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를 시작했다. 의사의 협박은 세계 공통어인가 보다. 한국과 캐나다가 다르지 않다. 살 안 빼면 빨리 죽을 거라는 말은 캐나다에서도 협박죄에 해당되지는 않는지, 의사는 스스럼없이 이야기한다. 특히 우리의 주식은 "쌀밥"이라고 생각하는 한국사람에게 너에게 탄수화물은 설탕이야. 밥도 설탕이고, 면도 설탕이고, 빵도 설탕이야.라고 하는 말은 나보고 굶어 죽던지 살쪄서 죽던지 하나를 택하라는 말과 같이 느껴졌다. 하지만, 의사는 자신의 말을 주어 담을 생각이 없어 보인다. But..이라고 말하는 내 작은 반항에, 죽고 싶어?라는 표정으로 "뭐?"라고 말하는 의사에게, 나는 도저히 반박을 할 수가 없었다.
언제나 다이어트를 시작할 때면, 엄청난 의지로 시작한다. 만약 이번에도 실패하면 내가 물에 뛰어들든지, 벌금을 내던지, 천벌을 받을 것이다. 라며 시작한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그 끝은 시작 전부터 어렴풋이 알고 있다. 물은 수영장에서 뛰어들고, 벌금은 벌로 간식을 사 먹고, 천벌은 내 뱃살이 천벌이다라고 생각하면서 끝이 나고 만다.
그런 다이어트를 나는 다시 시작했다.
방법은 간단하다. 탄수화물 절대금지와 로잉머신을 다시 시작했다. 밥은 안 먹으면 그만이고, 운동은, 코로나 때 사고, 집 한구석에서 언제나 나를 노려보던 그 로잉머신에 다시 올라탔다.
탄수화물을 끊어본 적이 있는가? 밥을 안 먹고, 순대를 안 먹고, 감자도 안 먹고, 고구마를 안 먹고, 옥수수를 안 먹고, 빵, 라면, 국수, 고추장, 소시지, 어묵, 바나나, 망고, 곶감, 사과,... 등등등, 그냥 맛있다고 생각되는 모든 음식을 다 먹지 말아야 한다. 대신에, 요거트, 단백질 파우더, 생선, 닭가슴살, 돼지고기 수육, 달걀, 살은 달걀, 계랸프라이, 스크램블, 맥반석 달걀, 또 계란프라이, 스크램블, 를 계속 먹어야 한다.
밥은 안 먹고, 계란만 먹고,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고, 일주일쯤 지나면, 딴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혹시 의사가 내가 동양사람이란 걸 몰랐을지도 몰라. 동양인한테 쌀을 먹지 말라고 할리 없잖아? 내가 좀 유럽사람처럼 생겼나?"
"나한테 이야기한 게 아니라, 혼잣말 아니었을까? 밥 먹으면 죽어 같은 노래 가사 일 수도 있잖아"
"어쩌면 병원에 갔다 온 게 꿈이었을지도 몰라. 그냥 좀 생생한 꿈이었던 거지"
"그 사람, 의사가 아니었을지도 몰라. 영화 보면 그런 거 있잖아." "혹시 의사가 사이코 패스?"
그렇게 나는 지금 2달째. 미친 생각과 내 뱃살을 번갈아 보면 이 상황을 이어가고 있다.
사실 로잉머신은 작년 11월부터 시작했다. 그러니까 의사한테 죽을 거라는 협박을 받기 전부터 말이다. 유튜브 쇼츠에 인생을 낭비하던 중에, 이건 도저히 아닌 것 같다는 뭐라도 하자라는 생각에, 구석에서 자리를 차지하며, 언제나 신경을 거슬리게 했던 로잉머신을 다시 타기 시작했다. 코로나 때 Concept 2 로잉머신을 사면, 헬스장 로잉머신과 같은 것을 사게 되는 거라고 해서 산 건데, 한번 멈추고 안 하기 시작했더니, 그대로, 방치되어 있었던 놈이다.
그런데, 로잉머신이란 게 신기한 게, 아무리 타도, 좀 적응이 되거나, 쉬어져야 하는데, 아무리 기록이 좋아져도, 쉬어졌다는 생각은 안 들고, 그냥 마냥 힘들다. 타면 탈수록, 좀 더 효율적으로 죽고 싶어 지는 법을 배우는 것 같단다. 이 기분이 이상해서, 찾아봤더니, 역시나 투르드 프랑스를 3번이나 우승했던 전설적인 "그렉 르몽드"가 이런 말을 남겼더란다.
"It never gets easier, you just go faster"
"절대로 안 쉬어져, 그냥 좀 빨라질 뿐야"
다시 말해서, 내가 작년 11월에 보다 지금 5k 기록이 5분이나 빨라졌지만, 그래서 끝나고 나면, 미친 듯이 힘들어도, 기록이 나아졌다는 뿌듯함에 힘듦을 위로해도, 내가 더더욱 노력해서, 지금보다 다시 4분이 빨라져서 타도, 지금과 똑같이 힘들 거란 저주 같은 말이다. 5k를 27분에 타나 22분에 타나, 미친 듯 잘 타서 18분에 타나, 끝나고 나면 와이프한테 거실 바닥에 침 뱉지 마라는 말만 듣고, 우리 집 개는 내가 흘린 땀 핥아먹을 생각만 할 뿐이란 이야기다.
로잉머신이란 전신운동이라 자세를 바꿔 꼼수를 부릴 수도 없고, 조금만 힘을 빼면, 화면에 숫자가 "농땡이?"라고 바로 말해주고, 혼자 타서, 누가 힘내라고 이야기해주는 사람도 없고, 실력이 좋아져서 기록이 좋아져도, 누구 하나 알아주는 사람도 없고, 이걸 계속 타야 하는지 고민이 된다.
그래서 살은 빠졌냐고? .. 그런거는 묻는거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