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내가 다녔던 경영학과가
별도의 독립 단과대로 분리 되었지만-
그때만 해도,
우리 과는 "법정대" 소속이었으며..
"법정대"에는-
경영, 경제, 법학, 정치외교, 행정, 비서학과.
이렇게, 총 6개의 학과가 같이 있었고..
법정대 건물 지하에는,
단대 학생회실과 복사실, 휴게실을 비롯하여..
두 과들이 같이 사용하는 과방이 3개 있었는데,
우리는 경제학과와 같은 과방을 사용했다.
그러다보니,
경제- 경영학과는 거의 한몸 같았고..
다른 과방들도 바로 옆에 붙어있던 지라-
6개 학과의 학생회 친구들이 모두,
한집 식구처럼! 엄청 가깝게 잘 지냈는데..
대학 시절 내내, 나는 같은 과 동기들보다
법정대 소속 학생회 친구들과 훨씬 더 친했다.
그 때, 법정대 지하에서 거의 상주했던!!
학생회 친구들 사이에서..
나와 단짝이었던 법학과 상임이는,
완전 '날라리 운동권'으로 분류 되었는데..
그 이유인즉슨,
우리가 속해있던 조직인 "진보학생연합"이
소위.. 개량에, 회색분자로..
운동권들 사이에서 많은 비판을 받기도 했거니와-
화장을 하고, 치마를 입고, 구두를 신는 등-
우리가 평소에 하고 다니는 모습조차,
전혀 운동권스럽지(?!) 않다는 것이었다.
왜 꼭 운동권은.. ‘나 운동권이야!’ 라고,
마치 이마에 써 붙이고 다니는 것처럼..
짧은 커트나 단발 머리에,
화장끼 전혀 없는 맨 얼굴에,
단순한 면티에 청바지 차림. 이어야만 하는지..?
너무나도 꽃다운 나이에, 기왕이면-
좀 이쁘게 꾸미고 다니는 게 뭐 어때서...?
그런 반감에, 우리는 더 열심히 화장을 했고!
나시에 짧은 치마나 반바지를 더 즐겨 입었으니!!
학교 안에서는 물론이고, 다른 학교에까지..
완전 날라리라고- 소문이 났을 정도였다. ㅋㅋㅋ
나중에, 후배들은..
내가 전혀 운동권이 아닌 줄 알았다가,
'완전 속았다' 며 농담을 건네기도 했는데..
“날라리 운동권”으로 낙인 찍히게 된 것이,
반드시 나쁘기만 한 것도 아니었다.
일단은, 부모님의 날카로운(?!)
감시의 눈초리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었고..
이단은, 일반 학우들과도..
자유롭고 편안하게(?!) 교류를 할 수 있었으며..
삼단은, 당시에 수배 중이었던 많은 사람들을
감시의 칼날로부터.. 밖으로 빼돌리는 데에-
크게 일조를 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 시절엔, 전경들이 정말 곳곳에서-
불심검문과 수색을 사정없이 했던 지라..
수배 중이었던-
운동권 지도부들이나, 노조의 아저씨들을
밖으로 빼돌리거나 이동시키기 위해..
최대한 이쁘게 하고 들어가서,
마치 연인처럼 다정하게 팔짱을 끼고 지나가면,
나름은 불신검문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었기에..
그런 텍 (작전) 을 받아서,
성공적으로 임무 수행!! 을 많이 했던 기억이 난다.
혹여 잘못해서 들키기라도 하면,
나까지 위험에 빠질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
어디서 그런 대범함(?!) 이 나왔던 것인지..
어쩌면,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그런 일로 단 한 번도 걸려본 적이 없었기에..
공권력의 쓴 맛(?!)을 보지 못하고, 알지도 못해서..
계속 대범할 수 있었던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ㅋ
덕분에, 아주 엄혹했던(!!) 그 시절에-
나름은 재미난 추억(?!) 들이 많이 생겼으니..
그때는 정말 후회 없는 삶을 살았었노라고..
당당하게 말 할 수 있을 것도 같다.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