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 인턴이 들어왔다. 그는 늘 밝은 미소를 머금고, 시키지 않은 일도 "혹시 제가 도울 일이 없을까요?"라고 먼저 물을 만큼 성실하고 다정한 청년이었다. 또한, 가장 먼저 출근해서 밝게 인사를 했고, 퇴근 시간에도 가장 늦게까지 남아서 사람들을 배웅했다. 일부 직원들은 그에 대해 성실하다고 칭찬했지만, 대부분의 고연차 직원들은 그의 인사를 모른 체 하거나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며칠 뒤, 고 과장이 퇴사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퇴사가 아니라 사망이었다. 그는 얼마 전부터 가슴을 부여잡고 힘들어하더니, 돌연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다. 장례식장에는 회사 사람들과 유족들이 모였다. 그리고 인턴도 함께했다. 인턴으로서 직원의 장례식에 굳이 참석할 필요는 없었지만, 그는 반드시 참석하고 싶다고 의사를 표현했다. 그곳에서 인턴은 고 과장의 유족들을 바라보다가 내게 조용히 말을 걸었다.
- 김대리님, 뭔가 이상하지 않아요?
- 뭐가?
- 그, 그게... 아무도 슬퍼하지 않는 것 같아요.
사실이었다. 그의 말대로 아무도 슬픈 기색이 없었다. 고 과장의 부모님은 꽤 오래전에 돌아가셨고, 그에게 남은 가족은 아내와 어린 자녀들 뿐이었다. 고 과장의 아내는 오랜 시간 동안 자리를 비웠고, 주변에서는 그녀가 지역구 보험왕으로서 중요한 실적평가를 앞두고 있다는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또한, 그의 어린 자녀들은 자신의 아버지 초상 앞에서 스마트폰을 잠시도 내려놓지 않았다.
- 갑작스러워서 다들 정신이 없는 거겠지.
장례가 끝난 후, 인턴은 고 과장의 자리를 정리하는 일을 맡았다. 회사에서 고 과장의 아내에게 그의 개인물품에 대해 인수를 요청했지만, 그의 아내는 그냥 모두 버려달라며 전화를 바쁘게 끊었다. 고 과장의 물건이 많지 않아 정리는 금세 끝났지만, 그날 이후 인턴의 분위기가 크게 달라졌다. 항상 밝았던 표정 대신, 어두운 그늘이 내려앉았다.
어느 날, 회사 옥상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그러자 인턴이 조용히 내 옆으로 다가와 어색하게 담배 한 개비를 입에 물었다. 내 기억이 맞다면, 인턴은 분명 비흡연자였다. 나는 의아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
- 원래 담배 안 피우잖아.
- 한 번 배워보려고요.
- 뭐 좋은 거라고...
어느새 노을이 하늘을 붉게 물들이고 있었다. 새들은 각자의 둥지를 향해 날아가고 있었지만, 우리는 여전히 남아있는 업무가 많았다. 우리는 아무 말 없이 구름 대신 담배연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그때 인턴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 혹시 김대리님은 이 일 하면서 즐거우세요?
- 그냥 하는 거지. 남의 돈 버는 일이 뭐가 즐겁겠어.
그러자 인턴은 잠시 침묵하더니, 땅이 꺼져라 크게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다시 말을 이어나갔다.
- 고 과장님 물건을 정리하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어요. 고 과장님은 말수가 적었지만, 위엄 있고 무거운 분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남은 건 냄새나고 밑창 닳은 슬리퍼 한 켤레, 곰팡이처럼 얼룩진 머그컵 하나, 실밥 튀어나온 낡은 빨간 넥타이 하나. 그게 전부였어요.
- 회사원 인생이 다 그렇지. 뭐.
- 그리고...
인턴은 자신의 품 안에서 다이어리를 꺼내 나에게 내밀었다. 고 과장의 책상에서 지겹게 보던 바로 그 다이어리였다. 모든 페이지는 숨 막힐 듯 업무기록들이 빼곡히 적혀있었다. 그때, 한 페이지 구석에서 시 한 편을 발견했다. 나는 그 시를 담배를 피우듯 한 모금 한 모금 음미하며 읽었다. 그리고 시를 읽는 순간, 설명할 수 없는 감정들이 바람처럼 밀려왔다.
고 과장의 장례식 이후, 인턴이 느꼈을 감정이 어땠을지 조금 이해되었다. 그래서 그에게 말해주고 싶은 것이 많았다. 하지만 나는 결국 그에게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아니, 어떤 말로도 그를 설득할 수 없었다. 단지 저물어가는 노을을 바라보며 우리는 그저 새로운 담배 한 개비를 입에 물뿐이었다.
그리고 다음날, 인턴은 조용히 사직서를 냈다.
종이 울린다
시계가 휴식시간을 가리켰다
그러나 나의 시계는 오랫동안 멈춰있다
기지개를 켜며 하품을 쩍 하고 싶은데
아니 그보다 담배 몇 모금이 급한데
종이에 펜을 떼는 순간
붉은 넥타이가 목을 조여 온다
뒤에 적힌 가격표보다
맬 줄 몰라 쩔쩔매던 그녀의 모습
우리는 하얀 넥타이처럼 밝게 미소 지었다
그러나 이제는 표정 하나 없는 얼굴로
요즘 누가 넥타이를 매 줘
자동으로 된 거 많잖아
제일 싼 걸로 하나 사
찰칵
철컹
정말 넥타이 때문일까
매번 죄어오는 넥타이 위로
자주 피를 토했고
어느새 넥타이도 덩달아 붉게 물들었다
마치 느리게 숨을 끊는 교수대처럼
주위를 둘러보니
모든 사람들이 붉은 넥타이를 매고
서로의 넥타이를 감시하고 있다
_ 황만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