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마실길 정비(옹달샘 전원 이야기)

어느해 늦 겨울 이야기 / 어머니 마실길 웅덩이 물길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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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해 여름

겨울에 눈 녹은 물이 고이던 그곳

다리가 불편하신 어머니께서 건너셔야 했던 그 길


긴 겨울지나고 초봄,

많은 눈이 내려 눈부신 오후,

집안에만 계셔서 답답하시다며 마을회관으로 마실을 나서시는 어머니를 따라나섰습니다.
두 마리 개가 커다란 꼬리 흔들며 할머니 어디 가냐는 듯 난리군요.

"추운데 겨울난다고 고생이 많구나! 조금만 기다려라~ 봄 온단다."


이른 아침, 마을 진입로 외각인 이곳 산자락까지 동네 이장이 트레일러로 눈청소를 했기에
관절염으로 불편하신 다리로도 어렵지 않게 걸으실 수 있다시며
나와 동갑이라는 이장 칭찬이 대단하십니다.


어머니와 함께 걷는 눈길에 산새 소리가 정겹군요.

얼마쯤 갔을까, 길 한가운데 눈 녹은 물이 고인 웅덩이가 있어

거동이 불편하신 몸으로 지나가기가 불편하시어 집으로 돌아가실까 망설이시길래,

등산화 발로 물길내어 길을 터드리니, 진흙물 피해 건너시고

"회관까지 먼 거리가 아니라서 괜찮다."시며 앞서 가십니다.

그래도 30여분을 매서운 바람맞으시며 가셔야 될텐데...


불어오는 바람은 봄바람일텐데, 내린 눈으로 인해 몹시 차게 느껴지는가 싶더니

어머니 볼이 벌개지시네요.


방앗간 삼거리, 갈림길이 나와서 어머니는 왼쪽 마을회관으로

저는 오른쪽 큰 개울쪽으로 발 길을 달리했습니다.

가시면서, 추우니까 멀리 가지 말라시네요.

'어머니께서 더 멀리 가시면서...'


얼음녹은 큰 개울에 물오리인지 청둥오리인지 수십마리가 노닐고 있다 놀라 날아오르니 장관입니다.

더 놀랠까 싶어 이내 발길을 돌렸지요.

눈 덮인 들녁을 지나오며 봄이 멀지 않았다 싶었습니다.


바람을 뒤에서 받으며 걸으니 한결 편한가 싶었는데 한참 후 또 그 물웅덩이를 만났지요.

등산화발로 어째어째 물길을 내었는데, 이왕 물길낼 봐에야 제대로 하자싶어

빠른 걸음으로 집으로 가서 삽과 괭이를 들고 나왔습니다.

어머니 돌아오실 시간은 한참 여유가 있어 깔끔하게 물 퇴수 작업을 하는데

하찮은 물길내는 일도 열중해서 하니 재미가 있더군요.

고인물이라 조금만 물길을 내줘도 미미하지만 흐름이 시작되었습니다.


'정체라는 것이 그런 것이겠지요. 조금의 여지만 있다면 그쪽으로 흐름이 시작되는...

사고의 정체도 그럴 것입니다. 마음에 여유만 있다면 편견에서 벗어날 수 있겠지요.'

먼저, 눈덮인 수로를 찾고 그곳에서 역으로 도랑을 쳐야했는데,

눈덮인 흙을 헤집다보니 파아란 새싹이 보입니다.

어김없이 봄이 오고 있는 것이지요.


물 빠지는 속도가 나기 시작하며 '졸졸졸하다가 좔좔좔~'

30여분을 씨름하다보니 땀이 나고 바지가 흙 범벅이었지만 마음은 상큼하였습니다.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가벼워 노래를 읊조리며 걸었지요.


“산길을 간다. 말없이 홀로 산길을 간다.

해는 져서 새소리 새소리 그치고,

짐승의 발자취 그윽히 들리는 산길을 간다,

말없이 홀로 산길을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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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강원도 옥수수 한박스 갔다 드렸더니 고맙다시며 옥수수를 껍질을 벗기시는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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