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쌀쌀해진 날씨
배꼽냄새 같은 배달비를 아끼려고
아내와 부대찌개를 사러 가는 길이었다
오고 가기 위한 길은 이미 잊어버린 채로
차 한 대 잠시 쉬어갈 수 없는 이 거리 한복판에서
이름 모를 어린 소년이 홀로 하늘에 공을 던진다
소년의 공은 가볍게 하늘로 올라 무겁게 다시 떨어진다
좁디좁은 이 공간에서 소년은 공을 받기 버거웠는지
금세 손에서 벗어나 어디론가 떼굴떼굴 굴러간다
누가 이 소년의 공을 받아줄까
그저 멀리서 보기에는 좋은 8년 차 딩크족은 아니다
그들이 핑계처럼 대신 키우는 개새끼도 아니다
당장 운석이라도 떨어질 것 같은 뻔한 뉴스제목들과
니들 때문에 공룡처럼 사라질 것이라는 뻔뻔한 목소리도 아니다
떨어진 공조차 다시 줍기 힘든 빽빽한 공간은 더욱더 아니다
기약 없는 초여름 맑은 이슬로 나타나서
내일을 기약하며 붉게 노을로 떠나가는 이 없이
누가 이 소년의 공을 받아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