드학 개론과 나락 퀴즈쇼 정도는 일부러 찾아서 보기도 하고, n차로 보기도 했으나 구독하면 모든 콘텐츠를 다 보지 않으면 안 되는 병이 있기 때문에 별도로 구독은 하지 않았었다.
그리고 얼마 전 영양군에 대한 무리한 콘텐츠로 인하여 나락 퀴즈쇼를 하던 피식대학이 스스로 나락에 빠졌다는 소식을 들었다. 당시에는 이렇게 또 한 채널이 사라졌구나.. 6개월 정도 자숙(유튜브 수익 관련한 나름의 법칙?) 하다가 또 돌아오겠지 뭐.. 정도?
와.. 그런데 이 멤버들 정면돌파도 이런 정면돌파가 없게 진행했다. 우연히 어제 알고리즘으로 인해서 소식을 들었는데 본인들이 디스(?)하고, 덕분에 나락 체험을 하고 있던 지자체와 콜라보라니.. 이런 기획을 누가 했는지 모르지만 대단하고, 물밑에서 이런저런 조율을 했었을 실무자들의 노력, 최종 승인자인 군수의 결단. 모두 대단하다.
통상 TV에서나 볼 수 있는 사람들의 사과 과정을 살펴보면 논란이 발생한 후 사과문을 게시하고, 시간이 지나 슬쩍 잊히기를 기다렸다가 어물쩍 복귀하는 그런 모습이 익숙했다. 그런데 피식대학은 완전 정면돌파를 해 버렸다.
문득 메르스 사태 당시 이재용 (당시)부회장의 사과문이 생각난다. 주어만 바꾸어 그대로 써도 될 정도라고 할 정도의 명문이라고 평가받는 글. 사과의 근본이자 더 이상이 훌륭한 사과 방법은 없다고 생각했는데 매우 훌륭하고 요즘 시대에 맞는 사과로 길이길이 평가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