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에서 온 종달새 편지(6.1.수.복숭아 봉지 씌우기)

어머니와 복숭아 열매 봉지 씌우기 / 잔디밭에 물주기 / 전원일기...

어머니와 복숭아 봉지 씌우기(6.1.수. 전원일기 / 잔디밭 물주기)...


이른 저녁식사를 하시고...

몇일 가물었다시며...

잔디밭에 물을 주시는 아버님...


윗마당, 아랫마당할 것없이...

여기저기 누렇게 잔디가 타들어 갑니다...

잔디밭을 가꿔오신지 10수년이 지났는데...

요즈음은 개미들로 잔디가 몸살을 앓고 있지요...


보기좋아서 잔디밭이지...

보통의 열의 가지고는 잔디밭 관리가 힘들다고 하십니다...


어느정도 자라면 잘라줘야 하고...

가물면 물줘야 하고...

시시때때로 잡풀들 뽑아줘야 하고...

두더지며 개미 관리해야 하고...

노력과 정성이 많이 들어간다고 하십니다...


아버님 물주시는 것 거들어 들인다고...

물을 주고 있는데...

뒤에서 지켜보시던 아버님...

"꼼꼼하게 물을 줘야지, 덤벙덤벙 주면 되겠냐?"하시며...

시범을 보이십니다...


그래서...

촘촘하게 흠뻑 물을 주었습니다...

조심스럽게...


한참을 물을 주는데...

아버님께서는 아랫마당에서 물을 주시네요...

지켜보시던 어머니...

"무슨 물을 그렇게 설렁설렁 줘요? 이리줘봐요!"하시며...

호수를 건네받아 물을 주십니다...


윗마당에서 물을 주면서 그 모습을 바라보며 웃을 밖에요...

'자기방식이 최고'라는 생각...

'다른 것은 용납이 안된다'는 팍팍함이...

서로간의 소통을 방해하고 불편한 관계를 야기함을 깨닫습니다...


어둑어둑해질 때까지...

흠뻑 물을 주었지요...

촉촉한 잔디를 밟으며 내일 아침 더욱 푸르를 풀밭을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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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본김에...

주말 손님맞을 준비로...

유리창 청소를 하시는 어머니...

참 부지런하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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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청소후...

많이 가물었다시며...

윗마당 잔디밭...

물주기 시범을 보이시는 아버님...

'설렁설렁 물을 준다'고 한소리 들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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윗마당은 제가...

아랫마당은 아버님께서 물을 주셨는데...

아버님 물 주시는 것 지켜보시던 어머니께서...

'그렇게 주면 어떻게 하냐?'시며...

호수를 건네받아 물을 주고 계십니다...

'자기가 하는 것이 최고'라는 생각인데...

참 불편한 생각이다 싶습니다...



다음날 이른 아침식사를 하고...

어머니와 둘이서...

복숭아 열매 봉지를 씌웠습니다...

0730시부터 2시간여...

힘들고 고된 작업이지요...


미리 디딤대, 사다리를 갖다놓고...

노란 봉지도 챙기고...

아침을 먹자마자...

뒷뜰로 갔습니다...


수백개는 되어보이는 탁구공 크기의 열매...

'저 것을 언제 다 싸나?'싶더군요...

어려운데 있는 것...

높은 곳에 있는 열매를 힘있을 때 먼저 씌워야겠다 싶었습니다...


경사면에 디딤대를 누여놓고 사다리를 얹어...

그 위에 올라서서 손이 닫는 곳의 열매를 돌아가며 봉지를 씌웠지요...

바닥이 불안하고 자세가 어정쩡하니...

허리도 아프고 목도 아프고 팔고 아팠습니다...

'이짓을 왜하나?'싶을 정도로...


무념무상으로 일을 하고 있는데...

어머니께서 나오셔서...

낮은 곳의 열매에 봉지를 씌우시네요...

"너는 높은 곳에 봉지 씌워라! 나는 낮은 곳에 봉지를 씌울테니~"...


지난세월...

힘들게 살아오신 이야기를 하십니다...

40여년전...

서울 집을 마련하실 때...

9천만원 시세의 2층 집...

