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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지원 Jan 06. 2024

누군가는 당신을 사랑하고 있다.

’ 누군가 ‘에서 ‘한 명’을 맡고 있습니다.

내 인생에서 첫 가수이자, 품에 가지게 된 첫 CD는 슈퍼주니어의 U 앨범이었다.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그 당시에는 잘 나가는 아이돌이 교복 광고 모델을 하는 문화가 있었고, 슈퍼주니어를 좋아했던 나는 그들의 포스터가 가지고 싶어 엄마에게 ‘나는 무조건 아이비 클럽에서 교복을 살 거야!’라고 단호하게 이야기 한 기억이 있다. 어떤 연유로 슈퍼주니어의 CD를 교복 판매점에서 받게 되었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초등학교 6학년인 내가 간직할 수 있을 만큼 최대한 소중히 다뤘던 그 앨범은 어쩔 수 없이 어딘가에서 분실이 되었다. 자연스레 사라진 나의 첫 앨범과 함께 누군가를 생각하면 들뜨는 마음도 그렇게 차분해지나 싶었다. 하지만 중학생, 고등학생 그리고 성인이 된 나는 좋아하는 가수의 공방 및 팬사인회를 가는 등 점차적으로 더 깊고 넓은 범주로 팬 활동을 하게 되었다.


과거의 어느 한 프로그램에서 타블로는 자신의 자녀인 이하루양에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이렇게 누군가를 좋아해서 팬클럽 활동을 하는 게 쉬운 게 아니야 하루‘. 타블로 님의 말처럼 팬클럽 활동은 가히 어려웠다. 기억나는 모든 어려운 상황들을 차치하고 단순하게 이야기하자면, 케이팝 덕질은 좋아하는 마음 하나로 버티기에는  힘든 구조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사랑을 이야기하고 싶다.


오프를 (콘서트, 공개방송, 팬사인회 등등) 참 많이 다녔지만 팬들이 가수에게 항상 하는 말은 항상 한결같다. ‘잘 자’, ‘오늘도 고생했어’, ‘잘하고 있어’, ’ 밥 챙겨 먹어 ‘ 이 멘트들은 어딜 가나 고정적이다. 함께 짜고 치고 들어온 것도 아닌데 다들 비슷한 말을 하고 있다는 건 묻지 않아도 알 수 있다. 다들 같은 마음이라는 것을. 생각해 보면 나는 친구들에게도 이 말들을 자주 한다. ‘잘 자’, ‘점심 혹은 저녁 챙겨 먹어’ ‘오늘도 수고했어’ 그런데 왜 이 보편적인 문장들이 내가 좋아하는 가수들에게 발화될 때 더 아리고 소중하게 느껴지는 걸까? 그건 아마 우리 사이의 빈틈이 주는 상상력 때문일지도 모른다. 터놓고 이야기하자면 애써서 찾아가야지 볼 수 있는 사람이기에, 보여주는 모습만 볼 수 있는 사이이기에 이 사람을 생각하면 ‘느낌표’ 보다는 ‘물음표’가 수적으로 더 우세했다. 따라서, 수많은 물음표들이 옹기종기 모여서 상상력이 되고 결국은 내 생각만큼 이 사람은 좋은 사람이겠지 라는 기대감을 만들어 주었다.


이처럼, 나는 나의 상상력을, 기대감을 두근거림으로 채워주는 사람이 좋다. 게다가, 두근거림의 방향성이 비슷하다면 더욱 감사하다. 왜냐하면 그것이 내가 불특정 다수의 ‘누군가’를 자처하며 버틸 수 있었던 오랜 원동력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앞으로도 잘 부탁한다는 말을 꼭 하고 싶다. 부디, 책임감 갖고 오래 노래해 줘라!


내가 좋아하는 가수들!

2024년에도 몸도 마음도 건강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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