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화분

황만복 시집 #132

by 황만복




오래된 임대아파트 밖

어설프게 만든 산책길에

화분이 하나 버려져있다


화분 안에는 동서양을 아우르는 담배꽁초와

수많은 사람들의 걸쭉한 DNA들이

서로 비스무리한 한숨으로 뒤섞여있다


그 흔해빠진 이름표 하나 없어서

화분이라고 부르기도 뭐하고

그렇다고 재떨이라고 정하기도 어렵다


지나가는 사람들마다

흉물이라며 한 마디씩 던지고 가지만

왜인지 나는 네가 마냥 선물같다


만약에 다시 태어난다면

사람들은 나무가 되고 싶다는데

그때가 온다면 나는 네가 되어야겠다



ashtray-3577805_1920.jpg ⓒ Pixabay, Szelei



황만복

백서른두번째 시

버려진 화분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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