4천만원에 은행빚 5천으로 구입하셨다고...


은행빚 갚아나가는 것이 너무 힘들어...

골프장갑 공장에 나가서 일을 하셨는데...

어찌나 고된지 집에 와서 밥한술 떠먹고 정신없이 자기도 했다고...

결국 열흘 일하고 나왔는데...

3만원 주더라고...

그 때는 큰 돈이라며...


밖에서 힘든 일 못할 바에는...

남편 힘들게 돈벌어 오는 돈...

알뜰살뜰 아껴서 빚갚자고 굳게 결심하셨다지요...


그 이후...

더 모질게 사셨다고 합니다...

아버님 지극정성으로 보필하고...

자식들 건사하며...


그런데...

제가 군에 있으며 26살에 결혼하겠다고 하니...

하늘이 막막하더라고...

몇해 지나면 숨통이 트일만도 한데 싶기도 하고...


그래서...

할아버지께 말씀드려서...

시골 땅 8마지기를 팔아서 결혼시켰답니다...

저를...

지금 놔뒀으면 돈 꾀나 됐을텐데 싶으시다고...


듣는 내내...

죄송스럽고...

마음이 아팝습니다...


군에 있다는 핑게로...

어머니의 근심걱정을 함께 해드리지 못하고...

부담만 더 앉겨 드렸으니...

이런 불효없다 싶네요...


어머니의 말씀을 듣다보니...

어느덧...

복숭아 나무에 노란 꽃이 다 피었습니다...


'우리는 아는만큼만 죄 안짖고 사는 것' 같네요...

알고 지은 죄도 많지만...

모르는 것은 다 죄다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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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이른 아침을 먹고...

고향으로 낙향하시며 심으셨다는...

15년생 복숭아 나무 열매...

봉지를 씌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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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나이로 치면...

70세는 됐을 법한 고령의 나무...

집에서 꽃보시며 관상용으로 키우시는 것이지만...

가을되면 입맛을 다시며...

복수아 나무 주위를 기웃기웃하게 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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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내내...

밑동주변에 음식물 찌꺼기며...

퇴비를 듬뿍하셔서...

꽃을 많이 피웠지만...

늙어 기력이 쇠한지...

열매가 많이 떨어지고...

지금 달려있는 열매들도...

여기저기 구멍나서 많이 썩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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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조심조심...

어머니와 아침 7시30분부터...

2시간여 공들여 봉지를 씌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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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년의 반도 안되는 열매지만...

힘들기는 매한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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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딤대를 밟고 올라가...

머리를 하늘을 올려다보며...

허리를 비틀어가며...

봉지를 씌우는 것이...

참으로 쉽지않고 힘들더군요...

달랑 한그루 복숭아 나무인데...

한 150여개 노란 봉지를 씌운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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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구공 크기만한 실한 녀석들...

앞으로 2개월여후...

초가을이 되면...

그윽한 복숭아 향과 함께...

맛난 과즙을 맛볼 수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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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노란 봉투 오른쪽 V홈진 곳으로...

복숭아 열매를 넣어...

옆에 내장된 철사를 오무려...

줄기에 매듭지으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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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디딤대와 사다리를 딛고 올라서서...

허리를 비틀고 하늘을 올려다보며...

복숭아 잎사귀를 제치고...

봉지를 씌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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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포근한 이블속에 들어앉은 모습...

흠나지 말고 잘 자라라는 뜻이겠지요...

복숭아는 육질이 연해서 흠집이 잘 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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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린 열매중에...

몇차례 솎아내셨는데...

봉지를 씌울 때...

벌레먹고 기형으로 생긴 녀석들은...

또 따내었는데...

결국 '실한 녀석들만 살아남는 것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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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키우는 과실나무도 그렇지만...

야산에 자라는 나무들도...

나무 스스로 다 키울 수 없으니...

열매를 떨군다지요...

'저녀석들의 희생으로 나머지 녀석들이 튼실하게 자라는 것이겠다'싶습니다...

'반은 떨어지고 반이 살아남는'...


'이 새벽의 종달새' 블로그 http://blog.daum.net/hwangsh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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