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에서 온 종달새 편지(2.18.토. 어떤 미소)

지하철(신분당선)에서 생긴 일 / 광교호수공원, 용인 너울길 산책

서울 강남가는 신분당선 지하철

평일 아침나절이라 사람들이 많았지만

요행히 빈자리에 앉을 수 있었습니다.

건장한 체구의 젊은이 사이에 끼여서


휴대폰을 쳐다보는 사냥꾼 눈초리의사람들

눈을 감고 생각에 잠긴 무념무상의 사람들

그리고 한발치의 운없어 서있는 사람들 틈에서

갖고 온 시집을 펼치지는 못하고 만지작 거리고 있었지요.


다음 정차역

앞쪽 좌석으로 나이 지긋하신 할아버지 두분이 타시는데

먼저 오르신 할아버지께서 뒤따르던 할아버지께 빈자리를 찾아 앉히는

다정한 모습을 지긋히 쳐다보았습니다.


그리고 본인은 또 다른 빈자리로 빠른 걸음으로 챙겨 앉으시려다

반대편에서 오시던 할머니께서 먼저 앉으시니 겸연적게 웃으시는데

그 옆에 앉아 계시던 또 다른 할아버지께서 일어나셔서 앉으라고 권커니 사양커니 하시다

자리에 앉으시며 더욱 겸연적어 하시는데

그 옆의 먼저 앉으신 할머니 또한 그러한 표정이시더군요.


그리고 한참 눈을 감고 있었고

다음 정차역에서 많은 분들이 타시는 분위기에

눈을 떠 보니 앞에 곱게 차려입으신 할머니가 서 계셔서

일어나 자리를 양보하는데

한사코 사양하시길래 등밀어 앉혀 드렸습니다.

"아이고!~ 괜찮은데요.~ 고맙고 감사합니다.~"

말씀도 예쁘게 하시며 얼굴이 붉어지셨지요.

제 도리구찌 모자뒤로 흰머리를 보셨던 모양이신지...


여하튼

저도 멋적어서 호주머니 휴대폰을 꺼내 보는 척하던 중

그 때 제 왼쪽에 앉아서 휴대폰에 들어갈 것처럼 삼매경이었던

젊은이가 벌떡 일어서며 제게 자리를 권합니다.

'순간 어떻게 해야하나 싶더군요.'

멋적게 앉기는 앉았는데

제 오른쪽 할머니도 더욱 멋적어 하셨지요.


이럴 때는

눈을 감는 것이다 싶어

지긋이 눈을 감으니

입가에 미소가 절로 배어 나왔습니다.


앞 좌석 할아버지들도 생각나고

제 오른쪽 할머니도 생각나고

왼쪽에 앉아 있었던 그 젊은이가 지금 제 앞에 서 있는 것도 생각나고 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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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

동터오는데

광교 호수공원으로 산책

아침바람이 아직 매섭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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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오는 길

겨우내 저 자리에 있던

주인잃은 자전거

여전히 서리맞은 채 그 자리에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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볕드는 양지바른 계단아래

아주 작은 무엇이 눈에 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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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앉아서 보니

'봄까치꽃'

'반갑다! 친구야!~'

'사람 발 조심하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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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뒷동산을 오르며

발에 밟히는 가을 낙엽을

이렇게 초봄까지 다시 봅니다.

'어이할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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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와 마주한 나무들

바람보는 사람들에게는 좋은 풍광이겠지만

나무들에게는 불편한 현실

바람도 막고

볕도 막고

갑갑한 환경이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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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으로 올라온 길

오른쪽으로 내려가면

힘들다고

정상을 배반하는 길

가뿐 숨 몰아쉬며 잠시 갈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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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산 윗능선에서

떠 오르는 해를

나무들과 함께 바라보네요.

'내가 너희들을 사랑하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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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려 가는 길

아카시나무 열매 꼬투리속

검은 씨앗들

멀리 가지 못하고

어미나무 아래 떨어져 밟히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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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아래

다 내려와

한창 공사중인 아파트

점점 뒷동산을 위압하듯

위로 위로 치솟으니

가끔 오가는 객이야 지나가면 그만인데

여기서 살아야 하는 이 나무들

'어이할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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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서울 강남가는 지하철에서...

'내 이름은 등대야

항상 내 등에 기대'


누군가에게 등대, 푯대가 된다는 것은

자신에게 더욱 진솔되고 엄중해야 하는 것이겠다 싶습니다.


'이 새벽의 종달새' 블로그 http://blog.daum.net/hwangsh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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