黃河
성수역에서 2호선 순환선 열차에 오른다.
열차는 몇 번 비틀거리더니
이내 허공을 향해 발진한다.
덜거덕덜거덕,
열차는 이제 안드로메다를 향해
메갈로폴리스를 가로질러 간다.
객실 칸칸마다 가득 찬 사람들은
두려움을 잊으려 애써 마셔댄 독주의 흔적을
덕지덕지 창가에 걸어놓고
허공에 매달아 둔 채
저마다의 메텔을 기다린다.
그러나 끝내 메텔은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
열차는 어둠 내린 낯선 공간에 간간이 정차하며
그곳의 인식표를 지닌 사람들을
어둠 속으로 밀쳐낸다.
메갈로폴리스를 벗어나지 못한 열차는
비척거리다 낙화(落花)를 준비한다.
아우슈비츠의 그들처럼 객실에 남은 이들은
체념한 듯 멈춰질 시간을 기다리고,
차갑고 잔혹한 어둠은 블랙홀처럼 입을 벌려
잠시 후 토해질 그들을 기다리고 있다.
어둠의 침샘에서는 연신 허공에 비를 뿌리고,
안드로메다에 이르지 못한 열차는 결국
퀭한 신도림역에서 갈무리한다.
메텔을 기다리던 나도
역을 빠져나와 버리지 못한 인식표를 움켜쥔 채
그녀를 찾아 다시 비척거리며
어둠의 궤도를 따라
우주 속으로 사라져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