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에서 온 종달새 편지(2.16.화. 전원일기)

5월 감꽃과 이른 봄 어머니와 소머리 국밥 먹으러 가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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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꽃


올해도 감꽃이 피었다.

감꽃은 새로 나온 감 이파리가 햇살하고 내통한 뒤 뱉어놓은 비밀스런 이야기 같다.

햇살에도 빛깔이 있을까?

누가 묻는다면 나는 감꽃을 주워들고 보여줄지 모른다.


왜 감꽃은 하나같이 꽃잎 끝부분이 살짝 접혀 있을까 생각해 본다.

마치 갓 태어난 병아리 연한 발가락이거나 부리 같아서,

어린 부리와 부리가 화창한 날 뽀뽀하는 소리가 들릴 것만 같아서.

어린 날, 감나무 아래 서서 입을 벌리고 감꽃이 떨어지기를 기다리던 때가 있었다.

떫고 시큼하고 약간은 달큼한 그 맛 때문이 아니다.

먹을 것이 없어서도 아니다.


감꽃으로 목걸이나 팔찌를 만드는 일도 여러 차례 해봐서 지겨워질 때쯤이었을 것이다.

왠지 그렇게 감꽃이 떨어지기를 기다려야 할 것 같았다.

그렇게라도 추락하는 것들에게 예의를 갖추고 싶었지만 나는 한 번도 감꽃을 입으로 받지 못했다.

그때 내 입속으로 쏟아져 들어오던 햇살, 초록, 연노랑, 하늘, 새소리…


그래, 그것들이 결국 지금의 나를 만든 건 아닐까?

모든 일이 이유가 있어야 하는 건 아니다.

까닭 없이 이루어져 세상의 소금이 되는 일도 얼마든지 있다.

감꽃을 볼 때마다 떠오르는 시 한 편. 단 넉 줄로 된 김준태 시인의 ‘감꽃’이다.


“어릴 적엔 떨어지는 감꽃을 셌지/

전쟁통엔 죽은 병사들의 머리를 세고/

지금은 엄지에 침 발라 돈을 세지/

그런데 먼 훗날엔 무엇을 셀까 몰라.”


시는 역시 반성하기 좋은 양식이다.

먼 훗날에 과연 당신은 무엇을 셀 것인가?


안도현 시인·우석대 교수 트위터 @ahndh61

출처 :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590078.html(한겨례 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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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어느날...

어머니께서 좋아하시는 감...
감꽃이 피어나고 있습니다...
어릴적 감꽃을 실에 역어서 목에 걸고 놀던 아련한 기억...
꽃이 있는 듯, 없는 듯...
그러나 분명히 소임을 다하는 꽃이 있습니다...
우리네 민초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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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이던 8월...

냉해를 입어...

매해 봄마다 새순이 나왔었는데...

작년이어 올해도 커다란 감이 주렁주렁합니다...

아침 저녁으로 감상하시는 어머니...

"나는 가을 단풍드는 감나무며, 추운 겨울 삭혀먹는 홍시가 좋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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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10월의 어느날...

단감나무에...
올해 80여개의 감이 달렸지요...
올해 제대로 결실을 맺었습니다...
추위에 약해서 매년 가지가 동사했었는데...
어머니께서 기특해하시네요...



어느해 추석, 안개낀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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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 살기 바쁜데 추석 당일날 아침 일찍 내려왔다가 당일로 가라'는 어머니 말씀...

새벽길 달려와 시골집에 도착...

안개가 많이 꼈습니다...

왼쪽 작은 소나무 옆, 감나무가 그 감나무지요...

둥치는 큰데, 냉해를 입어 새로운 가지가 나온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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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랫마당에서...

차례상 뒷마무리를 하시는 어머니...

손녀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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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목련 나무 아래...

평상대에서...

한가한 시간을 보내는 딸들...

직장생활에 대학생활...

모두 바쁜 생활중에...

'힐링이 따로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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윗마당...

잔디 다듬는 할아버지 심심하실까봐...

얼쩡거리는 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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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랫마당 텃밭...

김장 배추가 턱없이 모자라...

인척집 밭 남는 공간에 배추며 무우를 추가로 심으셨답니다...

걸어서 5분거리...

어머니와 소머리 국밥 먹으러 가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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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호원 장터...

초입...

소머리국밥이 맛있다고 소문난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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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와 소머리 국밥을 시켜서...

얼큰하게...

청양고추, 다대기 넣어...

휘~휘~...

저어서 깍뚜기와 먹으면...

긴 겨울...

잃어버렸던 입맛이 돌아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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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꽃이 많이 나왔습니다...

천리향...

수선화...

양란 심비디움도 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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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해물...

굴...

꼬막...

멍게...

해삼...

키조개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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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바람이 살랑살랑...

양지쪽 눈을 녹이고...

그 부드러움...

온기가 있네요...

그래서 거실에서 밀려난 화로...
현관에서 겨울을 난 천사의나팔꽃...

바나나 나무...

겨울을 잘 이겨낸 듯합니다...




