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에서 온 종달새 편지(2.27.월.아지랑이와 복수초)

아지랑이와 함께 찾아오는 봄꽃 이야기

박인희 -

봄이 오는 길

https://youtu.be/Vd6Kr_ZGQ0s



지랑이
뜻맑은 봄날 햇빛이 강하게 쬘 때, 지면 부근에서 공기가 마치 투명한 불꽃과 같이 아른거리며 위쪽으로 올라가는 것처럼 보이는 현상



아지랑이

조오현


나아갈 길이 없다 물러설 길도 없다
둘러봐야 사방은 허공 끝없는 낭떠러지
우습다
내 평생 헤매어 찾아 온 곳이 절벽이라니  

끝내 삶도 죽음도 내던져야 할 이 절벽에
마냥 어지러이 떠다니는 이 아지랑이들
우습다
내 평생 붙잡고 살아온 것이 아지랑이더란 말이냐


- 조오현 시, 「아지랑이」전문 -

‘에너지 보존의 법칙’ 즉, 열역학 제1법칙에 따르면

우주 안의 모든 물질과 에너지는 불변하며 그 질량은 일정하고

단지 형태만 바뀌는 것이라고 합니다.


모든 물질은 허무이며 그 허무가 곧 물질이라는 것이지요.

‘내 평생 헤매어 찾아 온 곳이 절벽이고 내 평생 붙잡고 살아온 것이 아지랑이라니’

허무하고 망연자실 하십니까?


쇼펜하우어의 염세주의나 니체의 허무주의는

현실세계와 생존의 의미를 부정적으로 보면서

그것을 극복하는 방법을 각기 다르게 주장하였습니다.


최근 서점가에서 베스트셀러에 오른 ‘죽음이란 무엇인가’를 저술한

미국 예일대 철학교수인 셀리 케이건(Shelly Kegan)은

죽음의 본질을 이해하면서 가치 있는 삶을 살아야한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염세, 허무, 죽음은 삶의 본질일 수는 있겠지만

생의 의미나 작동원리는 분명 아닙니다.


아지랑이는 빛의 굴절에 의해 보이는 신기루 같은 것입니다.

빛을 바라보는 사람의 마음가짐과 삶의 가치관에 따라

그 생의 굴절률도 달라져 어떤 사람은 절망의 빛을 보고

어떤 사람은 희망의 빛을 볼 수 있기 때문이지요.


우리가 붙잡고 살아온 것이 아지랑이라 하여도,

평생 찾아온 곳이 절벽이라 하여도 세상만사는

색즉시공 공즉시색(色卽是空 空卽是色)이오니

그리 절망할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 이병룡 시인

출처: 중소기업뉴스(공감, 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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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같은 호수

'호수같은 이성'

물위에도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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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볕이 좋은 계절

나무와 물이 어우러져 풍광이 더욱 빛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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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맘때

산길을 구비구비 돌아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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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김없이 반겨주는 꽃이 있습니다.

겨울이라는 인고의 시간을 보내고

계절의 시계에 맞추어

고귀한 꽃망울이 얼굴을 내밀고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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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운듯

노오란 속살을 살포시 보여줍니다.

그야말로

감탄이지요.

희열이지요.

'꽃아! 너는 어느 별에서 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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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을 받으니

노오란 광채가 납니다.

'겨우내~ 애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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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마르고 추웠던 겨울

잘 이겨낸 화사한 모습이 더욱 대견합니다.

꽃의 목적은

'사랑'

꽃의 암술, 수술이 만나

결실을 맺어야 하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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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잔' 의 꽃모양

여기저기
애잔하게 피어나고 있습니다.

황금을 뿌려 놓은 듯

영롱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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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원 동전크기 꽃모양
겨우내 땅속에서 꽃망울을 키워오다
이렇게 따사한 날
찬란하게 기지게를 펴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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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와 꽃잎 안쪽에

암술 수술이 보입니다.

귀한 것은

항상 안쪽에

가운데 있지요.

꽃은 식물의 생식기

그래서

식물학자 린네는

꽃잎을

'신방의 커튼'이라 했습니다.

신랑, 각시를 가려주는 꽃잎이듯...


지난 겨울 이겨낸 모습을
존중합니다.
축복합니다.
사랑합니다.




복수초(福壽草)의 이름은 행복을 뜻하는 '복'자와 장수를 뜻하는 '수'자가 합쳐진 것

다른 식물들이 겨울잠에서 깨어나기 전부터 서둘러 황금색 꽃망울을 터뜨린다지요.

눈이 남아 있는 이른 봄부터 피어 난다고 해서 '원일초', '눈색이꽃','얼음새꽃','설련화' 등으로 불리며

이른 봄부터 부지런히 꽃을 피운 복수초는

다른 식물들이 치열하게 생존 경쟁을 펼치는 여름이 오기전 이미 열매를 맺고 다음 해를 준비한다고 합니다.



복수초의 슬픈 전설 이야기


하늘 나라 옥황상제에게 예쁜 공주가 있었습니다.

옥황상제는 공주를 금이야 옥이야 귀하게 키웠지요.

공주는 선녀들도 샘을 낼 만큼 아름답게 자랐습니다.

드디어 공주도 결혼할 나이가 되었지요.


"공주도 이제 결혼해야 할 텐데, 어디 좋은 신랑감 없느냐?"

