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생활하시는 부모님댁 닭과 개 이야기
몇해전 9월초
태풍 곤파스로 아랫마당 아래 콩밭으로 굴러떨어진 닭장
닭들은 멀쩡한데
비맞은 닭들이 애처로워 보입니다.
닭들 빨리 잡아 닭장에 넣으라시는
어머니 성화가 계속되고...
닭들은 나몰라라
모처럼의 외출을 즐기고 있었지요.
'저 쪽으로 가볼까?'
햇쌀이 돋으니
닭들이 더 생기가 돕니다.
밤새 비바람에 시달리다
부러져 내린 나뭇가지 치우랴
텃밭에 쓰러진 농작물들 일으켜 세우신다고 고생하시는 어머니
웃자란 코스모스도
힘없이 몸을 누이고
베란다의 천사의나팔꽃이며
바나나도 수난을 격었지요.
어느해
여름은 다시 안올 듯 가버리고
그 더운 여름 나느냐고 고생한 부모님댁 개 2마리와 닭 5마리
태풍 곤파스로 인해 닭장이 넘어가 놀랐을 닭들,
세찬 비바람에 들이치는 빗물을 맨 몸으로 맞아야 했던 개들
어머니 말씀대로라면 단순한 개며 닭이 아니고, '화초'랍니다.
적적한 산골자기에 의지되는 짐승이라도 있으니 말동무도 되고 소일거리도 되어 덜 외롭다시네요.
지난해 가을 집옆 인삼밭 주인이 강아지 한 마리를 가져와 세살박이와 함께 살게 되었고,
올 봄에 토종이라고 사온 중 병아리 10마리
그중에 더운 여름난다고 5마리가 죽어나가서 아버님, 어머님이 크게 안타까워 하셨습니다.
게으름의 소치로 봄추위 탄다고 둘러친 비닐들을 한여름까지 그대로 뒀으니
지붕은 양철판에 찜통이 따로 없었겠다싶고 닭들이 고역이었을 법하네요.
당장 비닐을 거둬내고 양철지붕에 물도 뿌려 열기를 식혀주며 뒤늦게 관심을 쏟았었습니다.
개들이야 수시로 개장주변에 물을 뿌려주고, 시원한 지하수로 더위를 식히게 하였는데
그래도 늘어지는 혀는 어쩔 수 없더군요.
언제나 그렇듯 개밥과 닭모이는 사람식사후에 하루 두끼를 주고 있습니다.
이 규칙은 돌아가신 할아버지의 무언의 가르침이지요.
사람도 안먹었는데 짐승들이 먼저 먹을 수 없고, 사람과 같이 세끼는 복에 겹다고...
매식사때가 되면 난리입니다.
수저 저분소리를 듣고 '낑낑'대며 윗마당 집쪽을 향하여 시선을 집중하죠.
밥때 됐다고...
두 마리 개중 세살박이 흰둥이는 먹이를 주면 주인을 한번 쳐다보고(고맙다는 표시로)
음식을 음미하며 천천히 먹는데 한살박이 흰둥이는 걸신들린 것처럼 허겁지겁 단숨에 먹어치우고
큰개 밥에 얼쩡거리다 큰개에게 크게 혼줄이 나곤하였지요.
무서울 정도로 냉정하게 물고 짖고 으르렁거리며 한바탕 소동을 벌이곤 하였습니다.
평상시 서로 장난을 칠 때와는 전혀 다른 모습에 모두들 놀라했지요.
하기야 세살박이 흰둥이는 뱀을 입으로 잡아 두동강내던 유하면서 강한면을 보여왔으니까요.
작은 흰둥이도 제딴에는 밥값한다며
밤새도록 텃밭에 심은 고구마순을 먹으러 내려오는 고라니를 보고 짖어된다고 생고생입니다.
저도 못자고 가까이 있는 닭장의 닭들고 못자고 어머니도 개짖는 소리에 잠 설치시고...
아침이면 작은 흰둥이 쌍거풀 눈이 졸리운 표정이었지요.
모처럼 닭장속의 닭들을 밖으로 내놓았는데
처음에는 생소하여 거동을 잘 못하다가 조금 지나니 날개짓도 크게 하고
냅다 달려도 보고 과일나무주변 퇴비거름을 발로 헤집기도 하고 자유를 만끽합니다.
그러면 개들은 또 난리죠.
바로 앞에서 닭들이 왔다갔다 하니 맘고생 많습니다.
엊그제는 겨울날 준비로 아버님이 개지붕을 양철지붕으로 산뜻하게 갈아주셨지요.
올 겨울 또 얼마나 눈이 오려나싶습니다.
닭장은 보온을 위해 비닐을 새로 둘러치고 여러모로 신경을 썼네요.
짐승 겨울나기 준비는 차차 더 세밀하게 해야할 듯 합니다.
말못하는 짐승 괜한 생고생시키지 않으려면...
몇일전 묘한 일이 생겼네요.
수탉없는 닭장에서 암탉이 알을 낳아
너털웃음을 웃으시며 집으로 들어오셔서 뉴스를 전하시는 아버님 얼굴이 밝으십니다.
제가 따라 나가 알을 꺼내왔는데 어머니께서는 시큰둥하시고
애써 길러 유정란이 아니고 무정란을 먹는다고요.
수탉을 주기로 했던 아버님 친구분이 병원에 입원하는 바람에 수탉 구할 방도가 없답니다.
그래도 오늘은 어머님이 알을 내오시며 '잘 먹여야되겠다'시며 기특해 하시네요.
이제 개들을 이산가족 시킬 시간입니다.
텃밭에 있는 사과나무에 주렁주렁 잘 키운 사과를 새들이 날아와 쪼아놓으니
부모님 마음이 불편하신 모양이네요.
아버님이 멀리 출타하신 틈을 타서 한살박이 개를 사과나무 주변으로 옮기자는 것입니다.
어머니와 개장을 들어다 놓고 개줄을 풀어 옮기는데 이놈의 개가 큰 개와 떨어지기 싫은지,
자기 어떻게 하려고 하는 것으로 아는지 질질 끌려오는군요.
우여곡절끝에 말뚝을 박고 개줄을 묶어 텃밭에 보금자리를 마련해 주었습니다.
10여m 떨어진 두 마리의 개들 두놈다 생난리네요.
끙끙거리고 짖어대고...
어머니께서 “너 이제 제대로 밥값하라고 이리로 데려온 것이다. 이녀석아~”
밤 늦게 오시는 아버님께서 개가 한 마리인 것을 보시고 어떤 모습을 하실지 궁금합니다.
오늘은 저녁 먹기전에 개밥과 닭 모이를 먼저 줄까싶네요.
아버님 안계실 적에...
저리도 끙끙거리니 안타깝습니다.
한 달은 더 있어야 사과를 딸텐데...
2010.10.1(금)1700시
능소화 흐드러지게 피던 7월의 어느날
왼쪽 개장 안의 세살박이 흰둥이는 매년 봐온 것이라 시큰둥한데
앞쪽의 한살박이는 신기한 듯 올려다 봅니다.
그러던 10월 어느날
닭장과 개장사이에 있던
작은 흰둥이를 오른쪽 텃밭으로 옮겼지요.
사과나무에 달린 잘 익어가는 사과를
새들이 날아와 쪼아대어서
새들 좀 쫒으며 밥값하라고...
그런데
사과 지키라고 떨어트려 놨더니
큰 개쪽만 쳐다봅니다.
"형~ 나 어떻게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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