이른 아침부터...
거실이 부산들 하십니다...
아버님께서 서울 종친회 회의차 올라가신다고...

평소보다 이르게 아침식사를 했습니다...
일죽까지는 승용차로...
일죽에서 서울 동서울까지는 버스로 가신다고...
바깥 온도계를 보니...
영하 5도...

아버님께서 함께 가자는 것을...
사양했습니다...
벌써 차에 시동을 거시고 계시네요...

어머니께서...
"얼른 내려가... 아버지 배웅해라~"...
차량 성애를 제거해 드리고...
잘 다녀오시라고 인사를 했습니다...

아버님께서 함께 살고 있는 저를 불편해하시는 것이...
맘이 아프신거지요...
이런저런 이유로...

이르게 강아지 밥이며... 닭 모이를 주고...
평소대로... 아침운동을...

요몇일 대전을 다녀왔는데...
아랫마당 잔디올라오라고...
솔잎을 거둬내셨네요...

산수유 꽃망울은 부풀어 터질듯하고...
강아지들이 한가로이 장난을 치며...
숫닭 울음소리가 힘차게 들리는 이른 봄 아침입니다...

"9시에 목욕을 갔다가...
장호원 장에 가서 소머리국밥을 먹고오자...
이가 아파서 병원도 가야하고...
밤새 잠한숨 못잤다~"

싫다고 할 수가 없습니다...
하루 일과 하듯...
붓글씨를 쓰고...
자료 검색도 하는데...
어머니께서 벌써...
가방들고 나서십니다..

0830시...
바깥 아랫마당에 내려가셔서...
사과나무를 어루만지시고...
닭장도 들여다 보시며...
기다리시네요...

오늘은 복장을 준정장...
그래도 어머니 잔소리는 피할 수 없습니다...
"구질구질하게 입고 다니면 남들이 얏본다~"...

목욕비 3000원...
어머니께서 대신 내 주시고...
"11시에 나올테니... 은행일 보고 있거라~"...

율면 면사무소옆 복지회관 목욕탕...
아담하게 잘 지어...
깨끗하더군요...
지난 설 명절때 다녀간 기억이...

오늘은 한적합니다...
노인들 몇분이 먼저 하고 나가시고...
나온자... 망중한...

상노인네 한분이 힘겹게 들어오시는군요...
시골은 젊은 사람 찾아보기가 쉽지않습니다...

30여분만에 먼저 목욕탕을 나와서...
농협에 들러 서울 딸... 학자금을 송금했습니다...
반값등록금... 언제 실현될런지...

어머니를 기다리는 것은 지루하지않습니다...
차안에서 여유로움을 즐기고...
잠깐 눈을 붙였네요...

한참만에 얼굴이 벌개진 어머니께서 나오십니다...
"에고~... 힘들구나... 장호원으로 가자~"

어머니의 소소한 잔소리와 질문이 계속됩니다...
대답은 언제나 처럼... 긍정도 부정도 아니게...

장터 입구에 차량이 많군요...
한참을 걸으며...
장호원 초등학교 담장안의 은행나무를 유심히 보고지나가는데...
"움이 터나오는 것이냐~"
"겨울눈인데... 가을에 만들어진 것이에요..."
" ..... "

어머니의 발걸음이 느리십니다...
관절이 불편하셔서...
걸음걸이를 늦춰봅니다...

소머리 국밥집...
12시전인데...
벌써 손님들이 북적입니다...
신발을 벗고 올라 앉아서 기다리는데...
국회의원 출마했다고...
악수를 청하고 명함을 돌립니다...

"당이름을 때마다 바꾸니...
노인네들이 혼동이 되서 원~...
알수가 있냐~"...

"오늘은 국물이 진하지 않은 것같다~"
작은 목소리로 말씀하시네요...
장으로 오는 차안에서 주머니에 넣어주신 15000원으로...
계산을 하고 나섰습니다...
"늙은이가 계산하려니...
그래서... 니가 계산해라~"고...

이가 아프신데...
병원엔 아니가시고...
약국에서 약만 사오셨네요...

그리고 장구경...
바나나도 사시고...
노지 시금치, 양파도 사시고...
신 김치로 김치찌게 하자고...
돼지고기도 사시며...
"글씨를 작게 써놔서... 국산인지... 알수가 없구나"...

"무겁지 않느냐~"는 질문에...
대답은 않고...
그렇게 장을 한바퀴 둘러보고 왔습니다...
봄꽃도 많이 보이고...
바다해물도 나오고...
그새 어머니는 팬티를 사오시네요...
아버님 것과 제 것...

어렵다는 살림살이...
그래도 모두들 열심히 살고 계시군요...

어머니는 기력이 예전만 못하신 듯...
집으로 오는 차안에서...
졸고 계십니다...

차를 내리시며...
겸연쩍으신지..
"다음에는 금왕으로 도토리 묵밥 먹으러 가자~"...


'이 새벽의 종달새' 블로그 http://blog.daum.net/hwangsh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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