옥황상제가 신하들을 모아 놓고 물었습니다.

"산 총각이 어떠십니까? 나무며 풀에다 온갖 짐승들까지 가진 굉장한 부자라고 합니다."

"그렇긴 하다만, 산 총각은 너무 무뚝뚝하지 않느냐?"

"강물 총각은 어떠십니까? 세상 여기저기를 돌아다녀 견문이 아주 넓은 총각이옵니다."

"강물 총각도 안된다. 그렇게 돌아다니기만 하면 공주가 외로울 게 아니냐."


신하들이 추천하는 신랑감은 옥황상제의 마음에 하나도 들지 않았지요.

구름 총각은 변덕이 너무 심했고,

원숭이 총각은 재주는 많지만 너무 촐싹대는 게 흠이었고

들 총각은 마음은 넓지만 행동이 느리고 잘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에그, 어째 다들 그 모양이람. 관둬라, 내가 직접 찾아보겠다."

옥황상제는 이곳 저곳을 돌아다닌 끝에 두더지 총각으로 사윗감을 정했지요.

하늘 나라 법에서는 아버지가 사윗감을 정하게 돼 있었습니다.


"두더지 총각은 정말 부지런하더군. 땅도 많고, 듬직하니 평생 공주를 아껴줄거야."

옥황상제는 두더지에게 일 년 후에 결혼식을 치르자며 증표를 주었지요.

하지만 공주는 아버지가 정한 신랑감이 싫었습니다.

"아바마마는 왜 제게 말씀도 없이 두더지랑 약속을 하셨나요?"

"그만한 신랑감이 어딨다고 그러느냐? 땅도 많고 부지런한 데다 생각도 싶은 총각이야."

"그래도 전 싫어요. 땅 파는 것밖에 할 줄 모르잖아요.

앞도 못 보는 장님에다 땅딸보를 뭐가 좋다고 그러세요?"

공주는 두더지 총각을 헐뜯으며 불평을 해 댔지요.


그런 것도 모르고 두더지는 공주와 결혼할 날만을 손꼽아 기다렸습니다.

두더지는 그전보다 더 열심히 일을 했고, 공주를 위해 집도 새로 단장했지요.

두더지는 좋은 것이 생길 때마다 공주에게 보내 왔습니다.

봄이 왔다며 들로 나가 꽃다발을 만들어 보내기도 하고,

애써 모은 재산으로 값비싼 보석과 비단을 사서 보내기도 했지요.

맛있는 산 열매를 고운 단풍잎에 싸서 보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공주는 선물을 풀어 보지도 않고 내팽개쳐 버렸지요.


"신랑감이 보낸 선물을 그러면 쓰나? 마음 쓰는 걸 보고도 어떤 신랑감인지 모르겠느냐?"

"전 두더지가 싫어요. 장님인 두더지보다는 눈이 잔뜩 달린 거미가 차라리 나아요.

지렁이도 두더지만큼은 땅이 많다고요."

"그래도 이젠 안된다. 이미 증표까지 줬으니 무를 수도 없어."

그래도 공주는 막무가내로 버티었습니다.


시간은 흘러 약속한 날짜가 가까워졌지요.

두더지는 여전히 정성껏 마련한 선물을 보내며 결혼식만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얘야, 이젠 어쩔 수 없다. 옥황상제인 내가 약속을 어기면 세상 질서가 어찌 된단 말이냐?

여기 두더지가 노리개를 보냈구나."

"전 싫어요. 누가 이 따위 노리개 갖고 싶대요?"

공주는 노리개를 발로 밟아 버리고는 궁궐을 뛰쳐나갔지요.

"저, 저런! 무슨 짓이야? 도저히 용서할 수 없다. 게 서지 못할까!"

옥황상제는 노발대발해서 공주를 쫓아갔습니다.

밖에는 매서운 눈보라가 휘몰아치고 있었지요.

공주는 바람을 피해 동굴로 들어가려 했지만, 동굴은 입구를 막아 버렸습니다.


"절 도와 주세요. 아바마마가 절 잡으러 와요."

"시커먼 땅 속은 싫다면서? 어디 밝은 데 가서 알아보시지."

공주는 바위 뒤에 가서 숨으려고 했지요.

"남의 진심도 몰라 주는 공주는 돕고 싶지 않아. 바윗돌에 깔리지 전에 어서 피하라고."


바위는 쌀쌀맞게 공주를 내쫓았습니다.

공주는 키가 큰 나무에게 달려가 숨겨 달라고 사정했지요.

"가서 약속이나 지키세요. 약속도 지킬 줄 모르면서 남의 도움을 받겠다고요?"

공주는 너무 지쳐 차가운 눈 위에 털썩 주저 앉았습니다.


하늘에서 옥황상제의 목소리가 들려왔지요.

"넌 내 딸이 아니다. 하늘나라 법을 어겼으니 벌을 받아야 해."

옥황상제의 말이 끝나는 순간 공주는 감쪽같이 사라져 버렸습니다.

공주가 앉아 있던 자리에는 대신 노란 꽃이 피어났지요.

이 꽃이 바로 눈 속에서 피어나는 복수초 입니다.

지금도 복수초가 피면 그 주위의 눈이 치워져 있는데,

꽃이 되어 버린 공주를 잊지 못한 두더지가 와서 눈을 치우기 때문이라고 하는군요.


출처: 새로운 것을 두려하지 않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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