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땐 그랬지 #28.
1994년 10월 21일.
성수대교가 무너졌던, 그 날의 아침을..
너무나도 선명하게 기억한다.
그 날도 <낮은 목소리> 촬영이 있었는데,
조감독이자, 동시녹음을 담당했던 호준이 형이..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는 거다.
그럴 사람이 아닌데.. 무슨 사고라도 났나..?
모두가 걱정을 하고 있던 차에-
한참 후에, 연락을 해 온 호준이 형은..
"다리가 무너지고, 난리가 나서..
당장은 도저히 갈 수가 없어. ㅠㅠ"
그 말을 듣고.. 우리 모두는, 어이상실!
“무슨 개 소리야! 핑계를 댈 걸 대야지!!
멀쩡하던 다리가 갑자기 왜 무너져?!!”
그러면서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TV를 켜고, 뉴스를 보니..
진. 짜. 로!! 다리가 무너져 있었다. ㅠㅠ
이 날의 성수대교 붕괴 사고로,
시민 49명이 한강으로 추락 하면서-
17명이 다쳤고, 32명이 사망했는데..
대부분의 사망자가, 버스 안에 있던-
(출근하거나 등교하고 있던) 승객과 운전사였고..
그 중에, 또 상당수가 무학여중/고의 학생들이었다.
(분명 어른들의 잘못인데, 왜 하필..
애궂은 아이들만 죽어나가는지 모르겠다 ㅠ)
이 사고는,
공권력을 이용해서 사익을 추구해왔던-
한국 사회의 부정부패가 원인이었는데..
건설사의 부실 공사와,
감리 담당 공무원의 부실 감사와,
정부의 안전검사 미흡으로 일어난 참사였고..
그런 이유로,
언제라도 터질 수 밖에 없었던-
마치 시한폭탄 같았던.. 인재였던 것이다!
(왜 때문에?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이런 문제들은 달라지지 않고 그대로인지..
정말 너무 답답하다. ㅠㅠ)
3년 후인 1997년에,
새로운 성수대교가 완공되었고..
같은 해에 정윤철 감독은,
<기념촬영> 이라는 단편 영화로..
성수대교 붕괴 사고로 사망한,
무학여고 학생들을 추모하면서..
서울단편영화제에서 최우수 영화상을 수상하는데..
(나는 96년에, 삼성영상사업단에서 주최했던
독립/단편영화제에서 이 작품을 볼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그의 장편 입봉작이었던 <말아톤> 보다,
<기념촬영>이 훨씬 더 인상적이면서 좋았고..
강하고 깊은 여운이 무척이나 오래도록-
가슴에 선명하게 남았던.. 기억이 난다.
어쩌면 이런 게..
진정한 영화의 매력.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