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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레이 May 05. 2016

인생은 여행일까, <인 디 에어>

up in the air,2009

영화 인 디 에어를 봤다. 벌써 6년 전 영화라 그런지 영화 소개 프로그램에서, TV에서 조금씩 봤던 영화라 낯설지는 않았다. 조지 클루니의 남자가 봐도 섹시한 수트 뿐만 아니라 중후한 미소까지도 실컷 볼 수 있는 영화라 여자들도 좋아할 것 같다.


해고 전문가?라는 희한한 직업을 가진 라이언(조지 클루니)은 미국 전역의 해고 통보를 의뢰한 회사들을 다니느라 일 년에 약 320일을 타지에서 보낸다. 그렇기에 그에게 텁텁한 비행기의 공기와 값싼 공항의 스시는 오히려 집처럼 편안하다. 그러다 보니 비행기 마일리지는 전 세계 누구보다 뒤지지 않게 모을 수 있다. 오죽하면 인생의 목표가 1,000만 마일리지를 모아 세계에서 7번째로 천만 마일리지 플래티넘 카드를 만드는 것이다.





그런 어느 날 공항 바에서 자기와 비슷한 삶을 사는 알렉스(베라 파미가)를 만난다. 일상을 공항과 비행기에서 보내는 삶을 사는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서로에게 끌리고, 타지에서 서로 외로울 때 전화와 문자를 할 수 있는 쿨한? 관계를 이어간다.


인생은 여행이다 라고 자신 있게 말하며 자유로운 생활을 즐기는 알렉스. 한 곳에 얽매이지 않고, 항상 새로운 곳,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삶 속에서 그는 만족을 느낀다.  거기에 외로울 때마다 연락할 수 있는, 잔 감정에 시간 낭비하지 않아도 되는 깔끔한 애인도 있다.



하지만 정말 인생은 여행일까. 일상과 관계의 짐을 불태워 버리면, 그의 말대로 상쾌할까.


그러던 그가 자신과는 여로모로 반대인 신입 나탈리와의 대화, 사건들 그리고 동생 부부의 결혼의 과정을 옆에서 지켜보며 조금씩 변하기 시작한다.


말로서 누군가를 해고하고, 말로서 멋진 강연을 해내는 그가, 쿨한 관계를 즐기고 자유롭게 연애하던 그가, 결혼과 안정보다는 유목과 자유, 만족을 추구하던 그가 강단 위에서 말을 멈췄다. 그리곤 유목과 자유와 쿨한 관계를 깨고 사랑과 애정, 안정의 삶으로 들어가고자 시도한다. 뭔가 잘못된 삶을 살고 있다고 느낀 그는 일상을 포기한 채 알렉스가 있는 시카고로 날아간다.




보통의 헐리웃 영화라면, 가벼운 로맨틱 드라마라면, 무엇보다 조지 클루니가 나오는(거기에 수트까지...) 영화라면 라이언과 알렉스는 멋지게 포옹하며 재회하고, 수초 간 키스하며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는 게 맞다. 하지만 '인 디 에어'는 뻔한 기대와 상상을 무참히 짓밟는다.


기대하는 눈빛으로 알렉스의 집 앞에 도착한 라이언은 결혼하여 아이들과 남편이 있는 알렉스의 일상의 모습에 당황하고, 졸지에 길 잃은 사람이 되어 도망쳐 나온다. 비참하게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안타깝게도 그렇게 기다리던 1,000만 마일리지를 달성하고 플래티넘 카드를 받는다. 삶의 목적이 이루어지는 순간 그는 행복하지도, 황홀하지도 않고, 할 말도 잃어버린다.


인생의 최종 종착지였던 마일리지는 동생 부부에게 양도하고, 쿨한 애인과의 관계는 끝났다. 그리고 그는 다시 '공중'으로 돌아간다.  





인생에 정답이 있을까. 인생을 정의 내릴 수 있을까. 목적과 목표가 성취된 시점에서 그것이 동시에 허무해지고, 그토록 하고 싶었던 말은 나오지 않는 것이 인생이라면 그만큼 무기력한 것도 없을 것이다. 다만 인생에 정답은 없지만, 각각의 모양은 있다. 모두가 같은 방식으로 살아갈 수는 없지만, 나는 나만의 방식으로 살아간다. 그것이 일상의 평범한 가족과 일탈의 상대를 동시에 갖는 알렉스의 삶이든, 화상 해고 통보 시스템을 구축할 만큼 냉정하고 합리적이지만 정작 애인의 이별 문자 하나에 울음을 터뜨리는 여린 나탈리의 삶이든. 각자의 모양과 방식대로 살아간다. 목적을 추구하는 것도 정답을 얻는 것도 아닌 그저 일상을 살아가는 것. 그것이 삶인 듯 싶다. 그래서 삶은 up in the air(아직 미정인) 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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