팁! 꼭 줘야 하나요?

흥칫뿡이다.

by 스캇아빠

한국에 살다 캐나다로 오면 정말 크게 달라지는 것 중 하나가 소비방법이다.


제일 먼저 캐나다에서 물건을 사려면 물건이 어디서 파는지 알아야 한다. 장난감은 토이저러스에 가야 하고, 게임은 베스트바이에 가고, 자동차 와이퍼는 캐나디안 타이어에 가야 하고, 과일은 월마트나 코스트코, 수건걸이는 홈센스... 등등등 물건을 파는 곳을 알아야 한다. 그냥 코스트코나, 월마트 같은 곳에 가면 되는것 아니야 라고 생각 할 수 있지만, 내가 원하는 물건을 찾는다면, 반드시 물건을 파는 곳을 알아야 살 수 있다. 지금은 AI한테 물어보면 모두 알려주겠지만, 나는 처음 캐나다에 왔을 때, 어떤 물건을 어디서 사야 하는지 몰라서, 한참을 돌아다녔던 기억이 있다.


다음으로는 물건 가격이다. 물건가격의 가장 큰 문제는 라벨에 붙은 금액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이다. 가격이 8.99, 3.99, 12.99 라면, 9 + 4 + 13을 해서 대충 26 달러라로 생각을 하면 좋은데, 그게 아니라는 거다. 물건에는 세금이 붙는다. 나의 마음의 고향 뉴브런즈윅 같은 경우는 15%가 붙고, 지금 있는 온타리오 같은 경우는 13%, 밴쿠버가 있는 BC주는 12%가 붙는다. 음식점은 온타리오의 경우 똑같이 13%가 붙지만, BC주는 테이크아웃의 경우 5%가 붙고, 과일은 세금이 없고, 책은 모두 5%, 하지만 eBook의 경우 BC주는 5%, 온타리오는 13%가 붙는다.


그러니까 온타리오 월마트가서 장을 봤는데, 8.99 책을 사고, 3.99 짜리 딸기를 사고, 12.99짜리 티셔츠를 사면, (8.99 * 1.05) + (3.99 * 1) + (12.99 * 1.13) 가 돼서 28.11 달라가 된다. 한국 같으면 9천 원, 4천 원, 1만 3천 원짜리를 샀으니까, 2만 6천 원만 지불하고 나오면 되는데, 캐나다에서는 카운터 위에 올려놓기 전에 28.11달러가 나올 거라고 생각하면서 사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것도 26~29달러 정도 나오겠다 정도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꽤 머리가 좋은 사람 대우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물건값의 문제는 그게 끝이 아니다.


문제는 만약 식당에서 밥을 먹었다면, 팁이란 걸 내야 하기 때문이다. 만약 팁이 더해진다면, 최종 지불 가격은 더 이상 혼자 쉽게 암산으로 계산할 수 있는 금액이 아니게 된다. 예를 들어서 정말 간단하게 80달러짜리 밥을 먹었다고 생각해 보자. 그러면 다 먹은 후 서버가 80달러의 세금 15%를 포함한 영수증과 기계를 들고 온다. 그리고 내가 먹은 금액이 맞다고 생각하고 초록색 버튼을 누르게 되고, 그러면 결제가 되는것이 아니라, 기계는 팁을 얼마 줄 건지 물어본다. 그래도 양심이 있는 가게라면 15%, 18%, 20%가 적혀 있을 거고, 요즘 트렌드를 잘 따라가는 가게라면 18%, 20%, 25%가 적혀 있을 것이다. 그리고, 만약 18/20/25가 보여진다면, 매우 높은 확률로 대부분의 사람은 18% 버튼을 누르게 된다. 그러면 얼마일까? 80의 13%는 10.40이고 80+10.40 인 90.40의 18%는 16.27이다. 그래서 80달러짜리 음식의 최종금액은 80 + 10.40 + 16.27인 106.67달러가 된다. 기분 좋은 데이트인 줄 알았던 저녁식사는 사실 uKeg 같은 가정용 생맥주기계를 살 수 있는 정도의 금액이었던 거고, 만약 크리스마스기념 가족식사였다면 가볍게 스파게티와, 피자, 샐러드를 먹을 뿐인데 가뿐히 200달러를 넘어가게 된다. (DJI Neo 가 250달라다 - 물론 세전금액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캐나다에 살면 살수록 이런 질문을 아니할 수 없게 된다. 팁은 꼭 줘야 하나? 그리고 실제로 많이 물어봤다. 조금만 친해지면 물어봤다. 옆집살던 베쓰아줌마한테도 물어봤고, 연말파티에서 내가 싫어하는 보스한테도 물어봤다. 틈만나면 결혼하지 말라고 조언해 줬던 회사 동료에게도 물어봤다. 그러면 물어볼 때마다 "어떻게 그런 질문을 할 수 있나?"라는 표정이 돌아온다. 그러면 나는 구구절절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미국은 최저시급이 다르다고 하지만, 캐나다는 아니지 않냐? 그리고 세금은 왜 미리 적어 놓지 않는 거냐? 이건 소비자 기만 아니냐? 그리고 팁을 꼭 받을 거라고 생각하면, 아예 가격표에 써 놓아야 하는 거 아니냐? 키오스크에서 팁을 받는 것은 너무 한 것 아니냐? 사실 종업원이 나보다 돈을 더 많이 버는 것 같다 등등등 말이다. 그렇게 한참을 팁을 주는 것이 불합리한 것 아니냐를 떠들고 나면, 돌아오는 대답은 언제나 비슷하다. "네 마음대로 해도 돼. 주고 싶지 않으면 안 줘도 돼. 팁은 네 자유야."라는 대답을 듣게 되지만, 당연히 도움이 되지 않는다.


사실 나는 아직도 꽤 다른 사람들의 눈치도 보며 살고 있고, 캐나다 생활에 자신이 없어서, 종업원이 가져다주는 기계에 나오는 작은 숫자를 눌러 팁을 준다. 그래서, 아직도 팁을 얼마큼 줘야 하는지 고민 중다. 하지만 만약 누군가, 내게 나와같은 고민을 가지고 있다고 말해준다면, 꼭 이렇게 말해 주고 싶다.


"팁은 네 자유야. 네가 주고 싶은 만큼 주면 돼. 네가 받은 서비스가 부족하다고 여기면 안 줘도 돼. 기계가 정한 퍼센트로 줄 필요 없어. 팁은 당연히 네가 주고 싶은 만큼 주는 거야. 팁은 줘야 하는 것이 아니라, 줄수도 있는 거야. 네가 소비의 주체야. 팁은 누구도 강요할 수 없어. 자신감을 가져."


나도 언젠가는 위의 말을 꼭! 실천할 수 있길 바란다. 아멘

금요일 연재
이전 05화오피스 연말파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