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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대 뒷산을 단박에 넘다!

by 황마담

1994년. <우루과이 라운드>에 이은-

또 하나의 화두는, 전지협과 전기협의 파업이었다.


(전지협은 지하철 노조,
전기협은 기관차 및 철도 노조를 말한다.)





당시에, 전지협과 전기협 노조 측에서-

내건 요구안은, 실로 소박했는데..


근로 기준법을 준수하고!
변형 근로 시간제를 철폐하고!
1일 8시간 노동제를 실시하고!
승진 차별을 철폐하고!
호봉제를 원상 회복하고!
해고자를 복직하라!


그럼에도, 사측의 거부와 강경 대응으로!

협상은 결렬 되었고, 파업이 시작되었다!!


처음에 노조의 아저씨들은,

전면 파업이 아니라, 준법 운행을 선택했는데..


준법 운행을 하는 것이, 배차 시간의 지연과

단축 운행- 운행 중단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는-

현실의 아이러니도 황당했지만..


(아저씨들이 그동안
얼마나 혹사 당했다는 말인가;;;)


교통대란을 운운하며, 시민들의 불편을 앞세워서-

아저씨들에게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는!!

정부와 사측은 정말 더 황당했기에-


(당시에, 아저씨들의 근로 조건은 너무나
열악했고.. 계속 그렇게 운행을 했다가는,
졸음 운전 등- 언제든 사고로 연결될 수 있는..
그런 위험한 상황이었다.)


우리도 노조 아저씨들에게 적극적으로!

지지를 보내며.. 투쟁에 함께 동참하게 되었다!!




우리가 합류했을 때-

노조의 지도부 아저씨들은 피신해서,

경희대에 자리를 잡고 계셨는데..


대부분 "수배 중"이었던 아저씨들을 지키기 위해,

지지하는 학생들은 계속 경희대로 몰려들었고..


전경들의 학원 침탈과 강제 연행을 막기 위해!

우리는.. 경희대를 사수해야만 했다.


경희대 정문 앞에는, 바리케이트가 세워졌고..


남학생들은, 밖에서 교대로-

보초를 서며 전경들의 동태를 살폈으며..


여학생들은, 안에서 아저씨들과 함께!

침탈에 맞서기 위한 꽃병을 만들었던.. 기억이 난다.


그러던 어느 날,

흉흉한 소문이 나돌기 시작했는데-


드디어 전경들이, 아침에!

경희대를 침탈할 계획이라는 것이었다.


두근두근- 조금은 떨리고 긴장된 마음으로,

결전의 시간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던 중..

(내심은, 무지 겁이 나기도 했다;;;)


소문보다 훨씬 더 이른, 야심한 시간에 두두두두-

최루탄을 앞세운 전경들이 경희대로 쳐들어 왔고!


그 엄청난 쪽수와 화력을,

도저히 감당할 수가 없었던 우리는..


정말 미친 듯이 달려서-

경희대의 뒷산을 넘어, 동덕여대까지!!

아저씨들과 같이 도망을 갔는데..


그때. 처음 알았다.

내가 그렇게 빨리! 단박에 산을 하나 훌쩍-

타고 넘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위기의 순간에, 인간은 진짜 엄청난
괴력(?!)을 발휘할 수 있는 것 같다. ㅋ)


이후에, 연이은 정부의 초강경 대응으로-

많은 노조의 지도부 아저씨들이 연행, 구속되었고..

파업도 결국, 미완의 실패로 돌아갔다.


그럼에도, 그때의 힘겨운 투쟁들이 밀알이 되어-

지금의 개선된 근로 복지와,

이 땅의 진보에.. 초석이 되었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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