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멸종위기 세상의 종말이 찾아왔다

장강명 작가의 <표백>을 읽고

by 황만복
장강명.jpg 장강명 작가의 <표백>, 한겨레출판사, 2011


장강명 작가는 <표백>을 통해 우리가 처한 현실을 꼬집어 말한다. 우리에게 소중한 것은 무엇인가.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죽음을 왜 스스로 서두르는가. 무엇 하나 선택할 수 없는 현실 때문일까. 그래서 죽음만큼은 스스로 선택하고 싶었던 걸까. 장강명 작가의 <표백>을 읽고 우리의 현실에 대해 많은 고민이 들었다. 어떻게 해야 모두가 행복할 수 있을까. 아니, 도대체 어디부터 잘못된 걸까.



인류 멸종위기 세상의 종말이 찾아왔다

종말이 찾아왔다. 지금 인류는 멸종하고 있다. 대한민국은 20년째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라는 참혹한 타이틀을 내려놓지 못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고독사도 매년 늘고 있다. 의학과 복지의 발전으로 수명은 늘었지만, 사람들의 행복은 반대로 감소하고 있다. 그 때문일까. 사람들은 스스로 보상하고 위로하는 것에 관심을 보였다.


힐링프로그램, 힐링도서, 힐링푸드 등 다양한 것들을 경험하고 시도했다. 이렇게 하면 잃어버린 행복을 되찾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아니었다. 사람들은 금방 서바이벌 프로그램, 자기 계발서, 패스트푸드로 돌아가버렸다. 스스로 질책하고 불안해하며 다시 휴식시간을 줄여갔다. 만약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면, 이것은 인류 멸종위기다. 아니, 이미 인간세상의 종말이 찾아왔다.



인류 멸종위기의 원인

무엇이 우리를 달리게 만들었을까. 왜 지치면서도 쉬려고 하지 않을까. 나는 인류 멸종위기의 원인을 비교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비교란 가치를 매기는 일이다. 올라가는 가치가 있다면, 반대로 떨어지는 가치가 있다. 또, 좋은 환경과 행복한 삶이 있다면, 당연하게도 나쁜 환경과 불행한 삶이 있다. 자신과 타인을 비교하는 삶은 결코 만족스러울 수 없다.


그것도 모자라 자기 자신과도 비교한다.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를 비교하면서 알 수 없는 내일을 불안해한다. 비록 이것이 어제보다 나은 내일을 만들 수 있을지 몰라도, 결단코 삶이란 항상 자신이 원하는 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고단한 노력과 달리 우리는 또다시 좌절이나 한계를 느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우리에게 감당할 수 없는 고독함과 공허함을 선사할 것이다.



천국에서 지옥까지

우리는 함께 걸었다. 유토피아는 아니더라도 나름 행복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걸음이 점점 빨라졌다. 같이 걷던 사람들과의 거리가 점점 벌어졌다. 그리고 결국 시야에서 사라져 버렸다. 하지만 걱정하지 않았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다시 돌아갈 수 있으니까. 하지만 아니었다. 이상하게도 발이 멈추지 않았다. 끊임없는 외로움 속에 결국 홀로 남겨졌다. 고장 난 브레이크처럼 알면서도 바로 잡을 수 없었다.


멸종위기.jpg 공허함과 외로움 때문에 세상의 종말이 찾아왔다


퇴근길에 지하철 1호선만 타도 느낄 수 있다. 수많은 사람들과 몸을 부딪혀가며 함께 목적지를 향해 간다. 하지만 우리는 타인에게 불편함만 느낄 뿐이다. 타인이 느낄 불편함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루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스쳐 지나갔음에도 우리는 여전히 외롭다.



On라인 세계에서 Off

우리가 이렇게 된 것에 대해 온라인 세계도 한몫한다. 알다시피 오프라인의 세계도 종말이 찾아왔다. 그래서일까. 오프라인보다 온라인 세계에 만족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 적어도 온라인 세계는 오프라인 세계에 비해 서로의 삶에 대해 무시하거나 비교하지 않았으니까.


그런데 언제부터일까. 온라인 세계도 골칫거리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익명성과 제어되지 않는 감정이라는 무기로 누가 죽든, 다치든 불특정다수에게 욕망을 표출했다. 그 결과 오늘은 가해자, 내일은 피해자가 되기도 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온라인 세계도 점차 설자리를 잃어갔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제 어디로 가야 하는 걸까.



인류를 향한 장강명 작가의 경고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 죽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다른 사람의 이야기가 아니다. 나와 이웃의 이야기다. 우리는 타인의 감정을 느낄 수 없는, 스스로 통증조차 느낄 수 없는 존재로 점차 퇴화할 것이다. 끊임없이 들리는 비명 속에서도 우리는 소음을 발견할 것이다.


장강명 작가의 <표백>을 읽고 슬픈 예감이 드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인간사회의 종말이 점차 가속화될 것이라고 짐작 가기 때문이다. 이미 전이할 대로 전이해 버린 세상, 자살률은 더욱더 증가할 것이고, 결국 우리는 히키코모리처럼 자신만의 공간, 자기 자신에 갇혀 최소한의 만족감만 갖게 될 것이다.


우리는 모두 한데 모여 북적대며 살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너무나 고독해서 죽어가고 있다
- 아프리카 밀림의 성자, 알베르트 슈바이처


우리에게 종말이 찾아왔다. 하지만 늦지 않았다. 꽃 한 송이를 피우기 위해 많은 노력이 필요한 것처럼, 서로에게 햇살, 물, 고른 흙이 되자. 더 이상 사람들의 죽음을 외면하지 말자. 같이 살자. 그리고 같이 살자고 서로 보듬어주자. 선택을 잃어버린 우리에게 서로가 하나의 선택이 되자. 노을이 지고 밥 짓는 연기가 피어오를 때, 함께 내일을 기약하고 기대했던 그때의 나, 그리고 그 친구들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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